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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먹는, 딤섬③]‘홍연’ 황티엔푸 셰프, “저염, 당일재료는 당일소진” 기본지킨 광동의 맛
  • 2017.02.17.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셰프의 손은 어쩐지 좀 물러보였다. 불을 주로 만지는 중식당 셰프들의 거친 손과도,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손과도 달랐다. 뜨거운 육수를 넣은 반죽을 만지는 탓에 붉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매일 수천번씩 반죽을 치대는 이유로 손톱마저 피부처럼 얇아 보였다. 

황티엔푸 셰프(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홍연 딤섬 전문 셰프)는 열여섯에 딤섬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30년, ‘딤섬 외길인생’을 걸었다. “샤오마이 같은 경우는 한 시간엔 200개 정도, 하가오는 100개 정도 만들죠. 하루에 많이 만들면 2000~3000개 정도요” 수십년 치로 계산하면 황티엔푸 셰프가 만든 딤섬의 갯수는 2000만개를 넘는다. 난데없이 논쟁이 붙었다. 통역을 위해 옆자리에 함께 한 홍연의 부주방장 왕업륙 셰프가 한 마디 거들었다. “2000~3000개? 에이”(왕업륙 셰프), “진짜야~!”(황티엔푸 셰프) 어느덧 한국생활 10년, 어지간한 한국말은 다 알아듣는다. 한국어 리액션은 확고한 의사표현 방식의 하나였다.

“안녕하세요.”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에서 만난 황티엔푸 셰프가 인사를 건넸다. ‘홍연’은 케이블 채널 tvN ‘수요미식회’에 딤섬 맛집으로 등장해 더 유명해진 곳이다. 황티엔푸 셰프가 오기 전 홍연에는 딤섬 메뉴가 없었다. 2008년 황티엔푸 셰프와 시작된 딤섬이 이젠 홍연의 베스트 메뉴 중 하나가 됐다. “오리지널 홍콩식 딤섬”을 맛볼 수 있는 맛집이다.

▶ 셰프의 노하우 1. 기본을 지킨 맛=황티엔푸 셰프는 어린 시절부터 딤섬을 먹고 자랐다. “공부가 싫어 주방으로 들어간”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딤섬을 배웠다. 미슐랭 가이드가 인정한 홍콩 딤섬 맛집 ‘팀호완’ 싱가포르 점의 오픈 멤버이기도 하다.

“딤섬을 쪄내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4~10분 정도”이지만 하나의 딤섬이 만들어지기까진 수천 번의 칼질과 수만 번씩 반죽을 치대는 고단한 과정이 숨어있다. “천 번의 칼질 끝에 한 접시를 담아내는”(왕업륙 홍연 부주방장) 과정이 딤섬에도 담긴다.

그 오랜 시간 ‘도를 닦듯이’ 익힌 노하우가 많다. 황티엔푸 셰프는 업계가 인정하는 ‘금(金)손’이다. 셰프만의 비법이 셀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기본을 지켜야 ‘맛있고 건강한 딤섬’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다.

“딤섬의 기본은 신선한 식재료에 있어요. 당일 들어온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당일 모두 소진하는 것이 기본이자 원칙이죠.”

깐깐하게 선별한 식재료가 당일 들어오면 황티엔푸 셰프는 딤섬 재료를 다듬는 작업에 돌입한다. ‘그날 재료는 그날 소진한다’는 원칙 하에 이뤄지는 작업이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는 다른 레스토랑과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속재료 뿐만 아니라 만두피를 빚는 것 역시 당일 만들기가 원칙이다. 피에 쓸 반죽 역시 식사 직전에 만든다. “딤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두)피예요. 바로 만든 피로, 바로 딤섬을 빚죠. 피를 얇고 예쁘게 만드는 것도 노하우죠.”

황티엔푸 셰프가 만들어내는 얇은 피는 일일이 반죽의 농도를 달리한다. 사계절에 따라 반죽의 농도가 달라지고, 숙성의 차이가 생긴다. 바베큐 소스로 구운 돼지고기 소를 넣어 만든 ‘차샤오바오’의 경우 습한 기후에서 숙성이 빠르다. 황티엔푸 셰프는 하지만 “한국은 습한 동남아시아에 비해 딤섬을 만들기 좋은 기후”라고 말한다. 딤섬을 싸는 동안 “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탱탱한 새우가 들어간 하가우를 만드는 반죽은 특히나 어렵다. “등점분이라고, 하가우를 만드는 피가 있어요. 등점분을 미싱볼에 담아 끓는 물을 붓고 순식간에 반죽을 하죠. 그 농도를 아직까지 다른 직원들은 못 해요.” 오직 셰프만의 노하우다.

▶ 셰프의 노하우 2. 건강한 웰빙식=중국 음식은 지역마다 다양한 조리법을 자랑하지만, 일관된 선입견도 따라온다. 느끼하고 자극적인 맛이 ‘웰빙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편견이다. 하지만 광동식 요리의 경우 ‘편견의 피해자’다. 찜요리 불도장은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이며, 1분 만에 볶아내는 요리들은 “영양소의 파괴 없이 원재료의 맛을 살린 건강식”(왕업륙 부주방장)이다.

딤섬도 마찬가지다. 황티엔푸 셰프의 딤섬은 담백하고 기름기 없는 건강한 맛을 자랑한다. 적절한 한국화를 시도한 덕에 보다 웰빙식에 가까워졌다. 한국에서 딤섬을 만들며 찾은 노하우다.

“여러 해동안 한국에 있다 보니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저염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홍콩 등 중화권에선 딤섬을 차와 함께 먹는 것이 익숙하지만, 한국에선 차를 덜 마시는 편이에요. 그래서 딤섬의 간이 세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죠.”

염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은 다채롭다. 새우 자체에 배어있는 간을 제거하기 위해 수돗물을 틀어놓고 장시간 반복적으로 씻어낸다. 짠 맛을 제로 상태로 만든 뒤 조리를 시작한다. 육류의 경우 육즙으로 염분을 조절한다. 홍연의 왕업륙 부주방장은 “염분을 낮춘다고 사람들이 맛있다고 느끼는 건 아니다. 워낙 자극적이고 짜고 매운맛에 입맛이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며 “황티엔푸 셰프는 딱 맛있다고 느껴지는 선까지 조절한다”고 말했다.

황티엔푸 셰프에 따르면 최근 딤섬은 “점점 더 담백한 웰빙식으로 전환”중이다. “사람들이 덜 기름진 음식을 찾다 보니 육수를 내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어요.”

과거엔 돼지껍데기, 족발로만 육수를 냈지만, 지금은 셰프들의 노하우가 더해진다. 황티엔푸 셰프는 진한 육즙이 특징인 샤오롱바오를 만들 때 정통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웰빙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노계, 사태, 훈제햄인 화퇴를 넣고 푹 고아 젤라틴을 만들고”, 거기에 황티엔푸 셰프만의 육수를 더해 샤오롱바오를 완성한다. 육즙이 풍부하면서도 기름기는 전혀 없어 셰프의 딤섬에는 “중국음식의 선입견을 깬 맛”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따라온다. 새로운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가로 불리는 황티엔푸 셰프에겐 하지만 아직 가고 싶은 길이 많다.

“딤섬을 만드는 일은 자신과의 시간 싸움이에요. 주방에서도 도를 닦는 파트죠.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힘든 일이죠. 하지만 세상의 모든 식재료가 딤섬의 속재료가 된다는 것이 재미있죠. 새로운 식자재로 새로운 딤섬을 개발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shee@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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