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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ffee 체크]밥보다 자주 먹는 커피, 왜 유기농은 안 따지죠?
  • 2016.11.16.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쌀은 생산지나 유기농 제품을 많이 고려하는 한국인, 하지만 밥보다 자주 먹는 커피는 왜 유기농을 따지지 않는걸까?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201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당 커피 섭취 빈도는 11.9회로, 쌀밥(주당 6.5회)과 잡곡밥(주당 8.9회)보다 더 자주 먹는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임에도 유기농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이 낮은 편이다.
 
한국과 달리 전 세계적인 커피의 흐름은 유기농 커피와 공정무역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커피의 맛과 향을 넘어 유기농 커피 인증 여부까지 확인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된 이유는 뭘까?
  
▶왜 유기농 커피가 중요할까?=유기농 커피는 농약이나 합성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재배한 뒤 로스팅 과정을 거친 커피를 말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토양과 물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지난 11일 ‘2016 서울카페쇼’ 코엑스 전시관에서 만난 ‘아름다운 커피’ 의 이미옥 마케팅부 팀장은 “유기농 커피는 전통적인 생산법으로 온실가스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농가 착취형 유통구조를 거부하기 때문에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날 만난 ‘자연트레이딩’ 문광열 대표도 “자연환경을 지키면서 커피를 판매하고자 유기농 커피 인증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유기농 커피 산업을 시작한 계기를 전했다.
  
유기농 커피는 잔류 농약에 대한 소비자의 걱정도 덜 수 있다. 2011년부터 2년간 국내에 수입된 커피 생두 중 잔류 농약이 검출된 것은 모두 880톤이다. 이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농약 잔류 허용기준을 강화했다.
 
대량으로 상업 생산되는 커피는 많은 양의 물이 소비되며, 또한 이를 처리과정없이 강에 방출할 경우 물오염 문제를 일으킨다. 여기에 화학비료와 농약 등으로 인한 조류 서식지 파괴와 생태계 파괴도 일어난다.
 
또한 전통적인 방식은 키 큰 나무의 그늘 아래서 커피를 재배하는 ‘그늘 재배’로, 병충해 예방 등의 장점이 있는 자연친화적인 방식이다. 이와 달리 기계화된 재배방식은 키 큰 나무를 잘라버리고 햇볕에 커피나무를 노출시킨다. 키 큰 나무가 잘려지면서 식물의 서식지도 파괴돼 철새들의 수도 급격히 감소되고 있다. 

▶유기농 커피는 무조건 비싸다?=복잡한 심사를 마친 유기농 커피는 프리미엄이 붙어 일반 커피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유기농 커피는 비싸다라는 인식이 높다.
 
‘아름다운 커피’의 이 팀장은 “심사관이 농가에 직접 방문해 모든 과정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본다”며 유기농 커피 인증 과정이 무척이나 까다롭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유기농 커피는 생각보다 비싸게 책정되지 않는다”며 “자사의 유기농 인증 원두(200g)의 가격은 1만2000원으로, 시장에서 중간 정도의 가격대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자연트레이딩 문 대표 역시 “고급커피인 스페셜티의 가격이 제일 높다”며 “좋은 원두를 사용한다면 유기농 커피의 맛도 훌륭하기 때문에 유기농 커피의 장점을 따져본다면 무조건 비싼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사진=커피나무를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살펴보는 심사관(사진제공=아름다운 커피)
 
▶이대로 가면 2050년 커피 부족ㆍ2080년 야생커피 멸종=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유기농 커피가 중요한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커피 멸종과도 관련된다. 전세계 교역량이 석유 다음으로 많은 커피, 이대로의 생산방식이 이어진다면 과연 언제까지 좋은 품질의 커피를 이 가격으로 마실 수 있을까?
 

호주의 기후학회(The Climate Institute)는 지난 8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2050년이면 온도가 상승하는 기후변화에 따라 커피 재배지가 절반으로 축소돼 전 세계 커피부족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혀 줄이지 못하면 2080년에는 전세계 커피생산의 75∼8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 등의 야생 커피가 멸종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학회의 존 코너 최고경영자(CEO)는 “스타벅스 등 글로벌 커피기업들은 이미 커피재배에 대한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자들도 곧 커피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 증가와 맛과 향이 떨어지는 커피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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