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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케이지로부터의 암탉 해방과 계란값의 함수
  • 2017.08.25.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닭의 해’에 닭들의 수난이 유난스럽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들의 곡성으로 새해를 시작하더니 살충제 계란으로 사회가 들썩인다.

살충제 파동의 근본 문제 중의 하나가 암탉이 모래목욕을 할 수 없는 배터리케이지 감금 사육이다. 닭 한 마리가 살기에도 부족한 A4용지 한 장도 안 되는 공간에 암탉을 가두었으니 그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하다. 물건 찍어내는 기계도 적절치 못한 환경에서 가동하면 고장이 나는 법이다. 하물며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감각이 있는 존재는 오죽할까.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급속도로 확산되는 이유도 이 밀집사육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가능한 많이 싸게 먹으려는 인간의 욕망과 생산성 일변도의 산업이 만나는 지점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물론 인간의 생업과 인간의 먹거리가 우선인데 닭을 챙기자는 게 말이되는냐는 항변이 나올 수 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동물복지가 다 뭐냐는 것이다.

하지만 좀 따져보자. 과연 닭 좀 챙긴다고 계란 값이 오를까. 우리는 제대로 된 소비생활을 해온 걸까. 정보부재로 인해 같은 값을 주면서 닭들도 생각해주는 윤리적인 소비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좀 살펴보고 싶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대기업 브랜드 15알 한 묶음 계란의 가격은 8000원 선이다. 이 계란들은 ‘목초 먹인 계란’ 등의 문구를 붙인 마케팅 전략에 의해 소비자들은 마치 암탉들이 푸른 초원에서 풀을 먹고 살거나 자연적인 환경에서 살며 계란을 낳는 것으로 오인하기 쉬운 브랜드 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란 역시 공장식 축산업체의 비좁은 배터리 케이지에 감금된 암탉이 낳은 계란이다.
사진 출처=123RF

이와 다르게 중소기업 농장브랜드로 출시된 동물복지농장인증 계란 15알의 가격은 대형마트에서 6800원 정도 선에서 판매된다. 이 계란은 암탉이 자유로이 걸을 수 있고 모래목욕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낳은 것이다. 암탉의 사육 환경이 다른 각각의 농장에서 출시한 계란의 가격 차이가 이렇다는 것은 동물복지 환경으로 사육한 암탉의 계란이 반드시 비싸다는 것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브랜드 계란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계란이 알고 보니 배터리케이지에 감금된 암탉이 낳은 계란이었다. 시장 점유율은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이 걸 보면 가격 때문에 동물복지 계란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일은 없어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동물복지농장 인증제 확대가 아니라 암탉을 감금하지 않는 정책과 업계의 인식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2012년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아예 금지한 유럽연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암탉을 모두 풀어놓고 키우자는 게 아니다. 많은 닭을 가두기 위해 다단형 배터리 케이지를 지양하고 다단형이되 개방형으로 케이지를 만들수도 있다. 닭들이 날개짓을 하며 아래 위를 오가고 바닥에서 깔짚이나 흙 목욕을 즐길 수 있게 말이다. 이에따른 가격 인상분은 소비자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며 대안을 찾고 정책 실행으로 이어지는 사회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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