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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베리코는 동물복지를 위한 최고의 환경”
  • 2017.05.17.
[리얼푸드=고승희 기자]“일반 돼지가 아메리카노라면, 이베리코는 에스프레소라고 할 수 있죠.” (JJ미트 장재영 대표)

부드러운 식감,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과 고소함이 올라온다. 미식가들이 극찬하는 맛이다. 세계 4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힌다는 이베리코 돈육이다.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 메리어트 호텔에서 진행된 제 1회 JJ이베리코 데이에서 만난 문정훈 서울대 교수(농경사회학부)는 “황제살은 눈을 감고 먹으면 소고기 스테이크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제살은 돼지의 등심 인근에 속하는 부위다. 삼겹살에만 익숙한 국내에선 다소 낯선 특수부위다.

국내 돼지고기 시장이 고급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스페인 이베리코 돈육은 삼겹살이 대세를 이룬 국내 시장에서 목살 등 다양한 부위를 선보이며 이 과정에 기여하고 있다. 

▶ “동물복지 위한 최고의 환경”…이베리코 돈육은?=이베리코(Iberico)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자란 토종 돼지 품종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베리코는 없으며, 이베리코와 같은 사육방법을 거친 돼지는 없다. 국내에선 도토리를 먹고 자란 스페인 흑돼지로 유명하다.

이베리코 돈육을 수입, 유통하고 있는 제이제이미트 장재영 대표는 “이베리아 반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돼지를 사육한다”며 “사육방법, 성장과정, 가공과정이 국내 돼지 사육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베리코는 3단계의 등급으로 나뉜다. 등급의 기준은 혈통과 사육 방법이다.

먼저 혈통에 따라 50%, 75%, 100%로 분류한다. 50% 이베리코는 100% 이베리코 암컷과 듀록 수컷(붉은털 스페인 돼지) 교배한 것을 말하고, 75% 이베리코는 100% 이베리코 암컷과 50% 이베리코 수컷을 교배한 종을 말한다. 암수 모두 100%일 때 100% 순종 이베리코가 태어난다.

이렇게 혈통에 따라 나뉜 이베리코는 사육방법에 따라 총 세 등급으로 구분된다. 베요타(Bellota), 쎄보 데 깜보(Cebo de campo), 쎄보(Cebo) 등급이다. 이베리코라고 해서 모든 돼지가 방목해 도토리를 먹고 자라는 것은 아니다.

가장 낮은 등급인 쎄보는 방목은 하지 않고 사육해 키운 돼지이고, 쎄보 데 깜보는 방목장에선 콩류와 곡물 등 사료를 먹이고, 몬타네라(Montaneras)라고 불리는 사육과정 동안 오전에는 사료, 오후에는 방목해 키운다.

최고 등급인 베요타는 청정지역 숲인 데헤사(Dehesa)에서 방목한다. 특히 도토리가 떨어진 1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이상 도토리를 먹고 자라며 드넓은 초목을 마음껏 뛰어다닌다. 동물복지에 최적화된 환경이다.

최고 등급인 베요타를 받기 위해선 방목 기준도 정해져있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베요타 등급의 경우 한 마리당 3000평의 공간이 확보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1헥타르에 서른 그루의 도토리 나무가 자라야 한다. 정재영 대표는 “베요타 등급의 이베리코는 1kg을 찌우기 위해 10~12kg의 도토리를 먹어야 한다”며 “하루 동안 떡갈나무 한 그루의 도토리를 다 먹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도토리를 먹고 자라는 베요타 등급의 흑돼지는 보통 돼지와는 생김새도 다르다. 워낙에 운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이베리코 흑돼지를 방목할 땐 일부러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을 멀리 위치하게 한다.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서다”라며 “다른 돼지보다 다리가 길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육가공 업체 오스본의 루이스 곤잘레스 디렉터는 “100% 이베리코 베요타는 에코 시스템 안에서 자란다”며 “방목해 키워지는 몬테라네 기간 동안 이베리코 베요타는 하루에 14km를 달리며 체력 단련을 하고, 이 기간 60~90kg을 찌운다”고 말했다. 사실 이렇게 자란 베요타 등급은 생산성이 떨어진다. 전체 이베리코의 5%밖에 되지 않는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인 국내의 경우 이베리코와 같은 사육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공장식 사육의 열악한 환경이 동물들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키운다. 몸을 제대로 움질일 수도 없는 공간에서 자라난 돼지들은 100~115kg이 되면 도살장으로 보내진다. 돼지의 수명은 15년인데, 태어난지 6개월 만에 도살장으로 보내지는 셈이다. 반면 이베리코는 170~180kg까지 키워진다.

문정훈 교수는 “전통적으로 인류가 동물의 입장을 고려해 기르는 동물복지가 있다면, 바로 스페인 이베리코의 사육 환경이라고 생각된다”며 “굉장히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고 있다. 국내 돈육 생산자들도 이 환경을 접하고 새로운 형태의 방목으로 전환하는 분들이 차츰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베리코 베요타는 걸어다니는 올리브 나무” = 이베리코는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항생제를 쓰지 않고, 사료를 먹이는 동안에도 가공된 것이 아닌 천연 곡물만 먹이고 있다. 스페인 이베리코 생산업체 관계자들은 이같은 이유로 이베리코에 대해 “돈육 자체에 비타민B1, B6, 비타민E가 풍부해 항산화 작용에 좋고 고기 자체의 육질도 부드럽다”고 말한다.

결국 돼지가 자라난 환경, 사육방식은 고기의 질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반 돼지보다 풍부한 영양소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루이스 곤잘레스 오스본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100% 이베리코 베요타는 걸어다니는 올리브 나무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베리코 베요타를 일컫는 스페인 속담이다. 그는 “올리브유가 가진 올레산 성분을 이베리코 베요타에서 그대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먹고 자란 환경이 고기의 텍스터와 육즙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베리코 생산, 가공업체인 스페인 베헤르 사의 리카르도 산체스 디렉터는 이베리코를 스포츠 선수에 비유했다. 그는 “돼지가 마음껏 걷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스포츠 선수의 몸과 같은 돼지가 길러진다”며 “운동을 많이 할수록 조직과 몸의 근육이 달라지듯이 돼지도 운동을 많이 하면 좋은 조직을 만들게 된다. 운동량이 많아 지방과 고기의 조화가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170kg까지 키워진 돼지로 스페인에선 하몽을 만든다. 이베리코 돼지의 사육 목적이 바로 스페인 사람들이 사랑하는 하몽을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170kg에 달할 정도로 몸을 키운 흑돼지는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문정훈 교수는 “스페인에서 돼지를 크게 키우는 것은 170kg일 때 뒷다리 살이 가장 맛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가장 소비가 많은 삼겹살에 가장 적합한 크기까지 키우다 보니 작은 돼지들이 도축장으로 가게 된다. 국내에서 이베리코는 삼겹살을 제외한 다른 부위 위주로 유통되고 있다.

문 교수는 “식문화가 획일화되다 보니 삼겹살은 부족하고 다른 부위는 넘쳐나게 된다. 이베리코 돈육이 장기적으론 획일화된 양돈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며 “비선호 부위가 들어와 소비자들에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 생산자 양측에 좋은 시그널이 되리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shee@heraldcorp.com

[사진=JJ이베리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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