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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 음식은 상한 음식뿐, 음식은 과학으로 이해해야…”-최낙언 식품공학자
  •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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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음식, 당연히 중요하죠.”(최낙언 식품공학자)

동양에선 예로부터 ‘약식동원’을 강조했다. 음식이 곧 ‘약’이라고 믿었다. 서양 의학자의 말을 통해 ‘약식동원’은 더 강력한 힘을 얻었다. 히포크라테스까지 언급된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 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는 명언. 그런데 이처럼 ‘약식동원’에 매달리는 민족은 한국과 중국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는 음식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이나 매도는 경계하며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고 강조한다.

“사실 약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 가장 평범한 상태가 건강한 거죠. 사람들은 종종 뭔가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을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강력한 것을 먹으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하죠.”

‘약식동원’의 세상에선 건강 과잉 정보가 많아진다. ‘음식’은 일찌감치 약이 됐다. 지금은 ‘슈퍼푸드’라는 이름의 ‘만병통치약’(?)들도 많다. ‘OO에 좋은 음식’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음식으로 못 고칠 병은 없다고요? 거짓말이에요. 먹어서 나으면 그건 약이죠.” 과학의 프레임으로 음식을 해석하는 그다운 발언이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는 사실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제과회사의 연구원 출신이다. 그의 변신은 2009년. 직장생활 중 잘못된 지식과 오해로 인해 식품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다.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개인 홈페이지를 열었다. 그 후 9년. 그의 이름 뒤엔 ‘식품공학자’라는 직업이 따라다니고 있다. 그간 식품에 관해 쓴 책은 10권이 넘는다. 최근 서울 수서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TV속 건강 전도사들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식품은 OO에 좋아요.”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대신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고 말한다. 

▶ “나쁜 음식은 상한 음식”=“누구나 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죠.”

바야흐로 100세 시대. ‘불로장생’을 꿈꾸던 역사 속 주인공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놀랍게도 인간은 최장수 동물이 됐다. 그런데도 ‘장수’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그가 조금 과장을 섞어 말했다. “가끔 사람들은 인간의 수명이 300살쯤 되는 줄 착각하고 있어요.(웃음)”

그는 인간의 “최대 수명은 115세”로 예상된다고 했다. “122세까지 산 사람은 예외 중 예외죠.” 그의 저서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에 따르면 인간이 100세에서 110세가 될 확률은 1/1000, 110세에서 120세 될 확률도 1/1000이다. 평균 수명은 빠르게 늘었지만, 최장수 기록은 멈춰있다. 즉 ‘이번 생은’ 여기까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생각엔 인간이 뭔가 잘못된 것을 먹어서 제 수명을 깎아먹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인간은 엄청나게 통제하고 살면서 무려 100세를 넘기고 있어요. 게다가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건강해요. 그런데도 더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집착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 불안은 음식으로 향한다. ‘좋은 음식’, ‘나쁜 음식’을 가르다 보니 부작용도 없지 않다. 탄수화물은 ‘비만의 원인’으로 꼽히고, 달걀은 한 때 ‘콜레스테롤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런 저런 정보를 합치면 세상엔 정말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는 셈이 돼요.”

어떤 음식들은 ‘경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런 식품들은 ‘노화 방지’와 맞닿아 있다. “유일하게 통하는 이론이 항산화제 이론이에요. 갈수록 활성산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니까요. 안토시아닌, 플라보노이드…. 이름은 다양하지만 이론은 같아요. 누구도 반박을 못 하죠.”

그는 “슈퍼푸드를 먹으면 활성산소가 바로 사라져 노화가 늦춰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은 지난하다”고 말했다. “음식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선 지금보다 수백~수천 배를 더 먹어야 해요. (웃음)”

최낙언 식품공학가는 모든 식품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일방적인 찬양이나 매도는 경계한다.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아지는 사람도 있고, 더 나빠지는 사람도 있어요. 음식만큼 허기질 때, 영양분이 떨어질 때 좋은 치료제는 없죠. 그런데 거기서 멈춰야 해요. 뭐가 더 좋을까, 뭐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들을 하죠. 내 몸에 맞춰 적당하게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해결사가 되기를 바라는 거예요. 나쁜 음식은 없어요. 나쁜 음식은 상한 음식이에요.”

▶ 문제는 과식, “소식만이 유일한 친환경의 길”=2017년 전 세계 식품업계 트렌드는 ‘건강’. 몸에 좋다는 음식에 손이 가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좋다’는 음식도 많고 먹을 것도 넘쳐나게 됐다. “인간만큼 잡다하게 먹는 동물도 없어요. 초식동물들도 아무 풀이나 먹지 않아요. 먹던 풀 몇 가지만 먹고 있죠.”

그는 “좋다는 음식을 과식하는 것보다 차라리 나쁜 음식을 소식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현대인의 식습관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과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과식)도 어찌 보면 칭찬해줄 부분이 있어요. 물고기는 클 수 있을때까지 계속 먹어요. 그래도 인간은 그렇게 먹을 수 있는 여건이 됐지만 어느정도 자제하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그는 ‘소식’을 강조한다.

소위 ‘블루존’이라고 불리는 장수촌. 현대인이 그토록 동경하는 그 곳 사람들의 식습관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뭐든지 적당히 익숙하게 먹던 것을 먹는다”는 것이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는 “소식이 그나마 검증된 장수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식사량을 줄이면 장수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도 그의 저서에서 식사량을 줄이면 “활성산소의 생성을 줄여 노화를 늦춘다”고 했다. “식사량을 줄이면 비만, 대사질환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된다. 빠르게 늘어나는 육류 소비와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유일한 친환경 대책”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 몸은 하루 평균 1.5kg을 먹어요. 그런데 사람마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800g, 어떤 사람은 400g을 먹죠. 그리고 특별한 상태가 아니라면 조금씩 살이 쪄요. 안 찌면 좋겠지만, 몸은 절대로 내 말을 듣지 않아요. (웃음) 그런데 그걸 억지로 하려고 하면 몸은 더 망가져요. 가장 바람직한 것은 맞춤형이에요. 내 몸에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마그네슘을 찾아먹으면 돼요. 그만큼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겠죠. 물론 그게 쉽지는 않지만요.”

그는 “음식은 과학으로 이해하고 문화로 소비할 때 최고의 가치를 가진다”고 말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지금은 좋은 음식, 나쁜 음식에 매몰돼 맛에 대해선 음악처럼 취향을 따지지 않는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가 피카소의 그림을 좋아하는 건 그 사람의 그림뿐 아니라 스토리와 문화를 함께 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음식은 맛과 건강만 생각해요. 다양한 방식의 스토리와 연결돼야 해요. 음식을 숭배할 필요는 없어요. 집밥을 찬양할 게 아니라 엄마를 찬양해야죠. 맛있게 먹으면서 비만으로 가지 않도록 하고, 내가 행복하면서도 인류와 미래를 도울 수 있어야 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야죠.”

인터뷰 말미에 ‘음식을 과학으로 이해하고, 문화로 소비하는’ 식품공학자의 평소 식단이 궁금해졌다. 어떤 음식을 즐겨 먹냐고 물었다. “먹는 것에 관심이 없어요. 좋다고 챙겨먹는 건 없어요. (웃음)”

shee@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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