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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믹스 대신 원두커피, 라면은 신상 천국…소비자가 까다로워진다
  • 2018.01.04.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식품업계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었다. 많은 식품이 뜨고 졌다. 식품 소비의 다양성이 점차 늘고 있으며, 소비자는 나날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2017년 1월부터 12월까지 주요 상품의 매출 누계 순위를 집계한 결과를 발표했다. 봉지 라면이 3년간 1위 자리를 지킨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의 주인공은 수입맥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는 봉지 라면에 이어 매출 2위에 올랐다. 반면 ‘국민커피’로 인식됐던 ‘커피믹스’는 서서히 외면받고 있다는 점이 매출 집계에서 나타났다. 커피믹스는 지난 2년 연속 3위에 올랐지만 2017년엔 10위로 뚝 떨어졌다.

대형마트에서의 식품 소비 매출 순위는 소비자들의 식품 소비 성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학부 교수는 2018년 눈에 띄는 푸드 트렌드로 ‘식품 소비의 다양성’을 꼽으며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 차차 까다로워지고 있다. 기호식품을 시작으로 다양성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의 언급처럼 ‘까다로운 소비 감수성은 소비의 다양성’을 끌어내는 것은 물론 생산의 변화도 촉구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시장은 이제 다변화로 접어들었다. 


▶ 커피믹스 안녕…커피전문점도 다양화=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는 곳이 바로 커피 시장이다. 커피 시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미치는 영향이 다른 식품 분야보다 덜하다. 가격보다 개별 취향이 더 중요한 시장이다.

‘커피믹스’의 매출 감소는 주목할 만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커피믹스는 2012년 12조2389억원에서 2016년 9300억원 대로 시장 규모가 줄었다. 과거 커피믹스 중심의 문화는 점차 변화 추세다. 대신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이 부쩍 늘었다. aT에 따르면 2012년 1734억원에서 2016년 2516억원으로 늘었다. 또한 RTD(Ready to Drink)커피나 캡슐커피 등의 수요도 부쩍 늘고 있다.

커피 시장이 보다 세분화되고 규모가 커진 데에는 커피 전문점의 역할도 적지 않다. 문정훈 교수는 “커피전문점에서의 커피 소비 문화가 커피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며 커피 시장이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개별 시장이 늘고 있다.

문 교수는 “한국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하면서도 계속 증가하는 것은 소비자 개개인의 세부 취향에 따른 세부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스페셜티 시장이 확대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커피 프랜차이즈 컨설턴트이자 ‘커피 마스터클래스’의 저자인 신기욱 로스팅 마스터즈 대표는 “커피업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커피업계는 보다 전문성과 일관성을 갖춘 디렉터들의 등장으로 비로소 스페셜티 커피로서 면모를 갖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은 커피 소비에 있어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양한 원두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증가했다 생두 수입 국가의 비중에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1년 베트남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에티오피아 등 주요 5개국이 93.1%를 차지했으나 2016년에는 82.4%로 줄었다. 대신 신흥국의 비중이 3배나 늘었다. 


▶ ‘신상’ 기다리는 라면, 맥주 시장=라면과 맥주 시장은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특히 ‘신상품’의 인기가 높다.

아무리 ‘웰빙’, ‘건강’ 트렌드가 전 세계 푸드업계를 장악해도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막을 수가 없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인에게 있어 라면 시장은 가장 세련된 소비 취향이 드러나는 곳”(문정훈 서울대 교수)이라는 평가다.

라면 선택에 있어서만큼은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새로운 라면의 맛을 보는 것이 소비자들에겐 익숙한 일이 됐다. 그 결과 전통적인 라면부터 이색적인 라면들이 어우려져 식품 다양성을 형성하고, 소비 또한 달라지게 된다.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에 따르면 라면 시장에서 일반 라면(빨간 국물의 일반적인 라면)의 구매액은 2013년 이후 점차 감소 추세에 있는 반면 특수라면(짜왕, 불닭볶음면, 짬뽕 등 전통적인 빨간 국물 이외의 라면)은 2014년부터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16년엔 일반라면과 놀랍도록 격차를 줄였다.

라면 선택이 까다로워지며 식품 회사들은 부지런히 신제품을 출시한다. 농심의 경우 1980년~90년대에 이르는 20년 동안 연 평균 0.8개, 2000년~2015년까지 16년동안 연평균 1.3개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2016~2017) 연 평균 7.5개의 신제품을 쏟아내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춰나가고 있다.

맥주 시장에서서도 애주가들의 까다로운 취향이 투영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소비자 패널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5년 간 주요 국내 맥주(카스 하이트 클라우드 맥스 오비) 구매는 감소하고 그 외 다양한 맥주 브랜드의 소비가 늘었다. 실제로 수입 맥주의 소비는 부쩍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수입 맥주는 현재 취급종이 600여 종으로 확대됐다. 2017년 판매량도 3685만 개로 전년 같은 기간대비 33.1% 증가했다. 전체 식품 매출로는 2015년 12위, 2016년 7위, 올해 2위를 기록했다.


▶ 쌀은 너무 흔하잖아…신상 곡물이 뜬다=쌀 소비는 나날이 줄고 있다. 전통적인 곡물의 섭취 방식으로 밥을 지어먹던 쌀이나 잡곡, 두류의 소비는 정체하거나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전세계적인 슈퍼 곡물 트렌드에 발 맞춰 퀴노아와 같은 고대곡물이나 햄프씨드, 테프씨드 등의 씨앗류의 소비가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소비자 패널 조사에 따르면 기타곡물류의 구매액은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햄프씨드와 아마씨드가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가구당 연간 평균 구매액을 살펴보면 2016년 햄프씨드 소비량은 전체 기타 곡물의 64%를 차지했다. 아마씨드는 23%였다.

새로운 곡물은 섭취법도 다양하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도 섭취할 수 있지만 샐러드나 요거트에 곁들이거나 과일과 함께 갈아 스무디 형태로 섭취하는 트렌드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건강지향적 소비 트렌드가 반영되며 새로운 곡물들은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섭취 방식은 보다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곡물 제품군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문정훈 교수는 “새로운 곡물들은 밥으로 먹는 것뿐만 아니라 유아간식, 유제품, 간편식 등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영양소가 풍부한 곡물류가 대중적인 건강식으로 자리잡으며 곡물시장의 종류와 규모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p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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