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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렵꾼의 덫, 수십년간 호랑이 보전 노력을 물거품으로
  • 2017.07.29.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세계 호랑이의 날을 맞이해 WWF(세계자연기금)은 밀렵꾼들의 덫으로 수십 년간의 호랑이 보전 노력이 물거품 위기에 놓였다고 29일 밝혔다. ‘세계 호랑이의 날’은 매년 7월 29일으로, 2010년 러시아에서 개최된 호랑이 정상회담에서 야생 호랑이를 보전하자는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지정됐다. 

사진=트랩카메라에 포착된 야생 호랑이

WWF는 호랑이가 서식하는 지역의 정부들이 반 밀렵 노력을 강화하고, 아시아의 야생동물, 특히 전 세계에 약 3900마리가 남아있는 야생 호랑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덫을 엄중히 단속하도록 촉구했다.

밀렵꾼들은 점점 더 많은 덫을 이용해 호랑이, 코끼리, 표범 등 암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야생동물을 잡고 있다. 널리 쓰이는 재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죽음의 덫은 아시아 숲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야생동물 불법거래는 연간 200억 달러(한화 약 22조 4200억 원)규모로 추정되며, 마약, 인신매매, 위조품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규모가 큰 불법거래로 성장했다. 


WWF의 호랑이 보전 프로그램인 타이거 얼라이브(Tigers Alive)의 리더 마이크 발처(Mike Baltzer)는 “덫은 야생동물을 멸종 위기로 이끄는 주요 원인이며, 동남아시아에서 위험하고 은밀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야생 호랑이를 보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대규모 덫으로 인해 위태로워 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보전 활동의 최전선에서 덫을 치우고 덫을 설치한 자들을 검거하는 레인저(야생 동물보호를 위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특수 인력)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야생 호랑이가 덫에서 탈출하는 이례적인 경우도 부상으로 쇠약해져 사냥하지 못하고 굶어 죽거나 질병에 걸린다. 또한 덫에 걸린 동물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는 경우도 호랑이에게 타격을 준다. 호랑이가 생존하고 번식하는데 필요한 먹이까지 잡아 버리기 때문이다.



WWF 야생동물 관련 법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로힛 싱(Rohit Singh)은 “주요 서식지에서 야생을 위협하는 덫이 하루에 몇 개나 설치되는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레인저들이 아시아의 보호 구역에서 연간 수십만 개의 덫을 치우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진=야생 호랑이 보전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레인저


유네스코(UNESCO) 세계 유산이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야생 호랑이, 오랑우탄, 코끼리, 코뿔소가 공존하는 수마트라의 열대우림에서 2006년에서 2014년까지 8년 사이 덫의 개수는 2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서식지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수마트라의 보호 구역 중 하나인 근처 림방 발링(Rimbang Baling)에는 불과 26명의 레인저가 서울시의 2.5배 가까운 1400㎢를 순찰중이다.


로힛 싱은 “덫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덫을 설치하는 불법 밀렵꾼들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현장의 레인저들에게 더 많은 자원과 강력한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역 사회는 생태계를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전에 있어 여러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덫으로 인한 위협을 멈추는 것은 지역 사회의 생계와도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수마트라에 있는 세계 유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구눙 르우제르(Gunung Leuser) 국립공원의 생태학적 가치는 연간 6억 달러(한화 약 6726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공원은 16억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인구 400만 명에게 물을 제공하면서 지역 사회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러시아 아무르 지역에서 호랑이 보전활동을 펼치는 WWF 레인저


이에 따라 아시아의 보전 단체들은 긴급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Wildlife Alliance)가 이끄는 보전 단체들은 대중이 야생 고기를 소비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인식 개선 운동에 착수했다. 대중이 야생 고기를 소비하는 것은 덫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2010년, 호랑이가 서식하는 지역의 정부들은 단 하나의 생물종을 보전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야심 찬 도전에 약속했다. ‘TX2’, 즉, 오는 2022년까지 전 세계 호랑이 개체 수를 두 배로 늘리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그동안 오랫동안 감소 추세에 있던 전 세계 야생 호랑이 숫자는 2016년부터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희망의 불빛이 비춰졌다. 하지만 반 밀렵과 레인저 투자를 강화하려는 노력 없이는 개체 수가 다시 감소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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