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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신애, 요리는 나의 삶…“요리는 최고의 예술”
  • 2017.08.05.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홍신애의 맛깔나는 입담을 들을 때면 눈 앞에서 요리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깨소금 조금, 참기름 약간 넣고 조물조물 묻히는 거예요.” 생기있는 표정과 말소리가 더해지니 평범한 나물 무침이 홍신애의 입을 통해 ‘엄마의 손맛’을 입기도 한다. 부위별로 세부 설명이 들어가면 고기 ‘덕후’들은 금세 ‘홀릭’이다. tvN ‘수요미식회’ 애청자라면 고객을 끄덕일 만한 ‘맛있는 설명’이다. 그게 가능한 건 홍신애는 그 자체로 ‘요리인류’이기 때문이다.

요리연구가 홍신애가 오너 셰프로 있는 서울 신사동 ‘솔트’에서 그의 요리 이야기를 들었다. 홍신애의 삶 곳곳에 ‘요리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홍신애에게 요리는 ‘숙명’쯤 됐다. “할아버지가 목사님이라 집엔 손님이 끊이지 않았어요.” 그 손님들을 맞기 위해 집 안 사람들의 손은 늘 분주했다. 그 덕에 숙명처럼 요리의 길로 접어든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가족이 어릴 때부터 모여살았고, 가족들이 다 먹는 걸 좋아했어요. 늘 한 상 차림이었죠.”

치과의사였던 할머니는 일본에서 오랜 시간 공부한 탓에 일본식 요리도 즐겼다. 어린 홍신애에겐 “가쓰오브시를 대패에 10번씩 미는 것”이 아침의 시작이었다. “집안이 음식을 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인지 요리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도 많고요.”

어린시절의 관심사도 특별했다. 홍신애 요리연구가는 이미 초등학교 졸업 무렵, 만기 적금 82만원을 받아 60만원 짜리 오븐을 구입한 ‘꼬마 요리사’였다. 독특한 가정환경이 홍신애를 요리의 세계로 이끈 셈이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건 2006년. 결혼 이후 건너간 미국에서 요리학교를 다녔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리 칼럼을 쓰던 것이 인기를 얻으며 차츰 유명세를 얻게 됐다. 그게 계기가 돼 요리책을 냈고, tvN 개국과 맞물리며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의 활동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홍신애를 있게 했다.

아들에게도 요리를 권할 만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요리는 그냥 저냥 기술이 아니”라는 ‘요리 예찬론자’에 가깝다.

“그 어떤 동물도 식재료를 2차, 3차 바꿔서 먹는 경우가 없어요. 요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예요. 인간이 요리를 한다는 건 개똥벌레, 호랑이와 구분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거예요.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창조물인 거죠. 요리는 최고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홍신애는 작곡을 전공해 대학원까지 마쳤다. 예술가의 작업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그에겐 요리야말로 진정한 ‘예술’이었다. 

하지만 그는 셰프의 요리라고 대단할 것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누구나의 요리는 ‘특별’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요리는 다 똑같아요. 상품성이 들어가면 더 신경이 쓰이는게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들에게 주려고 요리를 할 때도 아들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뭔가를 만들어줘야 하는 거죠.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지 마음은 달라지지 않아요.“

그런 마음으로 홍신애 요리연구가는 손님들의 테이블에 마음을 담는다. 발품을 팔아 구한 최고의 식재료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들 만한 요리를 내놓고 있다. 이미 한식, 양식 등 많은 요리를 섭렵했지만 해보고 싶은 것은 여전히 많다. 그 중 하나가 ‘미래식량’에 대한 연구와 요리다. 최근 관심을 가지는 것은 새로운 미래식량으로 부상한 ‘벌레‘ 요리에 대한 연구다. “저도 처음엔 기겁을 했어요.” 하지만 귀뚜라미,굼벵이 농가를 만나며 이 벌레들은 청정지역에서만 자라는 깨끗한 음식자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벌레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홍신애가 벌레 요리에 관심을 가진 것은 특이하고 생소한 식재료이기 때문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인류의 ‘미래식량’을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사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식재료는 나날이 줄고 있어요. 우리가 익숙하게 먹었던 것들이 사라지고 있는 거죠. 게다가 농가들은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수요를 촉진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어요. 지금의 요리사들은 미래식량이 뭘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로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앞으론 미래식량 자원 개발을 위한 요리를 해보고 싶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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