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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의 역습, 식탁의 배신]<수산편②>“기후변화로 지쳐버린 제주 바다…문화의 뿌리도 흔든다”
  •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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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제주) 고승희 기자] 기후변화의 징후들이 제주의 숨통을 조이고, 문화를 바꾸고 있다.

현재민 제주 해양수산연구원 수산종자연구과장은 “기후변화와 난개발로 제주 바다는 자정 능력을 잃을 만큼 지쳐버렸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수온 상승으로 갯녹음 현상이 심화되고, 어장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아열대 어종은 나날이 늘어 제주 바다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분홍멍게와 그물코돌산호의 급증은 다른 해조류의 서식을 방해해 해녀들의 조업에 피해를 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가 내리지 않아 가무는 날도 늘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북부·제주시 건입동 제주지방기상청 지점)에는 평년(1497.6㎜)의 51.6%인 773.3㎜밖에 내리지 않았다. 192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강수량이다. 극심한 가뭄이 들었던 1929년(774.5㎜)이나 2013년(859.1㎜)보다도 비가 적게 내렸다. 현재민 과장은 “이 때문에 제주에선 제한급수를 진행했다”며 “점차 물 부족도 극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화리 해녀마을에서 물질을 마치고 나온 해녀가 앉아있다.

기후변화와 함께 다양하게 나타나는 문제들로 제주 해양연구소에서는 해마다 600억원을 투입해 ‘제주 살리기’에 공을 들인다. 풀이 사라진 바다에 풀을 조성(해족림 사업)하고, 종자(방류사업)를 뿌린다. 인공어초 사업은 물론 어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투석 사업도 진행한다. 해녀들의 소득원을 지켜주기 위한 노력이다. 지난 2014년에도 방류사업 덕분으로 오분자기(2014년 8.9톤)와 전복(전체 32.6톤ㆍ해녀 8.9톤) 생산량은 소폭 늘었다. 하지만 현 과장은 “갯녹음 현상이 나타난 해역엔 전복이나 오분자기를 넣어준다고 해도 살아갈 수가 없다”며 “이 일대를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바닷속 1℃의 상승은 해양 생태계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업환경의 변화만을 불러온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제주에선 특정 어종을 어획했고, 이를 중심으로 어촌을 형성해 경제구조를 만들었다”며 “한 종의 멸종은 이를 만든 문화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연쇄작용은 ‘해녀들의 공동체 문화도 와해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동 조업’과 ‘공동 판매’로 배려가 최고의 덕목이었던 제주 해녀의 삶은 이제 경쟁사회로 접어들었다. ‘제주 토박이’이기도 한 현 과장은 “나눌 것이 없으니 배려의 문화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는 더이상 제주가 아니다. 결국 제주의 문화가 바뀔 우려가 있다”고 일갈했다.

크고 작은 변화들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도 필요하다. 아직까지 바닷속 질병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미미하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박사는 “수온이 높아지면 질병이나 세균 등 바이러스가 많아진다. 수산 질병 쪽 기술들의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에 나타난 아열대 어류인 세동가리돔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제공]

또한 늘어나는 아열대성 어종에 대한 자원·생태학적 연구와 먹거리 개발도 요구된다. 고준철 박사는 “제주에서 발견되는 아열대 어종 중 먹을 수 있는 것은 3% 미만이지만 식품으로의 이용 가치는 충분하다”며 “새로운 수산 먹거리 개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재천 제주해비치호텔앤리조트 총주방장도 “지금 제주는 다양한 어종이 나오고 있는데도 활용도가 떨어진다”라며 “기존 인기 어종만을 고집하기 보단 상품의 다변화로 소비의 다양성이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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