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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당신이 반려동물을 ‘입양’해야 하는 이유
  • 2016.10.15.
[리얼푸드=박혜림 기자] #사지마세요_입양하세요

지난달 24일 배우 윤승아 씨의 인스타그램에 낯선 해시태그가 달렸습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라’, 가족에게 버려진 유기견 ‘모카’와 ‘피트’의 새 가족을 찾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동물자유연대가 벌이고 있는 반려동물 입양 캠페인입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끊이질 않는 만큼 더는 애견숍에서 반려동물을 ‘구매하지 말고’ 버려진 동물들을 거두자는 것입니다.

사진설명1= #사지마세요_입양하세요. 배우 윤승아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유기견 ‘모카’와 ‘피트’의 새 가족을 찾는다는 내용을 포스팅했습니다. [사진출처=윤승아 인스타그램]


▶ 한 해 버려지는 유기동물, 서울만 8900마리= 실제 해마다 버려지는 유기동물의 수는 수천마리에 달합니다. 서울시 ‘유기동물 구조ㆍ보호조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버려진 동물만 8902마리. 이 중 25.3%인 2256마리 만이 주인을 찾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고작 10마리 중 2~3마리가 ‘해피 엔딩’을 맞았습니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가게 된다면? 정말 잘 된 일입니다. 버려진 유기견들 가운데 27.6%인 2456마리만이 누릴 수 있는 복이죠.

10마리 중 5~6마리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14.3%인 1277마리가 자연사했고, 31.8%이 2829마리가 끝내 새 가족을 찾지 못하고 안락사 당했습니다. 하루 11마리 꼴로 죽어가는 셈입니다.



▶ 왜 버려질까? “쉽게 ‘사니까’ 버리기도 쉬워”= 반려동물 인구 1000만 명 시대. 5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한민국은 분명 ‘애견ㆍ애묘인’ 천국이 분명한데, 어째서 해마다 버려지는 동물들은 이렇게 많을까요?

많은 동물보호협회 관계자들은 반려동물들을 돈만 주면 ‘애견숍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반려동물을 맞이할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귀엽다’는 이유로 무작정 데려온다면, 귀찮아졌을 때 책임감없이 버리기 쉽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인터넷 상에는 반려동물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애견숍들이 등장해 클릭 몇 번이면 마음에 드는 품종의 반려동물을 주문하고 택배로 받아볼 수 있게 됐죠. 한쪽에선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1년에 120억씩 쓰는데, 다른 한 쪽에선 무분별한 반려동물 판매를 방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설명2= 부산의 한 불법 번식장에 갇힌 고양이. 동물자유연대는 심각한 상태에 있는 고양이 7마리를 긴급 구조했지만, 번식장 주인은 나머지 병든 고양이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출처=동물자유연대]


▶ 더 큰 문제는 반려동물 유통 과정에서 자행되는 학대= 업계 추산에 따르면 해마다 경매장 등을 통해 판매되는 반려동물 수는 무려 20만~25만 마리입니다. 경매장에서 애견숍으로 ‘유통된’ 강아지들은 다시 애견인들에게 ‘판매’됩니다.

경매장에서 판매되는 강아지들은 ‘강아지 공장’이라 부르는 종견장에서 공급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엔 3000~4000개의 번식업장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대부분이 불법 업장입니다. 학대가 자행될 것이 불 보듯 뻔 한 일이죠.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강아지 한마리당 수수료를 10~11% 가량 받는데, 강아지를 많이 가져올수록 가격을 더 많이 쳐주기 때문에 강아지 공장을 하는 업자들이 강아지를 많이 생산할 수밖에 없다”며 “그 안에서 동물 복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설명3=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선진국에선 유기동물 보호소 입양이 기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


▶ 선진국에선 ‘유기동물 보호소’ 입양이 기본=그렇다면 선진국에선 반려동물을 어떻게 맞이할까요?

김영환 선임간사는 “유기동물 보호소 입양이 기본”이라면서 “애견숍을 통한 입양이 비싸고 까다로워 본인이 귀찮아서라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데려오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영국의 경우 ‘브리더(Breeder)’들을 통해 입양하는 경우가 있지만, 입양을 원하는 소비자가 브리더를 직접 찾아가 반려동물을 잘 기를 수 있을지 등을 ‘검증’ 받아야 합니다. 충동적으로 입양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든가, 반려동물에 대해 잘 모른다든가 하면 브리더가 입양을 거부할 수도 있죠.

뿐만 아니라 동물 번식업을 살펴보면, 영국, 미국, 스위스 등 ‘동물보호법’이 존재하는 국가 대부분이 동물생산업을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26개 주에선 주법으로 어미개 임신 횟수를 일생에 5번으로 제한하기도 하죠.

김 선임간사는 “(반려동물을) 무조건 많이 생산한다고 문화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며, 질적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도 번식업을 허가제로 바꾸는 등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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