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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의 역습, 식탁의 배신]“감자재배, 올해에도 100m 올려야 해요”-시리즈를 시작하며
  • 2017.09.27.
-‘지구의 역습, 식탁의 배신’ 시리즈 기획
-감자, 커피, 쌀 등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식량자원의 위기
-대안과 실천방안 모색

[페루(리마ㆍ피삭)=고승희 기자]남미의 계절이 한 겨울로 접어들었는데도, 안데스의 대기는 온화하다. 기온 상승의 영향이다. 하늘이 가까운 곳에선 ‘마른 땅’을 향해 억센 태양의 기운이 쏟아진다. 지난 7월, 페루에서 만난 젊은 농부 아니세또 꼬요꼬요는 “자꾸만 감자 재배 지역이 높아지고 있다”며 깊어진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올해도 또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페루의 ‘스타 셰프’인 센트럴 레스토랑의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VIRGILIO MARTÍNEZ) 셰프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얼굴엔 금세 그늘이 졌다. 그는 “안데스의 기온이 올라 감자 재배지역이 점점 이동하고 있다”며 “올해에도 100m나 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땅이 오염돼 생산성이 떨어지니 고지대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데스는 전 세계 ‘감자의 고향’이다. 1만년 전 뿌리내린 이 땅의 ‘생명’이자, 잉카문명이 남긴 ‘유산’이며, 수천년 간 ‘인류의 허기’를 채운 세계 4대 작물 중 하나다. 안데스의 감자는 과거 2500~3000m에서 재배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3500m 이상으로 가야만 정상적인 생육이 가능하게 됐다. 고도가 올라간 만큼 재배 면적은 줄고 있다. 2050년을 기점으로 페루에선 사막과 해안 지대에서 재배되는 감자는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의 역습’이 눈앞에 드러나고 있다. ‘감자’가 사라질 위기다. 감자만이 아니다. 지구촌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식탁에서 많은 ‘주식’(主食)을 잃고 있다. 2013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5차 평가보고서에선 2050년까지 주요 작물의 생산량이 8%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UN FAO)는 ‘2016 식량농업 상황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를 세계 식량안보의 주된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지금 기후변화는 기우가 아닌 재앙으로 우리앞에 성큼 다가왔다. 이에 헤럴드경제 리얼푸드는 ‘감자의 원산지’인 페루를 출발점으로 삼아, 기후변화로 우리의 식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식량 자원의 미래를 만나고 왔다.

감자는 물론 쌀, 옥수수, 세계인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은 ‘커피’, 웰빙시대의 건강 간식 ‘아몬드’가 기후변화의 영향권 안에 들어섰다. 케냐에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옥수수 재배가 어렵고, 베트남에선 바닷물의 유입으로 쌀 농사가 쉽지 않다. 세계적인 커피벨트인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에선 커피 생산에 타격을 받는 해가 늘었다. 수은주가 섭씨 1도씩 올라갈 때마다 곡물 생산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바닷속 자원은 살아갈 곳을 잃고 있다. 전 세계 수자원이 되고 있는 빙하는 녹아내려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인류의 식량자원, 황폐화된 땅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삶을 뒤흔든 지구의 위협을 견디고 있는 현장에선 기후변화를 이겨내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눈앞의 재앙이 닥친 현장에서 찾은 실천 노력을 통해 지구를 위한 첫 걸음을 제시하고자 한다.

shee@heraldcorp.com
[리얼푸드 특별취재팀=권남근(팀장) 고승희 육성연 박준규 김태영 기자]

‘지구의 역습, 식탁의 배신’ 기획순서
1. 감자(페루)
2. 커피(베트남)
3. 커피(페루ㆍ케나)
4. 쌀(베트남)
5. 옥수수(케냐)
6. 아몬드(미국)
7. 물고기(케냐)
8. 빙하(남미)

※ 이번 기획보도는 지난 2월, 삼성언론재단이 공모한 기획취재 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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