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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란의 ‘대왕 카스텔라’, 식용유라 안 먹는다?
  • 2017.03.24.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tvN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 중인 개그맨 문규박은 지난 13일 서울 명지대학교 인근에 카스텔라 전문점을 열었다. 시기가 좋지 않았다. 바로 전날 채널A ‘먹거리X파일’의 칼자루가 ‘대왕 카스텔라’를 향했기 때문이다. 방송 이후 대왕 카스텔라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 와중에 문규박은 “논란의 프로그램 방송 다음날 카스텔라 집을 오픈하게 됐다”며 “열심히 카스텔라를 배우고 정직하게 만들고 있다. 맛과 품질 모두 자신있다”고 호소했다.

‘대왕 카스텔라’의 고향은 대만이다. 대만 관광객들이 단수이 지역 길거리에서 맛봤던 ‘신카오당고’가 한국에선 ‘대왕 카스텔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 지난해 여름부터 우후죽순 생겨나며 한국의 먹거리 트렌드를 이끈 ‘히트상품’이다. 난데없이 등장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유행’ 아이템이라 할지라도 ‘대왕 카스텔라’의 추락은 빨랐다. 업주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폐업을 결정했다는 사연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채널A ‘먹거리X파일’이 고발한 ‘대왕 카스텔라, 그 촉촉함의 비밀’ 편은 두 가지 논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부드럽고 촉촉한 맛에 사 먹었던 카스텔라가 ‘버터 대신 식용유로 만들었다’는 점, ‘유화제까지 넣었다’는 점이다. 이 논란들로 인해 ‘핫’했던 먹거리는 하루 아침에 ‘못 먹을’ 음식이 됐다.

▶ 식용유가 나쁜 건가요?=‘먹거리X파일’에선 현장 점검 과정을 통해 ‘대왕 카스텔라’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폭로했다.

한 매장의 직원은 반죽에 식용유를 부으며 “원래는 기름을 넣지 않고 버터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직원이 들이부은 식용유의 양은 약 700ml.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이 장면에서 “카스텔라를 만드는데 식용유가 들어가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많은 양이 들어간다는 게 이상하고 찜찜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루 아침에 식용유 논란이 시작됐다.

사실 식용유는 제빵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재료다. 빵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드는 유지류의 하나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빵을 만들 때에는 유지가 들어간다. 유지의 종류에는 버터, 마가린, 쇼트닝, 식용유 등이 있다”며 “식용유를 쓸 경우 버터보다 풍미는 떨어지지만 반죽의 탄력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버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장점도 있어 제빵에선 식용유를 넣고 있다. “동물성 지방 사용을 지양하는 노버터 베이킹에서도 버터 대신 식용유를 사용하는 경우”(문정훈 교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다. 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식용유는 친숙한 재료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커리 브랜드의 관계자는 “제빵에서는 사용한 유지의 종류에 따라 케이크의 종류도 달라진다”며 “버터를 사용하면 버터스폰지케이크가 되고, 식용유를 사용하면 시폰케이크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보통 밀가루 500g에 식용유 200g으로 만든 것이 시폰 케이크다.

다만 정통 카스텔라 레시피에는 식용유를 넣지는 않는다. 물론 버터도 넣지 않는다. 일본 나가사키 카스텔라의 경우 달걀, 설탕, 조청, 밀가루로만 만들어진다. 한 베이커리 브랜드 관계자는 “하지만 카스텔라도 경우에 따라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식용유를 넣곤 한다”며 “현재 대기업 브랜드에서 판매 중인 카스텔라에도 식용유는 들어간다”고 말했다.

제빵에 있어 식용유와 버터의 사용은 ‘선택의 문제’다. 종류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질 뿐이며, 동물성 포화지방이냐 불포화지방이냐는 ‘특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는 “버터에 더 어울리는 제품이 있고, 식용유가 더 어울리는 제품이 있다”며 “그 종류에 따라 유지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지, 식용유를 넣었다고 나쁜 식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식용유 논란이 거세지자 즉각적인 반박도 나오고 있다. 고조미 대만카스텔라는 레시피(카스테라 1판, 10조각에는 흰자 2000g, 노른자 1000g, 우유 750g, 카놀라유 650g, 밀가루 1000g, 설탕 680g, 소금 10g, 포도산추출물 3g)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카놀라유 사용에 대해 “원가절감의 이유가 아닌 대만에서 내려오는 100년 전통의 레시피를 따른 것”이라며 “카스테라 1판에 카놀라유가 650g 들어가는데 이는 1조각당 65g, 1조각의 3분의1에 해당하는 1회 섭취량 기준으로는 22g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만언니 대왕카스텔라도 반박했다. 이 업체에선 식용유 160~200㎖를 사용한다. 업체 관계자는 “이는 700g짜리 카스텔라 20개 분량을 생산하는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제품당으로 따지면 8~10ml가량이 들어가는 정도로 “일반 가정에서 계란 후라이에 사용되는 양 이하”다.

▶ 대왕 카스텔라는 지방덩어리?=다량의 식용유 사용으로 인해 ‘대왕 카스텔라’는 지방 덩어리라는 오명도 썼다.

‘먹거리x파일’에선 대왕 카스텔라 7종의 지방함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왕 카스텔라 100g에는 9.71~17.87g의 지방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그램에선 100g당 2.6g의 지방이 들어간 일반 카스텔라 1종과 비교했다. 방송에선 ”매우 충격적“이라는 코멘트를 달았지만, 이 역시 사실과는 다르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는 “음식을 섭취할 때 영양분은 탄수화물 60%, 단백질 20%, 지방 20%의 비율을 권장하고 있다”며 “대왕 카스텔라의 경우 상당량의 지방이 함유한 것처럼 다뤄졌으나 권장량에는 미치지 않는 수치다”라고 지적했다.

식품첨가제인 유화제, 공장에서 생산한 액상계란 논란도 일었다. 프로그램에선 물과 기름이 잘 섞이게 하기 위해 카스텔라를 만들 때 유화제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유화제는 전세계적으로 관리되는 그라스(GRAS) 물질이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는 “식품에 사용되는 유화제는 식감의 개선을 위해 넣는 것으로 소량만 사용되고 있다. 다른 제품에 쓰이는 것과 달리 강한 성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액상계란 역시 제빵업계에선 반드시 ‘식품위생법’을 지켜 공급된 것을 사용하고 있다.

‘먹거리 X파일’로 인해 대왕 카스텔라의 한철 유행은 금세 꺽이게 됐다. 대왕카스텔라 열풍에 발을 디딘 업계 관계자들과 식품 전문가들은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지 못했다는 점, 일부의 사례를 전체로 치부한 점을 꼬집고 있다.

문정훈 교수는 “언론은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한다”며 “하지만 특정 재료를 쓰는 것이 매우 나쁘고 부적절하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곤란하다”라고 꼬집었다. 최낙언 식품공학자 역시 “넣은 것을 안 넣었다고 속이는 것은 나쁜 것이지만, 문제가 될 부분이 없는데 나쁜 식품으로 규정하고 호도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다”고 언급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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