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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산화 성분 살아있는 빈투바 초콜릿, 아이들은 먹으면 안 된다?
  • 2017.04.19.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빈투바(Bean to bar) 초콜릿은 커피로 치면 ‘스페셜티’, 햄버거로 치면 ‘수제버거’다. 카카오의 재배부터 로스팅, 제조, 판매까지 한 업체가 관여한다. 여기에서 기성 초콜릿과는 다른 맛과 성분을 가진 초콜릿이 된다.

빈투바 초콜릿의 장점은 맛의 다양성에 있다. 초콜릿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재배부터 관여하니 카카오 본연의 특성을 파악해 맛을 살릴 수 있다.

산지에서 수확한 카카오 열매는 품종, 발효 상태에 따라 맛이 다르다.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발효해 맛이 달라진 카카오 콩을 건조하는 것을 시작으로 초콜릿은 태어나게 된다.

사실 카카오 본연의 맛은 우리가 흔히 먹는 초콜릿과는 전혀 다르다. 쓴맛, 신맛, 떫은맛에 입을 씻게 되는 열매다. 이 카카오가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이 되는 과정은 각기 다르다. 
로스팅 마스터즈 바이 신기욱에서 판매 중인 빈투바 초콜릿

현재 전세계 초콜릿 시장은 소수의 거대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네슬레, 페레로, 몬델레즈, 린츠 등 서너개 기업이 수천개의 브랜드로 소비자의 입맛을 점령했다.이들 기업이 초콜릿을 만드는 방식만 놓고 보면 이 분야는 ‘하이테크’ 산업에 가깝다. 농장, 산지마다 각기 다른 맛의 카카오 콩을 하나의 맛으로 통일시키기 때문이다. 기성 초콜릿은 각사의 특징을 지닌 초콜릿을 만들고, 카카오 열매 본연의 쓰고 떫은 맛을 없애기 위해 저마다의 향신료를 첨가한다.

이 과정에 중요한 것은 알칼리 처리다. 기성 초콜릿들은 식감과 색감을 좋게 하기 위해 화학처리를 한다.

카카오는 원료 자체가 산성이기 때문에 물에 잘 풀리지 않는 특성이 있다. 국내 빈투바 초콜릿 1세대인 신기욱 로스팅 마스터즈 대표는 “수산화칼륨, 수산화나트륨, 칼륨과 같은 소다 계열을 넣어 알칼리 처리를 하게 된다”며 “알칼리 처리를 할 경우 물에 잘 풀리니 생산성이 좋아지고, 신맛이 줄어들며 항산화 성분이 파괴된다”고 말했다. 알칼리 처리 과정에서 카카오의 항산화 성분은 무려 60~80%가 파괴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기성 초콜릿을 먹으며 산미를 느끼진 못 한다. 

액상 상태로 만든 카카오에 설탕 등을 첨가해 혼합하는 과정

반면 빈투바 초콜릿은 제조과정에서 첨가물을 넣지 않을 뿐 아니라 알칼리 처리도 하지 않는다. 항산화 성분이 살아있어 종류에 따라 산미도 강하다. 다크초콜릿의 건강상 효능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바로 항산화 성분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항산화 성분은 빈투바 초콜릿의 약점이 되기도 한다. 모든 제과업계가 어린이 고객의 입맛을 잡기에 치열해질 때 빈투바 초콜릿은 항산화 성분으로 인해 철저하게 성인들을 위한 초콜릿으로 존재하게 된다.

신기욱 대표는 “빈투바 초콜릿의 단점은 이 항산화 성분 때문에 7세 이하의 아이들은 먹을 수 없다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초콜릿에는 카페인과 더불어 카페인과 비슷한 분자 구조를 가진 항산화 물질인 테오브로민이 들어 있다. 카카오콩 기준 평균 2%의 테오브로민과 0.2%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테오브로민의 양이 카페인의 10배에 달한다.

이 테오브로민은 카카오콩의 종류, 원산지, 숙성정도, 발효정도, 가공방법에 따라 최대 5배까지도 차이가 난다. 초콜릿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일수록 테오브로민의 함량은 높아진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 기준 다크 초콜릿 100g에는 486mg, 밀크초콜릿 100g에는 169mg이 들어있다.

초콜릿의 주성분이 되는 테오브로민(C7H8N4O2)은 카페인(C8H10N4O2)과의 분자 구조가 하나만 빼고 같다. 일부 사람들에게 카페인과 흡사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테오브로민은 실제로 이뇨작용, 근육이완작용, 혈액순환 촉진 등 카페인과 비슷한 작용도 한다. 물론 그것이 주된 업무는 아니다.

문제는 14kg 이하의 아이들의 경우 이 성분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강아지가 초콜릿을 먹으면 근육 경련, 혈압 이상, 구토 등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기욱 대표는 “체중량이 적은 사람의 경우 간의 용량도 작아 초콜릿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항산화 성분이 살아있는 빈투바 초콜릿을 먹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테오브로민의 경우 화학처리를 거치면 사라지기 때문에 기성 초콜릿의 경우 아이들이 먹어도 문제가 없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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