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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테킬라, 25% 책임지는 후안 베크만 누구?
  • 2017.02.24.
‘테킬라(Tequila) 재벌’이 드디어 시장으로 나왔다.
호세 쿠에르보(Jose Curevo)는 전 세계 테킬라의 4분의 1을 생산하는 멕시코의 브랜드다. 테킬라는 40도가 넘는 독주지만 깔끔한 목 넘김으로 생산지로부터 바다 건너인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고급 라인부터 부담 없이 대학생도 즐길 수 있는 가격대까지 제품도 다양하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멕시칸(Mexican) 음식점이라면 절대 빼놓지 않는 주류기도 하다. 

호세 쿠에르보의 데킬라 [출처=게티이미지]

남미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증류주를 제조하는 이 브랜드는 지난 8일(현지 시간) 멕시코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상장가는 7억9100만달러(9040억원)으로, 지난 2013년 10월 유제품 제조기업 ‘그루포라라’가 기록한 상장가 9억3800만달러 이후 최대 수준이다.
상장과 동시에 브랜드 오너가(家)의 자산 또한 시장에 공개됐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후안 프란시스코 베크만 비달(Juan Francisco Beckmann Vidalㆍ77) 회장과 그의 직계 가족의 자산은 53억5000만달러(6조115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아들이자 현재 CEO(최고경영자)인 후안 도밍고 베크만 리골레타(Juan Domingo Beckmann Legorretaㆍ50)의 자산도 포함된 숫자다. 

후안 프란시스코 베크만 회장과 후안 도밍고 베크만 CEO
상장 이전까지 베크만 비달 회장과 후안 도밍고 베크만 CEO의 자산은 각각 24억달러, 10억달러 선에서 평가돼 왔다. 이들 가족은 상장된 호세 쿠에르보 지분 85%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가족의 보유지분 가치가 상장과 함께 제대로 평가받으면서 6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호세 쿠에르보는 창업부터 11대째 베크만 가문이 이끌어오고 있다. 역사도 250년이 훌쩍 넘는다. 1795년 창업자인 돈 호세 안토니오데 쿠에르보(Don Jose Antonio de Cuervo)가 스페인 왕 페르난도 6세로부터 아가베(시럽ㆍ증류주ㆍ공기정화용 등으로 쓰이는 중남미산 식물) 재배지를 받아 아가베 와인을 제조하기 시작됐다. 이 주류에는 ‘테킬라(Tequila)’라는 이름을 붙였다. 멕시코 중부의 5만여명이 사는 도시의 이름이다. 

테킬라 시에서 테킬라 생산 과정을 체험하는 관광객들 [출처=https://tnschwichtenberg.wordpress.com]

베크만 비달 회장은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1940년 2월 태어났다. 멕시코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학 중 하나인 몬테레이 공과대학교에서 회계를 전공하고 MBA과정을 밟았다.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진행했다. 1964년 호세 쿠에르보에 정식으로 입사한 뒤 1972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왔다.
‘테킬라 재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종은 위스키(보리 등 곡류를 원료로 한 증류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1998년 설립한 ‘폰다시온 호세 쿠에르보(Fundacion Jose Curevo)’를 통해 자선 활동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후안 프란시스코 베크만 회장

호세 쿠에르보의 상장은 회사의 성장을 바라는 경영진들의 기대가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다. 자사 상품의 ‘고급화’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테킬라의 고향 테킬라 시를 관광지로 전환하겠단 계획이 일례다. 쿠에르보가는 테킬라 시를 멕시코의 나파 밸리(Napa Valleyㆍ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인 산지)처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5성급 호텔과 테킬라 역사 박물관, 고급 스파 등을 세우고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그림이다. 2020년까지 매년 1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게 목표다. 

관광도시로 변화한 테킬라 시 [출처=https://tnschwichtenberg.wordpress.com]

한편 호세 쿠에르보는 지난해에도 두 차례나 상장을 추진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페소화가 급락해 두 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불안정성에 시기를 조율하던 호세 쿠에르보는 상장하면서도 투자 설명서에 “미국의 정치상황이 매출과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명시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북미자유협정(NAFTA) 재협상이나 폐지에 나설 경우 주가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우려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체 매출의 64%나 차지하는 북미 지역에서 테킬라의 가격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현종ㆍ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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