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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식의 수도, 페루의 맛⑧]“요리사가 행복해야 먹는 사람도 행복하죠”…미츠하루 쓰무라 ‘마이도’ 오너 셰프
  •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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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리마(페루) 고승희 기자] ‘살룻(Salud!, 건강을 위하며 ‘건배’)’

오픈 시간이 다가오자 레스토랑은 분주해졌다. 인터뷰 중 미츠하루 쓰무라(Mitsuharu Tsumura) 셰프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 직원들이 모인 테이블로 향했다. 75명의 ‘마이도’(Maido)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합창하듯 ‘건배’를 외쳤다. 마침내 오픈! 이제 막 하루를 여는 사람들처럼 활기차고 경쾌하다. 
‘마이도’ 레스토랑의 미츠하루 쓰무라 셰프는 페루의 미식 혁명을 이끈 막내 세대로, ‘닛케이 퀴진’을 이끌고 있는 페루의 스타 셰프다.
손님들이 모습을 보이면 레스토랑 안엔 일정한 리듬이 생겨난다. 한 사람이 선창하면 경쾌한 화음으로 또 한 번 ‘살룻!’(만날 때 하는 인사ㆍ안녕). 이번엔 ‘인사말’이다. 부드러운 운율로 흐르는 건강한 인사가 귀에 착착 감긴다. 뜻밖의 환대를 받는 순간, 이 곳을 찾는 모두는 ‘오늘의 주인공’이 된다. ‘행복한 시간’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마이도 레스토랑 외관

레스토랑은 ‘셰프’를 닮는다. 음식은 당연하고, 식기 테이블 조명 음악은 물론 그 안의 사람들에게도 오너 셰프의 철학과 정서가 스민다. 마이도의 오너 셰프는 일본계 페루인 미츠하루 쓰무라(36). 페루의 ‘미식 혁명’을 이끈 막내 세대로, 그의 애칭은 ‘미차’(Micha)다. 이름을 대신한 애칭이 주는 친근함과 재기발랄함은 마이도의 분위기와 닮았다. ‘마이도’는 들어설 때부터 자리로 안내 받아 메뉴를 선택하고, 요리마다 설명을 듣고 식사를 마친 뒤 레스토랑을 떠나는 순간까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곳이다. 이 곳은 미츠하루 쓰무라 셰프의 또 다른 얼굴처럼 보인다.

“제게 요리는 ‘최고의 행복’이에요. 어딜 가서 발표를 하거나 강의를 할 때 사람들에게 요리하는 이유를 물어요. 행복을 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요리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먹는 사람도 행복하니까요”(미츠하루 쓰무라 셰프)

미츠하루 쓰무라 셰프는 “요리를 하며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놀라는 표정을 즐기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강조했다.
‘닛케이 퀴진’(Nikkei Cuisine)의 대명사가 된 마이도의 인기가 뜨겁다. 2009년 오픈 1년 만에 페루 유력지(El Comercio)가 선정한 ‘2010년 최고의 요리사’이자, TV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2011)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스타 셰프’ 덕분이다. “2개월에 한 번씩 예약을 받는데 며칠이면 예약이 꽉 차요.” 마이도는 페루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레스토랑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관심도 높다.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명성을 쌓았다. 2015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50 중 44위, 2016년 13위, 2017년 8위에 올랐다. 올해엔 마침내 남미를 석권(월드 베스트 레스토랑50 2017 남미 레스토랑 1위)했다. 페루 레스토랑이 정상을 차지한 것은 ‘센트럴’(CENTRALㆍ2014),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Astrid y Gastonㆍ2013)에 이어 세 번째다. 미츠하루 쓰무라 셰프를 만나러 지난 7월 마이도로 찾았다.

▶ 페루 속 일본…“페루 80 : 일본 20으로 만든 닛케이 퀴진”=이 곳은 페루 속 ‘작은 일본’이다. 통유리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가장 먼저 스시바가 얼굴을 내민다. 동양적 요소를 강조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다소 차분한 고급 일식당과는 달리 마이도엔 역동적인 공기가 흐른다. 미츠하루 셰프는 내내 주방 앞에 서서 식당을 진두지휘한다. 스시바에서 싱싱한 생선을 섬세하게 다룰 때, 음료바에선 짤그락짤그락 얼음 부딪히는 소리가 섞여 나온다.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이 마이도를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으로 만든다.

마이도는 페루 미식 문화에 있어 상징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페루 토박이’인 일본계 셰프가 만드는 ‘닛케이 퀴진’. 셰프의 음식은 페루 미식사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이민 문화와 결합’한 페루 퓨전 요리의 걸작으로 꼽힌다. 
기존 세비체의 요리 방식을 깬 마이도의 얼린 세비체

“닛케이 퀴진은 페루의 식재료에 일본인의 테크니컬이 가미된 요리를 상징해요. 마이도의 음식도 그렇게 소개를 하고 싶어요.”

