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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FTA 리스크’, 식품 가격은 어쩌나
  • 2017.09.05.
-폐기 논란 속 수출엔 지장 없다지만…
-변화 민감한 식탁 물가는 큰 영향 받을것
-美 쇠고기ㆍ오렌지ㆍ레몬ㆍ자몽 등 타격

미국산 농축산물은 현재 한국의 식탁에서는 없어선 안될 중요한 자원이 됐다. 특히 호주산을 넘어 수입 쇠고기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더욱 그렇다. 이에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의사에 한국 정치ㆍ경제계는 당황한 눈치다. 유통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규모는 10억35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 어치에 달했다. 수입량은 15만6000톤으로 2015년(10만6000톤)에 비교했을 때 46.5% 늘어났다. 미국산 쇠고기는 호주산을 제치고 어느샌가 국내 식탁을 점령해 가는 모양새다.
한미FTA가 폐기되면 수입 식품 물가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미국산 쇠고기 모습.

안전성 논란이 해마다 불거지긴 했지만,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 쇠고기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른 지난 1일 미국산 갈비 100g의 평균 가격은 2340원, 한미 FTA 발효(2012년 3월15일)전이던 지난 2011년 9월 1일에는 2980원이었다. 관세가 매년 일정폭씩 감소하고 있는 덕이다.

매년 고공행진을 기록하던 한우 쇠고기가격도 미국산 쇠고기의 수요 증가로 가격상승세가 주춤했다. 축산품질평가원이 집계한 한우지육 도매가격(원/kg)은 올해 8월 1만7203원까지 떨어졌다. 4년만에 최저치. 한우 갈비 100g가격도 지난해부터 5000원 전후에서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만약 FTA 폐기가 이뤄질 경우 국내 쇠고기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쇠고기 수요의 증가로, 호주산 쇠고기 가격은 최근 크게 올랐다. 쇠고기의 대체재로 분류되는 국산 돼지고기 가격도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미국산 쇠고기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평가다.

관세가 폐지될 경우 영향을 받는 것은 쇠고기만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ㆍ미FTA 발효 이후 커피류(84.8%), 식물성유지(80.4%) 오렌지(42.4%) 등의 판매가 증가했다. 이들은 현재 상품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마트 모델들이 미국산 체리를 소개하고 있다. [제공=이마트]

이마트에서는 올 상반기 전체 수입 오렌지 판매 중 미국산의 비중이 95.9%에 달했다. 체리는 70.6%, 자몽 98.0%, 레몬 99.6%의 비중을 보였다. 랍스터도 미국산의 매출 비중이 98.0%에 이르렀다.

한ㆍ미 FTA가 폐기될 경우, 이들상품의 가격은 오르게 된다. 관세율은 협정 발효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우대관세를 받던 데서 벗어나 기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똑같이 적용하는 수준으로 회귀한다. 단돈 100~200원에 영향을 받는 식탁물가는 수입 농산물의 가격인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수출업계와 대비된다.

물론 의회와 측근들의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한ㆍ미 FTA의 폐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폐기가 결정될 경우 영향은 즉각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ㆍ미 FTA ㆍ협정문 24조 5항은 ‘협정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게 이 협정의 종료를 서면으로 통보한 날로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기재하고 있다. 미국이 폐기의사를 밝힐 경우 관세는 단 6개월 안에 바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폐기가 결정된 것이 아니니 현재까지는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면서도 “한ㆍ미 FTA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만큼 수입 식품업계와 식탁물가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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