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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클립!]한눈에 읽는 ‘대한민국 미식(味食)’-대한민국 미식보감
  •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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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서도 음식과 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것은 물론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보와 시각을 다룬 책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알짜 지식을 리얼푸드가 ‘북클립!’을 통해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한국판 미쉐린 가이드로 불린 코릿(KOREAT)의 맛집 탐방기인 ‘대한민국 미식보감 KOREAT’입니다.

음식은 스토리다. 음식은 추억이며, 낭만이다.

어렸을 때 먹었던 간장계란비빕밥, 돼지국밥, 냉면의 맛을 잊지못해 우리는 오늘도 그때와 비슷한 맛을 느끼기 위해 맛집을 돌아다닌다. 재래시장 귀퉁이에서, 빌딩 속 대형 레스토랑에서, 여행지 식당에서 우연히 그 맛을 발견했을때 우리는 ‘혀의 감동‘을 느낀다. 애잔한 추억과 음식이 오버랩될때면 가끔 눈물을 훔치곤 한다. 



음식은 또한 사연이다. 토종 얘기만은 아니다. 만약 유년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이가 있다면 흑빵과 걸쭉한 스튜를, 쌀국수와 스티키라이스(찐밥)을 그리워할 수 있다. 어느 맛집에서 그때와 똑같은 맛을 느꼈다면 평생 단골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혀는 과거를 기억하고, 반추하는 독특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음식이 스토리라고 믿는 사람을 위한 책이 나왔다. ‘대한민국 미식보감 KOREAT(김영상 외 7인 저, 북오션 출판)’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맛집은 어디일까. 최고의 셰프는 누구일까. 맛에 일가견 있는 전문가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최고의 요리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맛은 어떤 사연과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이런 의문의 출발점에서 책은 시작됐다.

‘대한민국 미식보감 코릿(KOREAT)’은 위의 질문에 명징한 답을 내놓는다. 코릿(KOREAT)은 코리아(KOREA)와 먹다(EAT)의 합성어로, 국내 외식업계 종사자 및 미식 전문가는 물론 요리와 맛에 일가견이 있는 국내외 파워블로거와 일반인 등 총 100명이 오로지 ‘맛’으로 평가한 한국 대표 미식 레스토랑 서베이&랭킹이다. 코릿은 ‘한국판 미쉐린 가이드’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2017 코릿’에서 대한민국 대표 맛집으로 선정된 90군데와 그곳의 대표 요리, 최고수 셰프들의 요리철학과 살아온 이야기를 맛있게 풀어냈다. 대한민국의 입맛을 관통하는 현재와 미래의 미식 트렌드도 조명했다. 책 제목에 미식보감(味食寶鑑)이라고 감히 넣은 것이 도발적인데, 책을 읽다보면 그게 용서가 된다. 통상의 미식(美食)에서 더 발전된 개념의 맛에 천착한 미식(味食) 단어를 쓴 것도 책의 의도를 짐작케 한다.

저자는 김영상 외 7인이다. 김영상은 헤럴드경제 소비자경제섹션 에디터를 맡고 있다. 2017 코릿의 파트너로 우연히참여하면서 맛의 세계에 빠졌고, 부서 동료들과 함께 대한민국 미식에 대한 근원적 고찰에 매료되면서 결국 그 과정을 책에 담게 됐다. 동료 기자들은 전국의 맛집 탐방을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기자들이 썼지만, 맛의 초보자의시각으로 굳이 꾸미지도, 과장하지도 않고 순박하게 풀어낸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책은 네개의 파트로 나뉜다. ▷맛은 셰프다 ▷맛은 스토리다 ▷맛은 소통이다 ▷맛은 공존이다 등으로 구성했다.

