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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시, 얼마나 아니?
  • 2017.04.25.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감칠맛 나는 쌀밥 위에 고추냉이, 그 위를 살포시 덮은 생선. 보기에 따라 그 어떤 음식보다 단순하기 그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끊임없이 수련해야 하는 ‘장인의 요리’다.

정수용 그랜드하얏트 서울 스시바 카우리 헤드셰프는 “차가운 생선을 밥 위에 올리기만 한다면 그건 아이스 피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스시는 셰프의 노하우에 따라 밥알의 개수를, 밥알의 찰기를, 밥알 사이를 스미는 공기의 정도를 달리 한다. 생선의 맛과 식감을 달리 한다. “섬세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기에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이 중요한”(그랜드하얏트 서울 카우리 정수용 셰프) 요리가 바로 스시다. 그 과정엔 스시가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준비과정도 포함한다.

단순해서 아름답고 간결한 만큼 정교하다. 이 섬세한 스시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 스시의 유래…노동자의 음식?=스시의 탄생은 생선을 오래 보존하려는 ‘보존의 역사’애서 시작됐다. 스시(壽司ㆍ초밥)의 어원은 생선을 얇게 해 숙성, 발효시킨다는 의미다. 애초 생선을 장기간 보존할 목적으로 생선과 전분을 같이 넣고 발효한 데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스시는 ‘노동자의 음식’으로 불렸다. 에도 막부 시대 도쿄의 노동자들이 길거리에서 간편하고 빠른 한 끼를 위해 먹던 음식이다. “포장마차 앞 리어카에 놓고 팔던 음식”(정수용 셰프)이 대중화된 것이 바로 스시다. 이후 간장을 이용해 생선 조리 방식이 다양해졌고, 고추냉이(와사비)가 더해지며 생선의 안 좋은 균을 억제하는 식으로 오늘날과 같은 초밥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길거리에서 즐겨먹던 시절의 스시는 지금처럼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1900년 대에 접어들며 스시는 커다란 크기를 한 입에 먹기 좋게 반으로 잘라 내놓게 됐다. 초밥집에서 한 접시에 두 개의 초밥이 나오게 된 것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현재의 스시는 가격부터 천차만별이다. 1000원 짜리 접시부터 시작하는 회접초밥 집부터 스타 셰프들이 선보이는 초밥까지 다양하다. 

스시는 흔히 “비싼 만큼 맛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한다. 정수용 카우리 헤드셰프는 “비싸고 좋은 생선을 쓰게 되면 아무래도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특이한 재료, 보통의 스시야들이 쓰지 않는 재료들로 초밥을 연구해 내놓는다면, 먹어보지 않은 세계를 선보이는 것이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스시 한 점에 수십만원에 달하는 ‘미식의 세계’가 펼쳐지기도 한다. 

▶ 스시의 종류…선어 vs 활어=초밥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쌀밥에 초를 넣어 조미한 뒤 김으로 싼 노리마키, 생선이나 해물을 잘 뭉친 밥 위에 얹는 니기리스시, 두부 조각을 튀긴 유부 안에 조미한 밥을 넣은 이나리스시다.

니기리스시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초밥이다. 밥 위에 올라가는 해산물은 수십 가지다. 고등어와 같은 등 푸른 생선부터 생선 알에 이르기까지 손질과 조리법을 달리해 밥 위에 올린다.

니기리스시에 올라가는 생선은 한국에선 보통 활어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한국인들은 활어에 익숙하다고 한다. 활어는 갓 잡은 생선을 최로 만든 것으로, “쫄깃한 식감에 초장이나 간장에 찍어먹는 것이 맛있다고 말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이 일식당 셰프들의 증언이다. 특히 쫄깃한 활어를 두껍게 썰어주기를 요구하는 고객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정수용 카우리 헤드셰프는 “초밥의 경우 두껍게 썰면 밥과 생선이 따로 놀게 된다”며 “이 같은 이유로 일본에선 선어를 주로 쓴다. 곧바로 잡아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 셰프에 따르면 선어와 활어를 쓰는 경우가 다르다. 선어는 “숙성시켜 살이 어느 정도 사후 경직이 되면서 감칠맛을 낼 때” 초밥으로 쓴다. 방어, 참치, 전갱이, 고등어처럼 지방질이 느껴지는 생선은 하루 이상 재워둘 경우 살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높아진다. 이런 생선으로 초밥을 만들면 밥알이 부드럽게 목을 타고 이동한다. 활어의 경우 광어 도미 우럭 농어 등 육질이 단단하고 담백한 생선을 쓰고 있다.

▶ 일식당의 품격 ‘오마카세’=‘그 식당의 요리가 궁금하면, 오마카세를 시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오마카세는 ‘맡기다’라는 뜻의 일본어로, 메뉴를 정해놓지 않고 주방장이 그 날의 가장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우리로 치면 ‘주방장 특선요리’에 해당한다.

정수용 셰프는 “오마카세는 일식에만 있는 메뉴로, 전 세계 어떤 요리에도 없다”며 “스시 카운터에만 존재하는 메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셰프를 향한 무한한 신뢰로 , 셰프는 뛰어난 창의력과 순발력으로 다양한 종류의 스시와 요리를 코스로 즐기게 된다. 가게나 셰프에 따라 오마카세가 정해진 곳도 있고, 정해지지 않은 곳도 있다. 보통 일본의 일식집은 ‘오늘의 오마카세’ 식으로 정해두기도 한다.

정수용 셰프는 “오마카세는 가장 맛있는 재료를 손님이 좋아할 수 있도록 변형해 제공하는 것”이라며 “셰프들의 순발력과 능력이 필요한 것이 오마카세다”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사진=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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