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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식의 수도, 페루의 맛④]미식혁명의 주역, ‘국민 영웅’ 가스통 아쿠리오
  • 2017.09.21.
[리얼푸드=페루(리마) 고승희 기자] 겨울이라지만 태평양이 불러들인 바람은 온화하다. 페루의 겨울은 평균 15~19도, 한국의 가을 같은 날씨다. 끝을 헤아릴 수 없는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계절이다. 스페인어로 ‘꽃을 보다’라는 뜻을 가진 페루의 신시가지 미라플로레스(Miraflores)를 거닐다 보면 우아하고 세련된 복합쇼핑몰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서 식사도 하고 쇼핑도 즐기니, 페루의 젊은이들도 이 곳을 즐겨찾는다. 
매년 약 40만명이 참여하는 남미 최대의 미식축제 ‘미스투라’에서의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 [사진제공=페루관광청]

라르코 마(Larco Mar)에는 현지 유명 식당부터 보편적 커피맛의 스타벅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페루의 ‘국민 셰프’로 불리는 가스통 아쿠리오(Gastón Acurio)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탄타’(Tanta)도 이 곳에 있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4위에 오른 리마의 센트럴 레스토랑 유일의 한국인 셰프인 정상 셰프와 ‘탄타’를 찾았다. 이 곳에선 페루의 전통 음식인 로모 살타도(Lomo Saltado), 안티쿠초(Anticuchos), 세비체(Ceviche) 등의 음식이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의 레시피로 다시 태어난다. 정상 셰프는 ‘탄타’에 대해 “누구나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맛의 레스토랑”이라고 설명했다. ‘페루의 맛’이 낯선 외국인이 먹어도 ‘실패 없는 맛’을 선보인다. 이 레스토랑은 전 세계 곳곳에서 만날 있는 최초의 프랜차이즈 페루 음식점이다. 

최초로 전 세계에 체인을 낸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의 레스토랑 ‘탄타’
가스통 아쿠리오를 비롯한 페루의 셰프들에게 ‘남미’는 작다. 페루는 지금 남미를 넘어 전 세계 ‘미식의 수도’로 떠올랐다. 지난 2011년부터 페루 요리는 ‘최고의 푸드 트렌드’로 선정됐고, 최고의 ‘미식 관광지’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도 여러 차례다. 페루 관광청에 따르면 페루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42%는 페루를 관광지로 선택할 때 발달한 미식 문화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초로 전 세계에 체인을 낸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의 레스토랑 ‘탄타’
페루가 전 세계 ‘미식의 수도’로 우뚝 서게 된 데에는 바로 이 사람,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의 역할도 크다. 페루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은 그에 대해 “페루의 백종원”이라는 수사를 곧잘 붙이곤 한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스타셰프인데다, 외식업계의 절대강자라는 의미에서다. 정상 셰프는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가장 쉬운 설명일 수 있다”며 “하지만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는 페루 국민들에게 더 깊이 들어가 있고,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타에서 판매하고 있는 음식들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는 페루의 ‘국민 영웅’이다. 페루 정부와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가 지난 10년간 쏟은 노력이 ‘미식 국가’ 페루를 만들었다. 페루관광청 관계자는 “페루의 요리를 세계인의 밥상으로 이끈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탄타에서 판매하고 있는 음식들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는 페루는 물론 남미와 유럽 전역에서 명성이 자자하고, 그가 등장하는 자리에선 셰프의 이름을 연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페루에선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가 선거에 나오면 최소 25% 이상의 고정 지지층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페루 국민들은 그를 차기 대통령 1위로 선호하고 있다.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가 1994년 미라플로레스에 문을 연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은 지난 2011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선’ 44위에 첫 등장한 이후 ‘2013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1위를 차지하며 페루 퀴진을 알렸다. 최근에도 그의 이름은 늘 순위권에 있다. ‘2017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선’에서 33위에 올랐다.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에선 페루 각지에서 재배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며 안데스 양고기, 야채, 곡물 허브 등과 페루 지역의 곡물인 퀴노아도 맛볼 수 있다. 

‘뉴 페루비안 퀴진’의 선구자인 페루의 국민영웅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
가스통 셰프의 요리는 리마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뉴욕, 파나마 등 전 세계 40개 도시에서 그의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세비체 전문점, 페루비안 샌드위치 전문점, 차이니즈 페루비안 레스토랑 등 각기 다른 15가지 컨셉트의 프렌차이즈 사업도 활발하다. ‘탄타’ 역시 그 중 하나다. 페루에서 15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인 박정우 씨(30)는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로 인해 페루 사람들이 자국 전통음식에 2~3만원 대의 가격을 주고 먹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자국에서의 변화와 인식 개선은 혁명의 시작이었다.

페루의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는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는 뉴 페루비안 퀴진(New Peruvian Cuisine)의 선구자다.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의 음식들

세계 최고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를 졸업한 후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유수의 셰프들과 페루의 요리를 세계에 알리는 운동을 시작했다.

가스통 셰프의 요리는 전통의 재해석이자, 전통을 흔드는 혁명이었다. 해안, 아마존, 고산지대에서 온 다양한 지형과 기후에 기반한 식재료와 페루 전통음식의 요리법을 연구해 페루의 전통 음식에 모던한 기술과 플레이팅을 가미했다. 단지 로컬 재료에 유행하는 조리법을 입힌 것이 아니라, 페루 전통 요리의 특색을 살리면서 셰프로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덧입히는 방식이었다. 2008년 발간된 그의 저서 ‘500 아뇨스 데 퓨전(500 Anos De Fusion)’은 500년 페루 퀴진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셰프의 감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의 음식들
가스통 아쿠리오 셰프의 ‘혁명’은 자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으며, 페루를 넘어 남미를, 전 세계를 흔들었다. 가스통 셰프의 요리로 인해 전 세계 미식업계가 페루를 주목했고, 이젠 해마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페루의 레스토랑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게 됐다.

애초 10여명의 셰프로 시작한 이 운동은 점차 규모가 커져, 현재는 재료 생산자를 포함해 약 1000여명이 함께 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일도 가스통 셰프의 몫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요리학교를 설립해 후배 양성에도 힘써 페루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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