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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폭등’ 천연 바닐라, 글로벌 식품업계 가격인상
  • 2017.09.05.
바닐라콩의 주 산지는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전 세계 바닐라콩의 80~85% 정도가 생산된다.

물론 우리가 자주 먹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초콜릿, 쿠키 등 디저트에는 인공 바닐라가 주로 쓰인다. 전 세계 사용되는 바닐라 90%는 화학 합성이지만, 최근 인공 첨가제에 대한 소비자 반발로 천연 바닐라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열대성 태풍인 사이클론이 마다가스카르를 덮쳐 바닐라콩 공급이 부족해지자, 천연 바닐라 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올해 바닐라콩 가격은 한때 ㎏당 600달러(68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데카스 설립자 팀 맥콜럼(가운데 모자 쓴 남성) [출처=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
바닐라콩 농부를 돕는 마다가스카르의 사회적 기업 ‘마데카스’(Madecasse)의 설립자 팀 맥콜럼(Tim McCollum)은 바닐라콩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당 100∼150달러 수준으로 복귀하는데 3∼4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마데카스는 마다가스카르에 생산되는 바닐라와 초콜릿의 원재료가 되는 식물 코코아를 공급하는 초콜릿ㆍ바닐라 전문 기업이다. 마데카스는 마다가스카르에서 8년간 평화봉사단원으로 일했던, 팀 맥콜럼과 브렛 비치(Brett Beach)가 2006년 미국에서 설립한 기업이다.

이들은 마다가스카르의 농산품를 거대 식품 기업들이 독점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코코아와 바닐라 생산 농부들에게 최대의 이윤을 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마데카스를 세웠다. 농부에게 농업 교육을 제공해 생산량을 늘리고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코코아 열매와 바닐라콩을 직매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농부가 얻는 이윤을 키웠다.

사이클론 이후 마데카스를 비롯해 바닐라콩 생산업체들은 바닐라를 더 많이 심는 등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재배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에 생산량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다가스카르의 바닐라콩 농부들 [출처=World Wildlife Fund]
바닐라콩 거래 업체들도 바닐라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닐라를 공급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더무 크리머리(Mother Moo Creamery) 대표인 캐런 클레멘스(Karen Klemens)는 “천연 바닐라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거대 바닐라 거래업체인 닐슨메이시(Nielsen-Massey) 부회장 크레이그 닐슨(Craig Nielsen)과 프랑스 바닐라 거래기업의 유로바닐유(Eurovanille) 회장 로랑 부르주아(Laurent Bourgois) 등 대표적인 바닐라 부호들도 현재 ㎏당 600달러로 폭등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 아이스크림 제조사 오포의 설립자 찰리 뛸리에 [출처=Oppo]
글로벌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들 역시 바닐라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천연재료만을 이용해 건강한 아이스크림을 제조하는 영국 업체 오포(Oppo)는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바닐라 추출물 공급업체를 다변화하는 중이다. 오포의 설립자 찰리 뛸리에(Charlie Thuillier)는 “태풍 이후 마다가스카르 현지 바닐라 공급업체로부터 바닐라 추출물 가격을 10배 이상 올리겠다는 요구를 받아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생산비용이 두 배로 늘어날 처지에 놓였다”며 향후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식품 업체들의 경우에는 최근 바닐라값 인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식품기업인 네슬레(Nestle)는 자사의 고급 아이스크림 브랜드 뫼벤픽의 가격을 2.5% 올렸으며, 영국의 젤라토(이탈리아 저유지방 아이스크림) 체인인 오도노(Oddono)는 아예 메뉴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뺐다. 오도노는 자사 고객들에게는 바닐라콩 확보가 원활해질 때 바닐라 아이스크림 판매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상식ㆍ윤현종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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