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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닐봉지 없어요'…환경 생각한 착한 가게 ‘더피커’
  • 201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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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육성연 기자]편리한 비닐봉지가 없다. 그 흔한 일회용품도 없다. 맛있는 고기 메뉴까지 없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식료품점 겸 레스토랑 ‘더피커(The Picker)’의 모습이다.
 
‘더 피커’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포장폐기물 감소를 목표로 하는 마켓이다. 또 환경보호를 위해 육류대신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리얼푸드가 ‘더피커’의 운영 스토리를 들어봤다.
  
‘더피커(The Picker)’ 송경호ㆍ홍지선 공동대표
▶비닐봉지 없습니다=‘더 피커’에 들어온 소비자는 미리 준비해온 장바구니에 원하는 개수나 무게만큼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장바구니가 없을 경우에는 그곳에서 판매하는 용기를 사용하면 되는데 이역시 자연에서 3개월이면 분해되는 생분해용 용기다. 레스토랑에서는 씻어서 사용하는 스테인레스 빨대로 음료를 마시며, 포장용으로 제공되는 포크와 나이프 역시 생분해용이다.
  
씻어서 사용하는 스테인레스 빨대
환경을 생각하는 ‘더 피커’는 송경호(29)와 홍지선(31) 공동대표가 지난해 7월 오픈됐다. 조금은 불편하고 낯설은 매장이지만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경영철학은 확고했다.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던 중에 저희 두 사람 모두 환경에 관심이 있어 관련 사업을 조사했어요. 포장없이 가게를 운영하는 독일의 ‘오리지날 언페어팍트’ 등 관련 사례를 보면서 사업을 구상했죠. 환경에 대한 인식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러한 컨셉트의 매장을 꾸리게 됐어요”
 
자연에서 분해되는 생분해성 친환경 용기
NGO(비정부기구) 단체와 의류사업에서 각기 다른 일을 하던 두 사람은 환경과 관련된 사업에 뜻을 모아 식료품 매장을 차렸고, 매장에서 판매하고 남은 식재료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 채식 레스토랑까지 차리게 됐다. 두사람이 이렇게 만든 ‘더 피커’는 국내 최초로 포장폐기물을 없앤 매장겸 레스토랑이다. 
용기에 덜어 담아가는 견과류, 과일
‘더피커’에서는 70%이상이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서리태, 현미 등의 곡물과 함께 견과류, 과일의 20가지 식재료가 판매되고 있다. 서리태를 구입하기 위해 기자는 미리 준비한 에코백을 꺼내들었다. 통에 담겨있던 서리태를 소량만 쏟아 부은 후 에코백 양을 뺀 서리태 양만을 측정해 계산했다. 매장을 이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1인족에 알맞는 소량을 구입할수 있다는 점, 포장으로 인한 불필요한 낭비를 막는다는 점. 그리고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을 했다는 뿌듯함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미리 가져온 에코백에 콩을 담는 모습
▶고기 없습니다=‘더피커’의 식료품 매장에서는 비닐봉지가 없고, 레스토랑에서는 고기 메뉴가 없다. 메뉴판에는 락토 오보 (Lacto Ovo, 계란이나 유제품까지 허용하는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비건을(vegan, 엄격한 채식주의자) 을 위한 메뉴도 있다.
 
“레스토랑에서도 환경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자 채식 메뉴를 선택했어요.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해 불에서 요리하지 않은 자연식으로 메뉴를 구성했죠.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채식주의의 식생활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
 
대부분의 메뉴들은 건강과 환경을 고민한 흔적들이 보였다. ‘아보그린 샐러드’는 로메인등 유기농 채소들이 싱싱함을 뽐냈고, 여기에 뿌려진 슈퍼곡물 퀴노아와 치아씨드는 건강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냈다. ‘퓨어베리볼 스무디’는 그래놀라와 코코넛 가루의 고소함이 부서질 때 슈퍼푸드인 블루베리가 상쾌함을 더해줬다. ‘비건 베이컨 버거’에는 국내산 훈제두부로 만든 가짜 베이컨이 고기향과 쫄깃한 식감을 만족시켜줬으며, 기름진 소스대신 아보카도 크림이 풍성한 맛을 완성시켰다. 저칼로리에 영양성분이 풍부한 자연식을 다 먹은 후에는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좋은 포만감이 느껴졌다.  

‘더피커’ 아보그린샐러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이나 채식주의자들,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와 주세요. 근처에 서울숲이 있어 운동이나 산책 후 건강식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건강을 많이 생각하는 소비경향이 커지면서 채소섭취를 늘리려는 고객들이 많아졌죠. ”
‘더피커’ 퓨어베리볼 스무디
홍 대표는 채식 확산을 통해 환경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고기없는 월요일’ (Meat Free Monday) 을 언급하면서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을 해도 탄소배출량이나 물 사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채식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사람이 먹을 고기를 생산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환경 파괴적이라는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옥스퍼드 마틴 스쿨 연구팀의(2016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세계인이 채식 식단으로 식생활을 바꿀경우 현재 온실가스의 65%를 줄일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을 생각하는 두 사람의 바람은 고객들의 반응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편해하고 낯설어 하던 고객들이 점점 매장의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더피커’ 비건 베이컨 버거

“걱정했던 것보다 고객분들이 매장 운영방식을 잘 받아들이세요. 오픈 당시에는 비닐봉지가 왜 없냐고 묻던 손님도 이제는 용기를 가져오시거든요. 이런 분들이 늘어나고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합니다. ”

앞으로 두 사람은 채소 꼬투리를 활용한 착즙주스나 커피찌꺼기로 만든 천연비료 등 자원이 순환될수 있는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련 제품을 추천하고 해외 사례를 소개해주는 등 지식을 공유하는 웹 플랫폼도 구상 중이다.
 
송 대표는 “작은 노력으로 쓰레기를 줄일수 있는 여지는 참 많다”며 “직접 실천하면서 환경 인식이 달라지고 자원 순환의 연결고리가 되는 가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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