페루와 일본의 역사는 각별하다. 1990년부터 10년 간 집권한 일본계 2세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으로 인해 페루 사회에 일본인의 영향력은 커졌다. 미식사에서 끼친 영향은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들은 1890년대 페루로 이주했다. 농업에 종사하던 일본인들이 식당을 경영하며 페루 음식엔 변화가 생겼다. “오니가미, 오타니, 이무라, 사또 등 일본인 가문들이 지방에서 활동하다 리마로 올라와 해산물 식당을 시작했어요.”

페루를 상징하는 대표 음식 ‘세비체’는 페루와 일본의 ‘합작품’이다. “1960년대 이전까지의 세비체는 생선에 라임을 뿌리는 정도였어요. 일본인들의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세비체는 다양성을 추구하게 됐죠. 생선의 종류를 확대했고, 양념의 변화가 생겼어요.” 일본인 이민자들은 세비체의 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마이도 코스 요리

마이도의 세비체는 그 진화의 중심에 있다. 흰살 생선이 주를 이루는 여느 세비체와 달리 마이도에선 참치, 고등어, 정어리는 물론 문어 등 다양한 해산물도 사용한다. 조미료의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간장, 된장은 물론 다시마의 종류인 나시도 사용해요. 맛을 보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죠.”

미츠하루 셰프의 미식 세계에는 경계가 없다. 하지만 그의 ‘닛케이 푸드’엔 분명 페루가 담겼다. 태평양부터 아마존을 아우르는 풍부한 식재료와 페루의 정체성도 녹였다.

“전 ‘닛케이’이지만 페루 사람이에요. 페루에 얼마나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일본적 요소를 첨가하는 것이지 아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건 아니에요. 페루적인 요소가 80%, 일본적인 요소가 20%죠.”

미츠하루 쓰무라 셰프는 “요리를 하며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놀라는 표정을 즐기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강조했다.

▶ ‘발상의 전환’이 만든 요리…“가장 중요한 것은 맛”=하얀 눈꽃이 필 만큼 차갑게 냉동시킨 돌판 위에 연노란 빛깔의 알갱이가 자리를 잡았다. 상큼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처럼 보이지만, 레몬으로 만든 소스를 얼려 알갱이로 만든 세비체다. 마이도의 메뉴는 11가지, 15가지 코스에 다양한 단품이 더해진다. ‘닛케이 체험’(NIKKEI EXPERIENCE) 코스로 제공되는 퓨전 요리를 만나고 있으면 미츠하루 쓰무라 셰프의 기발한 창의력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미츠하루 셰프가 음식을 만드는 방식에 틀에 박힌 것은 없다.

“요리는 음악과 같다고 생각해요. 정해진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 때의 파트 별로 만들어 더해보기도 하고 빼보기도 하죠. 특정한 법칙대로 요리를 하지 않아요. 때로는 즉흥적으로, 때로는 계획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요.”

그는 “일상이 요리”라고 했다. “샤워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고, 여행 중 맛 본 음식을 잊지 못해 ‘같은 재료로 새로운 음식을 재창조하는 경우’도 많다. “이게 뭐로 보여요?” 미츠하루 셰프는 인터뷰 중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미츠하루 셰프의 눈에 장난기가 넘쳤다. 달걀이 고슬고슬 올라간 볶음밥 사진이었다. “달걀처럼 보이나요? 고구마를 라면처럼 보이게 만든 디저트예요. 짭짤한 맛이 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달달하죠.” 예측을 깨는 ‘완벽한 반전’이다. 보기와는 다른 ‘의외의 요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제 막 개발 중인 음식’이자, 셰프의 ‘비밀병기’였다. “독창적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속이는 걸 좋아해요. 제가 요리를 내놓을 때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놀라는 표정을 즐겨요. 제 창의력의 원천은 재미에 있어요.”

미츠하루 셰프의 요리는 그의 기발함 덕에 ‘발상 전환의 연속’이다. “하나의 식재료가 특정 요리만 해야한다는 생각을 깨려고 해요. 스튜를 만들어야 하는 감자나 뿌리채소로 쿠키나 전을 만드는 식이죠.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자면 특정 식재료는 특정 요리만 해야 했죠. 전 모든 식재료를 모든 요리 방식에 적용해요.”

‘발상의 전환’과 ‘창의력’은 마이도 요리에 세계적인 명성을 안겼다. 그럼에도 셰프가 최고로 치는 것은 따로 있다. 그는 단호하고 간결하게 한 마디로 말했다.

“사브로사!(sabrosaㆍ맛있는)” 바로 ‘맛’이다. “창의력은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에요. 전 제 요리의 맛에 대한 확신이 있고, 요리사로의 역량을 믿어요. 제 요리는 맛있어요. 음식은 아무리 창의적이라 해도 결과적으로 맛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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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마이도’ 레스토랑의 미츠하루 쓰무라 셰프는 페루의 미식 혁명을 이끈 막내 세대로, ‘닛케이 퀴진’을 이끌고 있는 페루의 스타 셰프다.

사진2=마이도 레스토랑 외관

사진3, 6, 7= 미츠하루 쓰무라 셰프는 “요리를 하며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놀라는 표정을 즐기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강조했다.

사진4=기존 세비체의 요리 방식을 깬 마이도의 얼린 세비체

사진5=마이도 코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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