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Read
  • 트렌드
  • 요리를 간편하게…美 소비자, ‘밀키트’에 빠지다
  • 2017.04.17.
-손질된 식재료와 레시피 담은 박스
-요리 과정 간편화·시간 절약으로 인기
-밀레니얼 세대·X세대 선호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식(食)’은 즐거움과 번거로움을 동반한다. 완성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잠깐이지만 그 음식이 완성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조리법(레시피·recipe)을 연구하고, 필요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재료를 손질하고, 칼로 자르고, 양념을 하고, 굽거나 끓이고, 그릇에 담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하나의 음식이 만들어진다. 대가족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주부에게든, 자신의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1인 가구에게든 ‘요리’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같은 요리의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밀키트(Meal Kit)’가 미국 식품업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밀키트는 가정에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한 끼 식사 분량의 손질된 식재료와 소스, 레시피로 구성된 박스를 말한다.

▶ 요리를 간편하게 만드는 ‘밀키트’=‘쿠킹박스(Cooking Box)’ 또는 ‘레시피박스(Recipe Box)’로도 불리는 밀키트는 레시피를 찾아보고 장을 봐서 식재료를 손질하는 번거로움 없이 바로 간단하게 집밥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명 요리사와 협업을 통해 특별한 레시피를 개발, 이를 이용한 밀키트를 판매하는 업체가 늘어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레스토랑에서 맛볼 만한 특별한 요리를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방식을 이용해 밀키트를 정기적으로 배송 받거나 식료품점(grocery store)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신청하면 웹사이트에서 배송 횟수와 원하는 메뉴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블루에이프런(Blue Apron)’은 지난 2012년 최초로 밀키트 배달 사업을 선보였다. 사진출처=블루에이프런(Blue Apron).

▶ 급성장하는 온라인 밀키트 시장=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의 온라인 밀키트 배달 시장은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블루에이프런(Blue Apron)’이 최초로 선보인 밀키트 배달 사업은 지난해 기준 미국 내에서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닷컴(MarketResearch.com)에 따르면 미국 내 밀키트 배달업체는 150여개가 존재한다. 밀키트 시장 규모는 향후 몇 년 안에 배로 커질 전망이다.

‘헬로프레시(Hello Fresh)’의 밀키트. 사진출처=헬로프레시(Hello Fresh).

초창기 밀키트 배달 시장은 블루에이프런, 헬로프레시(Hello Fresh) 같은 스타트업이 주를 이뤘다. 이들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금은 2014년 6000만달러(약 678억원)에서 2015년 1억7700만달러(약 2000억원)으로 1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밀키트 배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허쉬(Hersheys), 타이슨푸드(Tyson Foods), 캠벨(Campbell) 등 대형 식품업체와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아마존(Amazon) 같은 유통업체도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언론사인 뉴욕타임스(NYT)까지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와 NBA 스타 스테판 커리의 아내 아이샤 커리가 론칭한 ‘마사 앤 말리 스푼(Martha & Marley Spoon)’. 사진출처=마사 앤 말리 스푼(Martha & Marley Spoon).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와 NBA 스타 스테판 커리의 아내 아이샤 커리는 ‘마사 앤 말리 스푼(Martha & Marley Spoon)’을 론칭했다.

▶ 식료품점에 부는 밀키트 바람=식료품점 밀키트 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닐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식료품점의 밀키트 판매 규모는 지난해 기준 연간 8억60만달러(약 9050억원)로 전년대비 6.7% 성장했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온라인 배달업체를 통해 밀키트를 소비하는 소비자들 가운데 36%가 식료품점에서도 밀키트를 구입하기 원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식료품점 내 밀키트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4인 이상 가족을 위한 밀키트를 개발하고 식료품점 내에 있는 조리식품 판매 섹션을 활용한 밀키트 판매를 조언했다.

식료품점 내 밀키트의 인기에 따라 자이언트(Giant) 같은 슈퍼마켓 업체들이 밀키트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보스톤에는 밀키트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마켓도 영업 중이다.

밀키트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팬트리(Pantry)’ 매장. 사진출처=팬트리(Pantry).

▶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밀키트=밀키트는 특히 남성 소비자와 밀레니얼 세대, X세대, 자녀가 있는 가정에 인기를 끌고 있다.

닐슨리서치가 지난해 말 미국의 18세 이상 성인 소비자 20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명 중 1명이 최근 1년간 온라인 배송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밀키트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키트 구매자 중 70%는 재구매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며, 남성 소비자의 밀키트 구매 의사가 여성보다 40% 이상 더 높았다.

소비자 연령별로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와 X세대(1965년∼1976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의 구매 의사가 그 이후 세대보다 321%나 높게 나타났다.

또 자녀가 있는 가정이 자녀가 없는 가정보다 구매 의사가 326% 더 높았다.

▶ 만족도 높은 밀키트=소비자들은 ‘시간 절약’을 밀키트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밀키트를 구입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식사 계획 시간 단축’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6%(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요리 시간 단축, 장보는 시간 절약이 각각 45%와 37%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새로운 레시피로 요리할 수 있음을 장점으로 꼽은 응답자가 36%, 더 건강한 식사가 가능해서라고 답한 비율은 34%였다.

밀키트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밀키트 제품의 품질 만족도는 91%에 달했으며, 응답자의 81%는 밀키트가 일반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조리식품보다 더 건강한 음식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밀키트 전망은 ‘맑음’=도시화 및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밀키트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KOTRA는 “밀키트 구매 의사가 높은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 진출과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간편하게 식사를 준비하는 밀키트의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많은 밀키트 업체가 유기농, 지역 농식품 등 까다로운 식재료 선정 기준을 내세우고 있어 건강과 안전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도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KOTRA는 “밀키트는 일반 미국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세계 각국의 메뉴도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개발해 다양한 맛을 즐기기 원하는 젊은 층에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NYT는 “밀키트가 음식 공급자를 대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