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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기업, 지속가능한 제품 디자인 전념해야”, 제이슨 클레이 WWF 부회장
  • 2016.11.17.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류 소비는 이미 지구자원의 한계를 넘어섰다. 이제 ‘인류는 향후 40년 간 지난 8000년 동안 생산한 식량과 동일한 양을 생산해야 하는 위기’에 처해있다. ‘지속 가능한’ 생산이 아니면 인류와 지구는 위태로운 상황을 맞는다. 비영리 환경단체와 기업의 동행이 시작된 이유다. ‘기업의 변화’가 ‘시장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설립 55주년을 맞은 세계자연기금(WWFㆍWorld Wide Fund For Nature)은 시장 변화 이니셔티브(MTIㆍMarket Transportation Initiative)에 역점을 두고 전 세계 주요 기업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변화 이니셔티브는 WWF가 15개의 핵심 원자재에 집중해 생산방식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말한다.

제이슨 클레이 WWF 부회장은 “지금은 인류 역사상 생태계 사슬이 가장 빠르고 크게 바뀌는 시점”이라며 “20세기에는 효과적이었던 전략이 현재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1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WWF 판다토크 참석에 앞서 본지와의 사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제이슨클레이 부회장은 “WWF의 시장전환 이니셔티브는 환경 문제에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출범했다”며 기업의 변화를 통한 시장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사진제공=WWF)
WWF는 생태계 종 보존과 생물 보호에 주력했던 설립 초기를 지나 지금은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협하는 주체’에 집중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시장변화 이니셔티브를 역점 활동으로 두고 있는 시기다.

▶‘기업이 변하면 시장이 변한다’=WWF의 시장변화 이니셔티브는 새로운 시대와 세대가 요구하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접근의 일환이다. WWF는 이 출범을 위해 1차 과제로, 전 세계 주요 지역 250곳을 선정한 뒤 35개 지역을 추려내 해당 지역이 직면한 환경문제를 파악키로 했다.

“생물 다양성과 서식지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식품과 소프트 원자재(Soft Commodities)라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어디서 어떻게 식품을 생산하느냐의 문제가 지구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죠”

식품이나 농업ㆍ어업ㆍ목축업ㆍ양식업 등 분야에서 생산하는 상품(소프트 원자재)이 삼림 파괴와 환경 오염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35개 지역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15개 원자재 생산 기업을 확인해본 결과, 원자재 무역 시장에서 100개 주요기업의 비중이 2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자료=WWF

WWF의 시장변화 이니셔티브는 ‘전 세계 주요 100개 기업이 친환경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설득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제이슨 클레이 부회장은 “70억명의 소비 인구, 15억명의 생산 인구와 일을 할 순 없지만 100개 기업이라면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WWF 시장변화 이니셔티브의 목표는 ‘2020년까지 핵심 원자재 15개 중 12개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것’이다.

현재 시장 변화 이니셔티브는 총 100개 식품기업 중 70개 기업과의 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WWF의 임무에 대해 “지구에 영향을 적게 끼치며 인류를 먹여 살릴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는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기업마다 각자의 성향을 살려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있다.

“어떤 기업은 우직하게 한 가지나 소수의 원자재에 집중하고 있고, 또 다른 기업은 수자원과 에너지 사용, 온실 가스, 폐기물 감소에 뛰어들고 있어요. 글로벌 경제 경쟁에선 그 누구도 낭비와 비효율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니 사업 발상 자체는 좋다고 봐요”

이같은 이슈에 공감해 목표 기준점을 더 높게 설정한 기업도 있다. 유니레버(Unilever), 마르스(Mars), 이케아(IKEA), 카길(Cargill)은 원자재 생산 방식까지 관여하고 있다.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르면 WWF의 파트너가 아닌 원자재 회사의 경우 환경에 끼치는 영향력은 업계에서 50%를 차지하지만 상품 생산 영향력은 10% 밖에 되지 않는 ‘최악의 회사’다. 이들의 개선을 도모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일 수 있죠. 정부가 동참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요. 아직까지 세계 그 어느 정부도 이 역할을 해낼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한국 기업, 지속가능한 제품 디자인 전념해야”=환경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 제조업 의존성이 높고, 정부와 기업의 관심도가 미미하다. 제이슨 클레이 부회장은 “모든 기업은 생산 방식과 판매 방식에서 형성되는 내부 발자국 (footprint)을 줄일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많은 기업이 예전보다 원자재를 얻는 방법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어요. 기존 방식으로 가다간 현재 남아있는 자재가 미래에 고갈된다는 것을 알게 된거죠. 게다가 방식을 바꾸지 않고선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평판 형성에도 영향을 끼치기도 할 거고요” 다수의 영리한 기업들이 제품의 생산뿐 아니라 그것의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하기 시작한 때다.

제이슨 클레이 부회장은 “한국의 제조업, 특히 기술 부문에서 점하고 있는 역할을 고려해볼 때, 한국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지속가능한 제품 디자인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 쓴 제품을 통째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일부 부품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거나, 소비자가 자신이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스마트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이와관련, 제이슨 클레이 부회장은 21일 열리는 WWF 판다토크에서 ‘21세기 NGO의 적절한 활동’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판다토크는 세계적인 강연 프로그램 테드(TED)의 형식과 같은 강연으로 다양한 연사들이 자연 보전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NGO의 역할은 중요 이슈와 트렌드를 보다 신속하게 발견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높여 합의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ㆍ기업ㆍ정부의 인식 제고를 끌어낸다는 생각이다.

그는 “지구는 단 하나뿐입니다. 우리 세대가 해 온 행동은 이미 지구의 한정된 자원이 바닥을 드러내는 데 한 몫 했어요. 이대로 가다간 우리뿐만이 아니라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건 다음 세대일 것입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기회로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오늘날 변화의 속도와 규모는 무서울 정도다.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사람들과 지구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지금까지의 변화를 보면 희망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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