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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한 학교밥③]알레르기 식품 걷어낸 맞춤식단...알레르기 걱정 '제로' 학교밥
  • 2017.11.20.
-서울 서초구 반원초등학교
-
식품 알레르기 중점관리...견과류 뺀 멸치볶음, 돼지고기 없는 카레 등

청소년들이 먹는 음식을 건강한 식재료로 올바르게 만드는 건 청소년 성장에는 물론 교육적으로도 중요합니다. 올해 초부터 ‘건강한 회삿밥’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리얼푸드’는 이를 청소년으로 확대, 식품의약품안전처ㆍ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한끼’를 만들고 있는 학교를 연속으로 소개합니다. 리얼푸드의 건강한 학교밥 시리즈가 건강한 회삿밥과 함께 매일 먹는 급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건강한 기획이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자리 잡은 반원초등학교 점심시간. 3학년 임지원 양의 책상 위에는 작은 원통모양의 스테인리스 반찬용기가 놓여있었다. 다른 아이들의 책상엔 없는 것이었다. 뚜껑을 여니 애호박, 당근, 숙주나물과 버섯볶음이 수북하게 들어 있었다.

이날 학교 점심 메뉴는 찰현미녹미밥·우거지갈비탕·임연수구이·오절판·석류무쌈·깍두기·멜론. 이 가운데 오절판은 채소와 버섯, 계란 지단으로 구성됐지만, 난(卵)류 알레르기가 있는 지원이에겐 계란을 뺀 ‘사절판’이 제공됐다. “계란하고 우유 먹으면 큰일나요.” 급식판을 깨끗하게 비운 지원 양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말했다.

담임선생님은 “지원이 말고도 학교에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이 많은데, 급식실에서 개별 반찬을 따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원초 3학년 한 학급의 점심시간 풍경. 배식을 맡은 학생들은 서툰 손길로 밥과 반찬을 친구들 식판에 담아준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식품 알레르기’ 특별관리

강남의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반원초엔 1~6학년 1434명이 다닌다. 이 가운데 지원이처럼 특정식품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은 43명이다. 견과류, 계란, 돼지고기 등 저마다 다양하다. 이 학생들에겐 대체식이나,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뺀 반찬을 제공한다. 가령 멸치볶음엔 견과류를 뺀다거나 카레라이스엔 돼지고기를 넣지 않는 식이다.
 

점심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들.

2012년부터 이 학교의 영양교사로 일하고 있는 심미경 선생님은 ‘식품 알레르기 영양상담 기록지’를 꺼내 보여줬다. 거기엔 43명 학생들이 저마다 어떤 음식을 주의해야 하는지, 먹으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학기 초 학부모들과 대면으로 또는 전화로 상담을 하며 아이들이 저마다 어떤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지 파악한 결과물이다.

심 선생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아파트에서 자라왔고 워낙 가공식품에도 노출이 많이 되어서 알레르기를 가진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학생들을 관리하는 건 영양교사 한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학부모, 조리사, 담임 선생님 등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해야 가능하다”고 심 선생님은 강조했다. 
점심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들.

“아이들이 43명뿐이더라도, 조리하는 입장에선 손이 굉장히 많이 가는 일이에요. 저는 물론이고 조리사, 담임선생님이 알레르기 관리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관심을 가져야 해요. 빼야하는 식재료를 실수로 넣어서 조리한다거나 A학생에게 가야 할 반찬이 B학생에게 전달되면 안 되거든요. 한 아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신경을 써요. 다행히 서로 박자가 잘 맞아요.(웃음)” 

그는 매일 점심 배식을 앞두고, 각 반 담임선생님들에게 ‘오늘 OOO 학생에게 이런 대체식이 제공되니 잘 챙겨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다. 학부모들에게는 ‘오늘 점심 메뉴에서 알레르기 유발하는 OO를 뺀 반찬을 제공했다’고 메시지를 전송한다.

이렇게 알레르기 관리를 하더라도 시나 교육청으로부터 추가의 예산ㆍ인력 지원이 나오지 않는다. “단체급식에서 개별적인 관리는 결코 쉽지 않아요. 그래도 조리사가 1명이라도 지원된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간 것을 해보고 싶어요. 가령 장염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죽을 따로 끓여서 제공하는 거죠.”

반원초의 급식 메뉴들. ‘기장 현미밥과 오절판, 석류무쌈’, ‘곤드레밥과 오삼불고기’, ‘검정콩밥과 소시지 멸치볶음 도시락’, ‘완두콩밥과 훈제오리’(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반원초 제공]


▶못먹던 실파가 좋아진 이유

반원초 급식실엔 매일 아침 학부모들이 찾는다. 급식 모니터링을 위해서다. 재밌는 건 다른 학교에선 통상 학부모들만 참여하지만, 반원초등학교에선 엄마와 아이가 한 팀을 이뤄서 활동한다. 영양교사는 그날그날 들어온 식재료를 소개하고 어떻게 조리할지 설명한다. 아이들에겐 채소 이야기를 듣고 맛보고 만져보는 것 자체가 소중한 교육이다. “학교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된 아이들은 편식도 안 하고 밥도 안 남기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푸드아트테라피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 [사진=반원초 제공]


한 달에 한 번 동아리 수업으로 진행되는 ‘푸드아트테라피’는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11월 수업에서는 ‘실파’가 수업 주제였다. 학생들은 1교시에서 실파를 이용해 가훈(좌우명)을 만들어 보고, 2교시엔 실파를 활용한 음식(실파강회)을 손수 만들었다. 미술과 식생활 교육을 한데 엮은 ‘하이브리드 수업’인 셈이다.

심 선생님은 “대개 초등학생들이 좋아하지 않는 채소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다”며 “실제로 만져보고, 음식을 만들면서 싫었던 채소에 호감이 생긴다”고 이야기했다.

이 수업에 참여하는 5학년 김윤지 양은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이 재밌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집에서는 실파를 잘 안 먹는데 친구들과 이렇게 같이 먹으면 왠지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서승연 양은 “집에서는 요리를 못하는데, 직접 채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면 뭔가 많이 배우는 느낌이에요”라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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