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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정부지 물가①] “금귤ㆍ금징어…金자 안붙은 건 없나요”
  • 2017.07.06.
-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 6년 만에 최고
- AIㆍ가뭄탓에 식탁물가 자고나면 ‘들썩’
- 귤ㆍ당근 등 모두 올라 “장보기가 겁나”

주부9단 강모(56) 씨는 장을 보러 나가기 전 식사 메뉴를 정하고 메모지에 필요 재료들을 적어둔다. 미리 적어 두지 않고 장을 보게 되면 이것저것 충동구매에 나서고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식탁물가가 무섭게 올라 동네 마트에 가도 메모지에 적힌 재료들이 바뀌게 된다. 강 씨는 “장을 알뜰하게 보려고 장바구니 리스트를 정리해서 와도 몇개 사고나면 빠듯하다”며 “결국엔 반도 못사고 거의 빈바구니로 돌아오거나 저렴한 저녁메뉴로 수정해서 사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상반기 농ㆍ축ㆍ수산물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연일 들썩이고 있다. 특히 식탁에 자주 오르는 귤, 당근, 달걀, 오징어가 두드러진 상승 폭을 보여 체감 물가 상승률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ㆍ축ㆍ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6.1% 상승했다. 상반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0%)과 견주면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농ㆍ축ㆍ수산물 물가는 지난 2011년(12.5%)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과실이 상반기 14.9% 올라 역시 2011년(21.5%)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수산물 역시 2011년 상반기(9.1%) 이후 가장 높은 7.0% 올랐다. 축산물도 9.1% 올라 2014년(11.5%) 이래 3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농ㆍ축ㆍ수산물 73개 품목 가운데 상반기 상승률 1위 품목은 귤(89.8%)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귤은 고급 상품 생산이 늘며 가격이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귤의 상반기 가격 상승률은 지난 1991년(106.0%) 이후 최고”라고 말했다.

당근은 64.9% 상승해 2위였고, 달걀은 57.4% 올라 3위를 차지했다. 달걀의 상승률은 상반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5년 이래 최고였다. 어획량이 줄어든 오징어는 47.7%, 양배추는 35.2% 각각 올랐다. 73개 품목 중 이들을 포함해 15개 품목의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상반기 농ㆍ축ㆍ수산물 물가가 뛴 것은 각종 상승 요인들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철 고온, 가뭄의 영향으로 출하량 자체가 줄어든 농산물이 많았다. 여기에 지난해 말 불거진 AI 여파로 달걀의 국내 생산기반 복구는 지연되고 있다. 문제는 농ㆍ축ㆍ수산물은 소비자가 자주 사는 품목이 대부분이어서 장바구니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농ㆍ축ㆍ수산물 물가가 뛰면 실제 물가 수준과 별도로 체감 물가 상승률은 커질 수 있다. 올해 가뭄이 이어지고 있어서 생육기 농산물이 수확되는 늦여름, 가을께 농ㆍ축ㆍ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

주부 강 씨는 “금귤, 금징어, 금계란…요즘 금(金)자가 없는 식품을 구매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민생과 직결된 물가를 하루빨리 정부에서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정부도 농산물 가격 상승 등 불안 요인이 있다고 보고 가격 강세가 지속하는 생활 밀접 품목에 대해 추가 대책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최원혁 기자/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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