책에선 셰프의 세계를 ‘내공의 세계’로 그리기도 한다. 셰프는 영화 쿵푸팬더 속 먹보이자 말썽쟁이인 팬더 포의 사부인 시푸이고, 포의 아빠인 거위 요리사 핑이기도 하다. 혹독한 수련기를 거쳐 내공 완성을 통해 모던한식부터 중국요리, 프렌치 요리, 이탈리안 요리는 물론 제주 향토음식까지 미식세계의 스펙트럼을 넓혀온 셰프들의 이야기에선 프리미엄 맛에 대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파트4에서는 환경파괴로 위험에 빠진 지구의 식재료, 그 심각한 현상을 경고한다. 페루에선 인류 원조식량 감자가 사라져가고 있고, 베트남의 젖줄이자 비옥한 땅인 메콩 델타는 바닷물에 침수되면서 쌀이 죽어가고 있고, 케냐 호수는 메말라 물고기가 실종되는 등 인간의 지구환경 파괴에 따른 지구의 역습이 도래하는 이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담겼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음식을 눈으로 읽듯이 서술했다는 것이다.

#1. 진진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미식가이거나 음식 관련 지식인이 많다. 평범한 맛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음식을 원하는 이들이다. 부담 없는 착한 가격에 행복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일반 손님들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번은 어느 단골이 모 호텔이 맛집이라고 해서 소문을 듣고 갔는데 가격만 비싸고 기대치 이하로 나와 화가 났다며 ‘자신의 입맛에 보상 받으러 왔다’고 오신 적이 있어요. 저를 믿고 오신 거지요. 그런 일이 있을 땐 뿌듯함을 느끼곤 합니다.”

팥소 없는 찐빵에 비유되는 멘보샤 역시 무조건 맛에 비중을 뒀다. 맛의 비결은 섬세함이다. 멘보샤는 다진 새우를 식빵 사이에 끼워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식빵이 타지 않게 하면서도 새우가 완전히 익어야 하는 온도를 알고 만들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단다. 온도를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능력, 고수 셰프의 초절정 기술 중 하나다.<맛있는 행복, 건강한 행복을 팝니다>에서.

#2. 밥깡패의 대표 메뉴 해녀파스타는 제주를 대표하는 해산물인 딱새우, 오분자기, 문어 등 3가지로 만든다. 제주 바다의 싱그러움을 음식에 녹였단다. 인기는 폭발했다. 상큼한 바다 향에 더해 오복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 자태까지 정갈해 ‘보는 눈’까지 맛있어지는 밥깡패의 한 끼는 최근 SNS을 이용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화제가 될 정도다. 그릇 테두리에 얇게 썰어놓인 문어살은 부드러워 따뜻한 파스타와 함께 씹으면 독특한 식감이 느껴진다. 크림소스를 입은 딱새우와 오분자기도 고유한 맛과 고소한 크림의 맛이 어우러져 아늑한 맛을 연출한다. 크림파스타인 해녀파스타는 여느 파스타와는 다르게 밀가루, 버터가 들어가지 않는다. 신 사장은 우유와 생크림으로만 소스를 만들어 단가가 높은 대신 느끼함이 없고 걸쭉하기보단 묽은 느낌이 강한 레시피를 선택했다. <맛ㆍ분위기ㆍ청결도 모두 깡패수준, 그게 매력이죠>에서.

음식 묘사가 생생하다.

책의 또다른 특징은 사진이다. 350컷의 음식 사진은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혀를 자극한다. 컬러풀한 요리 사진들은 황홀한 맛의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최근의 미식 트렌드인 ▷한식의 재발견 ▷건강한 맛 마니아 욜로족 ▷ 환경과 공존하는 채식 ▷클래식 ▷외식의 고급화 등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한가지 더. 부록에는 대한민국 맛집 90곳에 대한 정보가 담겼다. 한눈에 읽을 수 있는 맛집 정보다. 가본 곳을 체크하면서 새로운 맛에 대한 도전을 하는 기록장으로 사용해도 무방해 보인다.

출판사는 북오션. 분야는 요리ㆍ요리여행, 328페이지. 2만5000원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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