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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슴송편’의 우아한 변신
  •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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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송편 하나에 60g, 크기는 8~10cm.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다. 요즘 ‘대세’라는 한 입 크기 작은 송편들의 두 배다. 크기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영광 모싯잎 송편의 유래는 길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농사를 짓고 난 뒤 먹거리가 없을 때 모싯잎을 따다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조선 헌종 15년(1894)에 나온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영광 지방에선 새해 농사를 식작하는 첫 날 모싯잎송편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머슴들의 허기를 채워준 음식이기에 ‘머슴송편’‘으로 불렸다. 그 시절엔 일꾼의 나이만큼 커다란 송편을 줬다. 
모싯잎 송편

영광에서 자라는 모싯잎과 동부콩, 영광산 쌀로 만든 영광 모싯잎 송편은 그 ‘역사성’와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지난 5월 지리적 표시제 인증을 받았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리적 표시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품질과 명성, 역사성을 갖춘 식품에만 인증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모싯잎 미모사와 모싯잎 오이스터 온더 하프쉘, 동부콩 퓨레, 유자청에 재운 방울토마토, 모싯잎 페스토, 데빌드 에그

‘역사성’에 대한 부분은 문헌으로 남겨진 기록을 우선한다. 김영환 농림축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관리과 주무관은 “구전을 통해 인정을 받을 수도 있으나 대체로 다양한 문헌을 통해 해당 식품이나 농산물, 임산물을 먹어온 기록이 남겨진 경우라야 역사성을 인정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조건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 지리적 표시 인증은 엄격하고 깐깐하다.

영광모싯잎 송편은 2009년 첫 도전 이후 7년 만에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았다. 영광에서의 모싯잎 송편이 차지하는 경제력은 상당하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모싯잎송편과 굴비는 영광 경제를 이끄는 산업이다”라며 “영광 모싯잎 송편의 경우 연간 3000톤이 생산되며, 지역 경제 파급력은 167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광에 가면 영광 모싯잎 송편 가게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브레이즈드 삼겹살과 동부콩

지난 26일 서울 역삼동 와인주막 차차에선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과 김욱성 이트리 오너셰프(전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가 모싯잎 송편으로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송편의 주재료로 쓰였던 모싯잎과 동부콩이 전혀 의외의 메뉴로 소개됐다.

김욱성 셰프는 영광 모싯잎 송편이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된 이후 약 6개월간 영광에서 자라는 새로운 식재료인 ‘모싯잎’과 ‘동부콩’을 활용한 메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날 선보인 요리는 총 여섯 가지다.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영광 모싯잎 송편을 시작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메뉴들이 속속 등장했다.

김욱성 셰프는 “동부콩과 모싯잎으로 요리를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며 “처음엔 적절히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재료와 섞이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욱성 셰프는 모싯잎의 푸른 빛깔과 풋풋한 향을 강조한 메뉴를 주로 개발했다.

모싯잎을 곱게 갈아 설탕과 화이트 럼에 재운 모싯잎 미모사는 식전주로 나와 본격적인 메뉴를 맛보기에 앞서 입맛을 돋웠다. 

모싯잎 차돌박이 구이

뒤이어 등장한 모싯잎 오이스터 온 더 하프쉘은 석화에 모시와 레몬즙, 홀슬래디쉬를 섞어 만든 요리다. 신선한 굴과 푸릇한 모싯잎, 시큼한 레몬이 어우러져 미각을 깨운다. 동부콩으로 퓨레를 만들어 유자청에 재운 토마토 위에 얹고 올리브유를 뿌린 요리에선 독특한 맛의 조화가 어우러진다.

또 달걀을 삶아 모싯잎을 넣고 마요네즈를 채워넣은 데빌드 에그와 모싯잎 가루를 넣은 포카치아 빵도 선보였다. 포카치아 빵은 이날 선보인 메뉴 중 가장 인기가 좋았다. 특히 현직 셰프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신민섭 루블랑 오너셰프는 “모싯잎과 동부콩은 셰프들에게도 새로운 식재료다”라며“ 이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는데, 베이커리와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갈비찜을 만들듯이 고추장으로 브레이즈 한 삼겹살과 이 소스로 동부콩을 익힌 요리에선 동부콩의 독특한 식감이 요리를 살렸다. 문정훈 교수는 “동부콩은 콩과 팥, 녹두의 중간 정도 식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모싯잎 페스토로 마무리한 치돌박이 구이가 등장해 대미를 장식했다.

김욱성 셰프는 “모싯잎은 향이 강하지 않아 다른 요리에서도 모싯잎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며 “베이킹이나 디저트로 손색없는 식재료가 될 것 같다. 독특한 식감과 색감을 구현할 수 있으면서도 자른 재료의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아 천연색소로의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토종 식재료의 변신은 계속 된다. ’연남동 수제 소시지 장인‘으로 불리는 신민섭 셰프는 “오늘 모싯잎을 좀 받아가 소시지를 만들어 볼 계획이다”라고 귀띔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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