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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의들]<30> "남다른 눈, 걱정 없어요”중앙대 안과 이정규 교수
  • 2015.03.11.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남다르게 ‘눈’이 튀어나온 사람들은 사회생활 자체를 하지 못할 정도까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요. 항상 ‘화가 나 있는 얼굴이다, 짜증난 얼굴이다’라는 말을 평생 듣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스트레스 겠어요. 갑상선질환으로 인한 ‘안구돌출’은 두 눈이 똑바로 정렬되어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사시 현상과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증상도 불러올 수 있지만 지금까지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어 주어진 숙명으로 여기고 포기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많아요. 저를 찾아와 튀어나온 눈을 정상적인 위치로 후퇴시키는 ‘안와감압술’을 받고 몰라보게 달라진 얼굴을 보면서 기뻐하는 환자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중앙대학교병원 안과 이정규 교수가 안구 돌출 측정을 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안와감압술’을 검색하면 ‘중앙대병원 안과 이정규 교수를 찾아가라’는 환자들의 추천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오랫동안 앓아온 환자들이 ‘남다르게 튀어나온 눈’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다 이 교수에게 수술을 받고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이 교수는 갑상선 환자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입소문’ 난 의사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의 약 20%는 안구가 비정상적으로 돌출되는 ‘갑상선 안병증’을 겪어요.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데 눈이 튀어 나오는 증상 자체가 생명에 지장을 주진 않지만 ‘남다른 외모’로 인해 겪는 아픔은 평생의 상처가 되죠.”

사실 최근까지 갑상선 환자의 안(眼)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돌출된 안구를 정상적인 위치로 복구시키는 수술 자체를 할 수 있는 국내 의료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갑상선질환만을 진료하고 있는 갑상선질환의 국내 최고의 명의인 내분비내과 조보연 교수조차 “환자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동안 적극적인 치료가 없었다는 말이다.

지금도 국내에서 안구돌출 교정수술을 제대로 집도할 수 있는 안과 전문의는 많지 않다. 그 가운데 현재 200여건 이상의 안와감압술을 시행해 국내 최다의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 교수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국내에서 시행된 안와감압술의 약 30%에 이르는 수술을 이 교수가 집도하기 때문이다. 

안성형과 안구재건 분야를 맡아왔던 이 교수는 지난 2011년 중앙대병원이 용산병원과 합치면서 영입한 서울대 조보연 교수와 함께 갑상선센터에 합류하면서 갑상선 안질환을 앓는 환자를 본격적으로 진료하기 시작했다. “조보연 교수님의 합류로 중앙대 갑상선센터가 인지도를 높이면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중증 환자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조 교수님을 찾아오는 갑상선환자의 많은 경우가 안구돌출이 있었는데 교수님은 늘 안타까워하셨죠. 그러던차에 교수님이 저에게 갑상선센터에 와서 적극적으로 안구돌출을 한번 고쳐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저에겐 사실 행운이었어요. 교수님에게 오는 안구돌출 환자들이 많아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수술 노하우를 축적한 셈이죠.”


갑상선 질환의 최고명의인 조 교수와 안구돌출 등 ‘안(眼)성형’을 맡은 이 교수의 ‘콤비플레이’는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를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국내 최고 수준의 클리닉으로 끌어올렸다.

갑상선 안질환에는 안구건조 증상이 동반된다. 인공눈물 안약이나 연고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눈에 통증과 결막 출혈, 눈꺼풀 부종 등 심한 증상이 나타나면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신경이 압박되거나 안구가 돌출돼 각막이 손상되는 등 시력을 위협하는 상황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바로 ‘안와감압술’이다.

안와감압술은 눈을 둘러싸고 있는 뼈나 눈 주위 지방을 제거해 안구를 정상 위치로 바로잡아주는 교정수술이다. 돌출이 심한 경우는 뼈와 지방을 함께 제거하고, 상대적으로 덜 심한 경우에는 눈 주위 지방만 제거하는 ‘지방 감압’ 수술을 한다. 지방 감압만 할 경우 수술 시간은 1시간 이내로 짧고 간단한 편이다. 이 수술은 주로 갑상선 안질환 환자가 대상이지만 심한 근시나 안와종양, 선천성 기형으로 인한 안구 돌출인 경우에도 받을 수 있다.

안와감압술은 안구의 위치를 바꾸는 수술이기 때문에 이후 사시나 복시(겹쳐 보이는 현상)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눈 주변의 뼈나 지방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신경과 혈관 등을 손상시키면 안구의 운동이나 얼굴 감각에 이상이 생길 위험이 있다. 안과 수술 중에서도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큰 어려운 시술이다. 많은 환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는 이처럼 까다로운 수술로 인한 부담 때문이다. 국내 갑상선 항진증 환자는 약 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20%인 약 4만여명이 갑상선 안질환을 앓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에서 안구돌출 교정 수술을 받은 환자는 약 200여명에 불과하다. 안구돌출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극적 치료는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 교수가 주로 시행하는 안와감압술 같은 수술은 대부분의 안과의사들에게 ‘힘들고 돈 안되는’ 수술이다. “안과도 백내장, 망막질환, 라식ㆍ라섹수술 등 다양한 전문분야가 있는데 사실 안구돌출수술(안성형)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수가도 낮아 잘 안하려고 해요. 또 수술후 합병증도 생길 수있기 때문에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으면 ‘그냥 두시죠’라고 권하는게 일반적이죠. 안와감압술의 경우 꼬박 4~5시간의 고난도 수술에 비용은 환자가 내는 돈이 300만~40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돼요. 최근에는 외국인 환자들이 이 수술을 받으러 많이 찾아오길래 환자에게 당신네 나라에서는 얼마정도 하느냐고 물어봣더니 표준가격이 4000만원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알았죠. 아, 이 수술이 이렇게 비싼 수술이었구나 하구요.(웃음)”

이 교수는 풍부한 임상경험을 통해 심하게 돌출된 안구의 위치를 더 많이 후퇴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수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안와 외벽 감압술’이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최초로 컴퓨터 내비게이션을 수술에 적용해 안구 위치를 보다 정밀하게 교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해당 부위를 확대한 화면을 수술 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는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 안과에서는 사용하는 의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안과 수술에서 컴퓨터 내비게이션 활용을 선도하는 ‘개척자’인 셈이다.

“앞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해 눈 주위의 제거해야 할 부분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안구 후퇴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해 수술 시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더욱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을 하는 것이 목표지만 갑상선 안질환을 수술이 아닌 약물치료로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장기과제입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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