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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사고 후유증,사후관리가 중요 ②] “후유증 떨치고 삶의 즐거움 찾아준 운동, 이젠 직업이 됐네요”
  • 2017.05.29.
-두 차례 교통사고로 우울증 등 심신 후유증
-운동으로 이기고 헬스트레이너 된 이현정씨
-허리디스크ㆍ상반신 통증에 체중까지 불어
-복근운동 주력…“재활 전문 트레이너 희망”

헬스 트레이너 이현정(38ㆍ여) 씨는 2010년 7월의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이 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대전에 있는 시댁에 가던 길이었다. 경부고속도로 기흥휴게소 인근이었다. 다른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이 씨의 차의 옆면을 그만 받아 버렸다.

이 씨의 차는 사고 후 바로 폐차됐을 정도로 심하게 구겨졌다. 당시 이 씨의 차 속에는 우리 나이로 일곱 살이었던 딸도 타 있었다. 그의 뱃속에는 26주 된 아들도 있었다. “앰뷸런스에 실려 가던 제게 ‘엄마, 죽지 마’라고 외치던 딸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해요.”

교통사고 이후 우울증이 생기며 체중이 불어 있었던 이현정 씨의 모습. [사진제공=이현정 씨]

사고 후 병원으로 이송된 이 씨는 기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를 건드려 그만 구멍이 난 것이다. 폐 안에 있는 피와 공기를 빼내기 위해흉관을 삽입하고 석 달 가까이 입원실 신세를 졌다. 뱃속의 아이도 고생 끝에 순산했다.

하지만 이 씨는 몸과 마음의 후유증까지 떨쳐 낼 수는 없었다. 사고 여파로 허리 디스크가 발병, 엉치뼈 인근부터 다리를 거쳐 발바닥 끝까지 당기고 찌릿거리는 통증이 왔다. 허리 디스크는 2013년 두 번째 교통사고 때 더욱 심해졌다. 기흉 탓에 숨 쉴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흉관 삽입술 이후 상반신 곳곳이 아팠다. 가슴근육을 일부 절개하면서 순간적으로 멍한 느낌도 들었다.

정신적 우울증은 이 씨를 괴롭혔다. “흉관 삽입 후 병원 침대에 묶여 있다시피 하니 답답하더군요. ‘다른 사람의 잘못 때문에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 차례 사고 당시 잔상은 계속 떠올랐고요. 몸까지 불편하니 무기력해졌어요. 집안일도 손을 놓았고, 안 좋은 생각까지 하게 됐죠.” 키 172㎝인 이 씨는 두 차례 교통사고를 겪고 3년여간 체중이 11㎏이나 불어 65㎏에 이르렀다. 허리도 굵어져 34인치 바지를 입어야만 했다.

두 번째 교통사고를 당한 이듬해인 2014년 찾은 집 근처 경기 파주의 헬스클럽에서 이 씨는 자신의 삶을 바꿨다. 그는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나를)움직이게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4년 헬스를 시작한 이현정 씨가 3년 후인 2017년 출전한 한 보디빌딩 대회에서 입상했을 때의 모습. [사진제공=이현정 씨]

하루 3~4시간씩 트레이너 지도 하에 운동에 매달렸다. 약해진 허리와 골반을 강화하기 위해 크런치 같은 복근 운동을 위주로 했다. “처음에는 고통스러웠지만 운동을 위해 헬스클럽에서 보내는 시간이 온전히 제 것이어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달라지는 제 모습에 자신감이 생겼지요.”

이 씨는 운동을 시작한 지 반년 남짓 만에 ’사고‘를 쳤다. 같은 해 10월 시험 삼아 출전한 한 지역 보디빌딩 대회 여자부에서 당당히 우승했다. 이후 대회마다 입상한 그는 올해 3월에도 2017 피트니스스타 내셔널리그 대회 여자 스포츠모델 시니어 부문에 출전, 준우승했다.

2015년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 2급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평범한 주부가 운동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헬스 트레이너가 됐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직업이 됐다.

최근 경기 고양 일산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이 씨는 사고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그는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고통을 이겨 낼 수 있었다”며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재활 전문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현재 허리ㆍ골반 관련 질환 공부를 하고 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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