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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량채식하면 채식 하나마나"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
  • 2017.05.02.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채식하면 배고프다’, ‘채식은 맛이 없다’, ‘채식만으로는 영양이 부족하다’…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채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많다. 그럼에도 국내 채식주의자의 수는 증가 추세다. 국내와 달리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채식이 유행을 넘어 하나의 식습관으로 자리잡았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심이 높아진 채식에 대해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채식을 시작하는 실용적+윤리적 동기=한국채식연합은 2만5000명 정도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채식주의자들의 모임이다. 2000년에 비영리단체로 등록하고 홈페이지를 구축했으며, 채식관련 정보나 300여권에 달하는 추천서적, 4000개가 넘는 채식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28년 전부터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을 시작했어요. 전에는 잔병치레를 많이 했는데 채식한 이후로는 아파서 병원에 가본적이 없고, 건강검진에서도 건강하다는 결과를 받습니다. 짜증보다는 마음의 평화가 더 생겼고, 식탐도 줄어들어서 좋아요.”
 
20대부터 비건을 시작했다는 이 대표의 말은 놀라웠다. 당시에는 온라인을 통해 채식 정보나 식당을 알아보기 힘든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채식을 결심하게 된 사연이 더 궁금해졌다.
 
“특별한 경험은 없었지만 어느날 식탁위에 올려진 고기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동물도 우리처럼 숨을 쉬는 감각이 있는 생명체인데 왜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할까. 이런 회의가 생기면서 채식을 결심하게 됐죠.”
 
그 날의 식탁은 이 대표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채식에 대한 윤리적인 동기와 실용적인 동기가 결합된 그날, 그는 채식주의자로 변했다.
 
“일반적으로 채식을 시작하는 동기에는 세가지가 있어요. 건강이나 다이어트 등의 실용적 동기, 환경보호나 동물보호와 같은 윤리적인 동기, 그리고 종교적인 동기가 있죠. 이중 실용적인 동기가 가장 많은데 여기에 윤리적인 동기가 결합돼야 채식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요.”
 
강한 동기를 가지고 채식을 결심한 이 대표에게도 망설임이나 두려움은 컸다.
 
“채식주의자가 거의 없었던 당시에는 나만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생각이 두려웠죠. 채식만으로 건강할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들었구요. 그래서 도서관으로 달려가 100여권에 달하는 영양학 관련 서적을 읽었습니다. 책을 다 본후 제가 내린 결론은 건강을 위해 가장 이상적인 식단은 채식이라는 것입니다.”
 

▶ 불량 채식이 아닌 ‘건강한 채식’이 중요=이 대표는 관련 서적을 통해 건강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거리낌없이 채식을 할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채식만으로 우리 몸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있으며 오히려 더 안전한 먹거리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가장 장수하는 직업 1위는 평생 채식을 하는 스님이라는 조사도 있어요. 고혈압, 암 등 많은 질병의 근본원인은 잘못된 먹거리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채식에 대한 건강 논쟁이 70년대 말에 끝났어요. 결론은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기위해서는 채식이 대안이라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건강을 위해 채식을 결심했다면 ‘불량 채식’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채식에는 건강한 채식과 밀가루, 콜라. 설탕 등을 많이 먹는 이른바 ‘불량 채식’이 있죠. 회원 중에서도 병이 난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불량 채식’을 하고 있었더라구요. 몸에 좋은 건강한 채식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어 그는 “시금치, 브로콜리 등의 야채와 현미에도 단백질은 많이 들어있다”며 “단백질을 비롯해 칼슘 등 채식을 할때 영양성분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채식이 건강뿐 아니라 환경까지 지키는 식단이라고 강조했다.
 
“‘고기를 먹는 것이 환경과 무슨 연관이야’ 라는 생각할수 있지만 축산업은 가장 비효율적이고 환경파괴적인 산업이에요. 소의 방귀나 트림으로 방출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위험한 온실가스입니다. 소고기 햄버거 패티를 만들기 위해서 한 평정도의 열대우림이 파괴되며, 소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콩보다 수십배 이상의 에너지와 물 땅이 필요하죠.”
 
실제로 육식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에 따르면 육류 생산은 총 온실가스의 51% 이상을 방출한다. 육류는 종류에 따라서도 환경오염의 정도가 다른데,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소고기는 다른 단백질원에 비해 물 사용이나 온실가스배출 등 환경에 10배나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 편견과 오해속의 채식주의자들=건강과 환경까지 생각하는 채식, 하지만 채식을 선택한 이들의 고민거리는 많다. 이 대표는 회원들에게 전해들은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채식의 어려운 점은 사회적인 시선입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데 편견이나 곱지 않은 시선이 힘들다는 것이죠. 채식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아쉬운 점이에요. 채식 식당도 적지만 일반 식당에서도 채식 메뉴를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앞으로 공공기관이나 학교, 기업 식당에서 채식주의자들이 당당하게 채식 메뉴를 선택할수 있도록 ’식품선택권’ 보장이나 ‘주 1회 채식’ 정착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채식하면 맛없는 채소나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채식은 얼마든지 다양하고 맛있게 먹을수 있는 식습관입니다. 고기를 넣지 않은 탕수육이나 비건 버거 등 더 맛있는 채식 메뉴가 나올수 있어요. 채식은 단순한 식단을 넘어 환경보호와 심성, 인생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식습관입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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