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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시대, 동물복지 아세요?①A4용지보다 작은 집
  • 2017.01.04.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연중행사처럼 들이닥치지만 올해는 역대 최악의 수준이다. 수많은 가축들이 살처분되고, 막대한 국가예산이 낭비되며 우리의 건강한 먹거리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AI에 대한 우려로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공장식 가축’의 전염병 확산과 면역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밀집해서 가둬 기르는 공장식 축산이 일반화되다 보니 AI와 구제역,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오로지 더 많은 고기와 계란을 얻기위해 설계된 ‘공장식 가축’농장에서 동물들은 어떤 일생을 살고 있을까.


▶스트레스 받으며 항생제 먹는 동물들=스트레스를 받으면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동물들은 열악한 환경으로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는 면역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AI가 도는 계절이 되면 가장 취약한 닭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동물보호연합은 AI방지를 위해서라도 ‘동물복지’축산 제도의 전면적인 확대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닭장 케이지(Cage) 등 ‘감금틀’ 사육으로 인해 동물들이 심각한 스트레스 및 면역력 저하 등으로 병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몸이 건강하고 면역력이 좋은 사람은 작은 감기로 앓고 지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독감이 되고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와 같다는 설명이다.
 

항생제 문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70만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다. 박테리아가 약물에 내성을 지니면 치료 수단이 없어 죽게 된다.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무서운 결과다. WHO는 항생제 내성을 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한 의학적인 문제들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항생제 남용은 규제가 거의 없는 가축이 더 심각하다. 가축에 대해서는 여전히 에방목적으로 항생제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 가축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의 항생제는 발육 속도를 빠르게 하도록 인위적으로 처방된다. 동물들은 항생제성분이 들어있는 모이를 먹고, 우리는 이 육류를 거의 매일 먹고 있는 셈이다. 항생물질이 축적된 육류를 섭취하게 될 경우 체외로 배출이 어려워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닭의 집은 A4용지보다 작다=축산법에 따르면 산란계를 기준으로 닭 1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은 A4 용지(0.062㎡) 보다도 적은 0.05㎡다. 실제로는 이런 기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로 불리는 철창도 높게 세워져 있다. 이 곳에서 닭들은 날개한번 치지 못한 채 알만 낳다 죽어간다. 밤에는 잠도 잘 못자게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수면 주기를 짧게 하면서 계속 알을 낳게 하면 달걀 생산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부 농가에서는 닭의 부리를 제거하거나 불태운다. 스트레스를 받은 닭들이 서로 쪼면서 싸우다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는 마취도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 과정에서 동물들이 죽기도 한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에게 자비를’(Mercy Fot Animals)은 2009년 한 달걀 공장에 잠복해 비참한 광경을 폭로하기도 했다. 달걀을 낳을 수 없는 수컷병아리가 바로 분쇄기에 직행한 것을 목격한 것이다. 처참한 환경에서 자란 닭들은 많은 스트레스와 쌓여진 배설물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돼 전염병이 유입되면 삽시간에 번지게 된다.
 
꼬리 잘린 소 (HSUS,미국동물애호협회)

▶꼬리 잘리고 거세당하는 돼지ㆍ소=몸집이 큰 돼지라고 환경이 다르지는 않다. 폭 60㎝, 길이 2m 크기의 공간에서 돼지는 몸을 제대로 뒤척이지도 못한 채 감금틀에 갇혀 있다. 극도의 밀집 공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가축들은 공격적으로 변해 다른 돼지를 물어뜯는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새끼 돼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이빨과 꼬리가 잘린다. 젖을 먹을 때 어미돼지에게 상처를 내지 못하게 하고, 서로 꼬리를 물어뜯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새끼돼지들은 수퇘지에서 나는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마취도 없이 거세가 이뤄진다. 한국에서 이 잔인한 거세율은 90%가 넘는다. 공장식 양돈가에서 사육한 돼지의 65%는 폐렴과 유사한 질병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원인은 퇴비에서 발생한 암모니아를 비롯한 가스들이다. 어미 돼지는 1년에 2번, 새끼를 낳을 때만 분만사로 옮겨지는데 이 우리에서 암퇘지는 종기, 습진, 궤양 등으로 고통받기도 한다. 

무거운 쇠사슬로 묶인 소 (해외 동물단체 ‘머시포애니멀스’ Mercy For Animals)

소의 경우는 어떨까. 살색을 창백하게 만들어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송아지는 어두운 조명아래서 키워지기도 하며 이로 인해 빈혈로 고통받는다.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는 젖소 수송아지는 굶어죽게 내버려두기도 한다. 자연적으로 젖소는 20년 정도 살수 있지만 공장식 축산농가에서 젖소는 5살이 채 되기도 전에 도축된다. 젖소의 꼬리는 잘려지는 데 불태우거나 신경을 죽이거나 고무밴드로 조르는 방법이 사용된다. 이러한 참혹한 환경때문에 ‘공장식 가축’은 ’인류 최대의 갑질’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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