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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통 반찬가게의 진화…“밑반찬부터 찌개까지 셰프가 만듭니다”
  • 2017.11.08.
- 반찬 전문점 ‘슈퍼키친’ 최건영 대표 인터뷰
- 위생ㆍ건강ㆍ맛 아우르는 ‘2세대 반찬가게’ 지향
- 셰프가 즉석에서 바로 만드는 ‘라이브 키친’ 인기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휴가ㆍ월급ㆍ재테크…. 월급쟁이 직장인들을 늘 따라다니는 ‘연관 검색어’들이다. 하나를 더 추가하면 ‘창업’도 빼놓을 수 없다. 커다란 조직의 톱니바퀴 하나로 살기보다는, 자기만의 사업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많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지난 6월 반찬가게 ‘슈퍼키친’을 차린 최건영(35) 대표. 그도 1년 전까진 그런 직장인 중 하나였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대형 건설사의 ‘최 대리’였던 시절이다. 회사를 관두고 창업하겠다니 주변에선 다들 말렸다. 더구나 ‘반찬가게’를 열겠다니까 더 심하게 말렸다고 한다. 

슈퍼키친 최건영 대표가 아현동 매장 앞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손에는 셰프들이 주방에서 손수 만든 반찬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가 한 연설에서 ‘짜여진 틀 속에서 작은 존재로 사는 것도 의미있지만, 내가 만든 뭔가로 세상이 조금 바뀐다면 더 의미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어요. 제 머리를 때렸죠. 틀을 부수고 나와야 한다고 저는 해석했어요.” 그렇게 창업을 작심했다.

2세대 반찬가게
그는 지난해 초, 회사의 외국 부동산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일본 도쿄의 골목상권을 돌아다녔다. 동네마다 성업 중인 반찬가게들을 눈여겨봤다. “불경기 이후 일본에선 사람들이 자기 동네에서 소비하는 게 트렌드로 자리잡았더라고요. 거기서 ‘동네에 집중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작년 12월부터 사업 준비에 돌입했다. 대학 후배인 허정민(29) 이사와 의기투합해 사업 기초를 다졌다. 두 사람은 기본적인 사업 콘셉트를 ‘요리사가 만드는 반찬가게’로 설정하고 30~40대 가구를 겨냥한 사업모델을 짜냈다. 수소문 끝에 호텔에서 근무했던 셰프를 영입해서 메뉴 리스트를 구성했다. 시장, 대형마트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반찬가게도 탐방했다.

주방에서 나온 반찬은 용기에 정갈하게 담겨 쇼케이스에 진열된다. 매장은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

최 대표는 “전문 요리사들이 반찬을 만들어 파는 콘셉트로 사업하는 곳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어요. 기존의 ‘반찬가게’라는 단어로 묶기엔 조금 어색한, ‘2세대 반찬가게’가 앞으로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음을 느꼈죠”라고 했다.

그의 가게는 서울 아현동에 있는 3800여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상가에 있다. 점포 면적(66㎡)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방에서 각종 먹거리가 만들어진다. 포장용기에 깔끔하게 담겨 냉장 쇼케이스에 진열된다. 아이보리색이 살짝 섞인 노란빛으로 인테리어된 매장은 깨끗하고 화사하다는 인상을 준다.

슈퍼키친 주방에서 조리하는 정혜진 셰프. 그는 파크하얏트 호텔 한식팀장 출신이다.

슈퍼맨 그리고 슈퍼키친
슈퍼키친에서 취급하는 메뉴는 90여가지에 달한다. 우엉조림, 콩자반, 각종 무침과 장아찌, 김치 같은 밑반찬과 국ㆍ찌개는 기본. 여기에 셰프들의 손에서 나온 각종 일품요리와 프리미엄 메뉴, 샐러드 메뉴도 갖췄다. 생연어표고버섯조림, 연어스테이크, 떡갈비, 닭가슴살유린기샐러드 등이다. 뭘 고를지 고민이 될 정도다.

슈퍼키친이란 이름에는 '부엌에서 시간 쓰지 마라, 우리가 뭐든 대신 차려드리겠다'는 자신감이 녹아있다.

최 대표는 “집에서 만들기 어렵거나 번거로운 것들을 주로 만듭니다. 떡갈비와 샐러드가 가장 인기 품목이다"며 "가게 이름에선 슈퍼맨이 연상되길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에서 신메뉴를 아이디어르 얻기도 한다. 등갈비찜, 고등어구이, 잡채 등으로 구성된 ‘시부모님 방문 세트’가 대표적이다. “주말에 시부모님이 오신다는데 뭘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라는 고객의 말이 최 대표에게 영감을 줬다. 여기에 더해 단골 고객들을 대상으로 쿠킹 클래스를 열어 레시피를 공유하기도 했다. “카카오톡으로 공지를 띄우면 이틀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누군가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파는 만큼, 맛과 위생은 철저히 챙긴다. 최 대표는 “전문 음식점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맛을 제공하는 게 원칙이에요. 조미료나 설탕을 최소화하는 것도 물론이고요. 매일같이 황태 머리와 채소를 넣고 육수를 끓여서 모든 메뉴의 베이스로 삼는데, 이러면 천연의 단맛과 감칠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는 자기 가게의 경쟁 포인트 하나로 ‘라이브 키친’을 꼽았다. 고객이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서비스다. 고객들은 갓 만든 따뜻한 음식을 가져갈 수 있다. 셰프들도 요리사로서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 긍정적인 반응이다.

전통시장의 메리트
슈퍼키친 오픈 초기엔 식재료 대부분을 전문 업체를 통해 납품받았다. 비용은 아낄 수 있었지만,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가끔씩 상태가 좋지 않은 식재료가 들어왔던 것. 

매장에선 기본 밑반찬부터, 일품요리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지금은 고기, 채소 따로 주문해요. 주방에서 쓰는 채소는 주로 인근 아현시장에서 사옵니다. 신선한 채소를 가까이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이점이에요. 더구나 시장에선 덤도 기대할 수 있죠. 알배추를 5000원어치 사면 5~6포기씩 아낌없이 주세요.” 이렇게 하면서 이웃 상인들과의 연대감도 높아졌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내년엔 서울 다른 지역에서도 슈퍼키친 매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후속 점포의 입지 조건은 딱 두 가지다. 20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배후수요를 갖췄으면서, 주변에 전통시장이 있을 것. 최 대표는 서울 서대문과 왕십리 일대를 유심히 보고 있다.

시장이 크면 경쟁자들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제 오픈 6개월을 바라보는 슈퍼키친에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중견기업, 대기업들도 반찬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요. 그들은 자본, 인력, 정보에서 저보다 우위에 있죠. 그래서 슈퍼키친은 고객의 이야기에 늘 귀 기울이고, 재빨리 움직이는 걸 경쟁력으로 삼으려 해요. 저희가 한식을 정성스럽게 차려드릴테니, 가족들이 모여서 피자나 치킨 드시지 말고 맛있는 식사를 즐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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