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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의들]<35>갑상선암 분야 스타의사의 일갈…“조기 갑상선암, 수술 말자는 건 위험한 생각”
  • 2015.07.01.
-강북삼성병원 유방ㆍ갑상선 암센터 갑상선암팀 윤지섭 교수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갑상선암의 조기수술을 놓고 과잉진단ㆍ과잉치료 여부를 논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물론 건강검진의 보편화와 진단기술 발전이 갑상선암의 급증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환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갑상선암과의 상관성이 높은 비라프(BRAF) 유전자의 변이가 더 많고,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소아청소년의 발병률도 3배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분명 다른 원인도 있을 것이고,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문제입니다.”

최근에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81세다. 일반인이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했을때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암 중에는 생존율이 극히 떨어지는 고약한 암도 있고 천천히 진행되면서 곧바로 생명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생존율도 높은 ‘착한 암’도 있다. 갑상선암이 후자의 대표적인 암이다. 갑상선암은 한창나이인 30~5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예후가 좋아서 5년 상대생존율이 거의 100%이고 10년 상대생존율도 99% 가까이 된다. 

하지만 이처럼 발생률과 사망률이 ‘엇박자’를 보인다는 사실은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생존율이 거의 100%에 가까운데 굳이 수술을 할 필요가 있는지, 증상도 없는데 굳이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암 검사를 받아야하는지 등의 논란이다. 이런 논란은 최근의 갑상선암 발병율이 급증한 것이 과잉진단과 과잉치료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갑상선암이라고 진단이 내려지면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할까. 수술여부의 최종판단은 물론 환자의 몫이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도 감내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유방ㆍ갑상선 암센터 갑상선암팀 윤지섭 교수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유방ㆍ갑상선 암센터에서 갑상선암팀을 이끌고 있는 윤지섭 교수(43)를 만났다. 윤 교수는 최근의 이런 논란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윤 교수는 갑상선암 분야에서 연간 700례에 달하는 수술집도는 물론 최고의 수술실력과 경험으로 이미 환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스타의사’다.

윤 교수는 “조기 갑상선암을 수술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일각에서 암 덩어리가 만져지고 증상이 있을 때만 수술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그때의 치료성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영국의 경우는 건강검진에서 초음파 검사로 조기암을 발견하고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만져서 진단하고 진행됐을 때 수술하는 의료 시스템입니다. 80년대 데이터를 보면 5년 생존율이 60%에 불과했습니다. 40% 가까운 환자들이 갑상선암으로 사망했다는 말입니다. 또 갑상선암은 아무리 크기가 작더라도 진단 당시에 이미 임파선 전이가 있을 확률이 30% 이상이예요. 임파선 전이가 있는 환자는 전이가 없는 환자에 비해 재발률 및 사망율이 3배 이상 높아요. 암의 크기가 0.5㎝ 이하면 수술하지 말자는 주장이 있는데, 임파선 전이가 흔한 암이 갑상선암이기 때문에 아무리 크기가 작더라도 수술해야 합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진행된 갑상선암만 수술하자는 것은 결국 치료 성적이 떨어지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갑상선암은 초기에 치료하면 100% 가까이 완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생존율과 완치율이 아주 높은 암이기 때문에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것입니다. 물론 착한 암, 거북이 암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급하게 서둘러서 수술해야 하는 암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술 시기를 선택할 때 조금 여유가 있다는 것이지, 조기암이라고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진행이 느린 암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치명적인 미분화암으로 변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갑상선암이라도 원격 전이는 많게는 10%까지도 보고되고 있고 미분화암으로 성질이 바뀌게 되면 6개월 이내에 사망한다. 윤 교수는 갑상선암 치료의 기본이 수술이고, 초기에 치료하면 할수록 예후가 좋다고 강조했다.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초기에는 그냥 지켜보다가 나중에 진행됐을 때 수술하자는 주장은 재발률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갑상선암의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재발 속도도 그만큼 느리다는 말입니다. 초기에 수술했을 때와 키워서 수술했을 때 재발률 차이가 정말 없는지는 20년 정도 지나봐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기 연구를 해야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만, 분명 차이가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하루에 평균 2건 가까이 수술을 하지만 윤 교수는 환자들의 합병증ㆍ후유증 고려해 매번 기도하는 심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수술실에 선다. “갑상선암 수술은 굉장히 정교하고 섬세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목소리가 변하고, 부갑상선 기능이 떨어져서 손발 저림이 올 수 있기 때문이죠. 목소리 신경의 주변에 있는 임파선이나 조직을 넓게 절제해야 하는 환자들은 목소리 신경을 다 살리더라도 음성이 변할 수 밖에 없어요. 이런 합병증의 발생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수술하는 것입니다.”

갑상선암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하다보니 수술후 목 부위의 수술 흉터는 여성에게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강북삼성병원 유방ㆍ갑상선 암센터가 돋보이는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 갑상선암팀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미용적인 측면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1999년에 국내 최초로 목에 흉터가 없는 갑상선 내시경 수술에 성공했고, 현재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목 부위를 절개한 환자의 경우에도 피부과와 협진으로 수술 환자의 레이저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데, 결과가 굉장히 좋습니다.”

최근 새로 도입된 로봇수술도 갑상선암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된다. 갑상선암에 로봇수술을 적용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인데, 윤 교수가 바로 그 팀에서 활약했다. 절개 방법이나 치료 결과는 내시경 수술과 차이가 없지만, 10배 이상 확대된 3차원 입체 영상을 보면서 손떨림 없이 수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윤 교수는 집도 병원과 가까워 매일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40대 초중반임에도 병원에서 ‘왕자님’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미소년 외모를 갖고 있다. 비결은 뭐냐고 묻자 “아마도 여성환자들이 많고 같은 팀에도 여성이 많으니 그렇게 불러주는 것 같다”며 “실제는 동네 포장마차에서 퇴근 후에 소주 한잔 즐기는 동네 아저씨”라며 멋쩍어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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