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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의 역습, 식탁의 배신]<수산편④> 동해안 어업, 앞으로 100년을 준비한다
  •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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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울릉도 수산업…전문가들 “달라진 환경에 서둘러 적응해야” 지적
- 울릉군청-연구기지 연계, 울릉도 수산업 로드맵 작성 착수
- 이웃 국가들과 공동 해양조사도 절실…“상시 협력 기구 만들어야”

[리얼푸드(울릉)=박준규 기자] 울릉도 현포리에 지난 2014년 문을 연 ‘울릉도ㆍ 독도 해양과학기지’(이하 해양과학기지)의 잔디밭엔 오래된 나무 어선 두 척이 놓여있다. 말이 어선이지, 겉모습은 강에서 타는 작은 나룻배와 비슷하다. 울릉도 사람들이 ‘강고배’라고 부르던 배다. 1960년대까지 어민들은 이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오징어를 잡았다.

한 어민은 “그때 울릉도 어민들은 바다가 순한 여름철에 오징어를 잡았으니 이렇게 작은 배로도 조업할 수 있었다. 특히 항구에서 10~20㎞쯤 되는 연안에만 나가도 지천이 오징어여서 큰 배를 끌고 먼 바다로 나갈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십년 전까지 작은 목선으로도 오징어를 쉽게 건져 올렸던 울릉도 어민들. 갓 잡은 오징어에서 내장을 긁어내고, 막대기에 꿰어서 햇볕에 잘 말린 오징어는 주민들의 가장 큰 돈벌이 수단, 말 그대로 ‘효자 상품’이었다. 잘 잡히고 돈이 되자 자연스럽게 섬 어업의 90% 이상이 오징어로 집중됐다.

하지만 현재 울릉도 어업계는 위기에 처했다. 목선으로도 오징어를 풍족히 잡던 시절은 그저 ‘옛날 이야기’가 됐다. 이제는 당장 몇년 뒤에 오징어를 잡을 수 있을 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울릉도ㆍ독도 해양과학기지 내에 전시된 ‘강고배’. 60년대까지 울릉 어민들이 오징어 잡이에 이용하던 배다.

▶‘기르는 어업’으로 = 동해의 환경은 지난 수십년 간 소리없이 변했다. 인간은 그 변화에 둔감했다. 어민들은 그물에 오징어가 술술 엮이던 시절만 기억했다.

임장근 해양연구기지 대장은 “바다에 나가기만 하면 오징어를 어렵지 않게 잡았던 기억들이 전해지면서 어민들로서는 앞으로 다가올 상황을 우려하면서 뭔가를 준비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수 울릉수협 조합장은 “지금은 어업 후계자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울릉도 어업 종사자들의 연령은 높아지고 덩달아 어선 세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며 “재앙 수준으로 나빠진 오징어 조업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울릉군청과 해양연구기지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울릉도 주변 해양 생태계의 현재를 진단하고 예상되는 미래의 상황을 토대로 대응 방향을 다루는 로드맵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로드맵을 설계하기 위해 울릉군청은 최근 ‘울릉도 어종 대체산업 연구’를 해양연구기지에 의뢰했다. 그간 오징어에 집중돼 있던 섬의 수산업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른바 울릉도를 대표하는 어종을 변경하는 기초작업이다.

더불어 해양연구기지 연구원들은 바다 수온이 오르면서 3~4년 전부터 울릉도 근해에서 발견되는 난류성 어종(자리돔, 참돔 등)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에 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울릉군은 가두리 양식 보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수동 울릉군청 해양수산과 계장은 “기존에 울릉도에서 전무했던 양식을 보급하려고 한다. 볼락, 홍합 같은 토착성 수산물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양식으로 어민들의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잡는 어업’을 벗어나, ‘기르는 어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셈이다.

정영환 전국채낚기 울릉어업인연합회장은 “서해나 남해에는 젊은 사람들이 양식업에 상당히 참여하면서 기술을 습득하고 꽤 괜찮은 소득도 창출하고 있다”며 “울릉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조건만 구비되면 많은 어업 후계자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저동항 어판장에서 갓 잡은 오징어를 손질하고 있다. 눈을 떼고,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낸다고 해서 ‘할복 작업’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아는 바다는 반쪽짜리” = 울릉도의 자체적인 고민과 준비도 분명 필요하지만 동해,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바다에 관한 ‘빅 픽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해양ㆍ수산 전문가들은 그간 바다의 환경이 바뀌는 데 근본적인 영향을 주는 기후변화 이슈, 중국 어선의 남획 등 여러 조건들을 면밀하게 살피는 작업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계와 나라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공동연구가 부재한 상황을 꼬집는 목소리가 많았다.

장찬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동해든 서해든 일부만 우리의 해역이고 나머지는 북한, 일본, 중국 등과 공유하고 있는데 우리만 진행한 연구 자료는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 “남한에서 자취를 감춘 명태를 살리겠다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북한이나 러시아가 확보한 명태 관련 자료를 우리가 알아야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준비나 어족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릉도 사동항에서 주민들이 오징어를 말리고 있다. 이렇게 얻은 건오징어는 울릉도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물론 지금까지 나라간 공동연구가 전혀 없었던 게 아니다. 각국의 연구자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냈다. 문제는 이 같은 연대가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1993년 한국ㆍ일본ㆍ러시아 과학자들이 함께 크림스(CREAMS)라는 제목으로 동해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환동해 해역에서 해류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비롯해 해저 지형, 수온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연구였다.

2000년대 들어선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PICES) 회원국(한국ㆍ일본ㆍ중국ㆍ러시아ㆍ미국ㆍ캐나다) 연구자들이 손을 잡고 동해의 생태계와 자원 등을 함께 살폈다. 장 교수는 “하지만 시기마다 국가들 사이의 외교적 관계가 악화되면 국제 공동연구는 흔들리고 중단되곤 했다”고 지적했다.

김수암 부경대 자원생물학과 교수는 “바다는 주변국들과 공유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공동연구든, 조업에 관한 이슈든 양국간 협약보다는 보다 다자간의 조약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징어를 비롯한 바다 생물자원 보호, 남획과 관련된 이슈 등을 아우르는 범부처간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nyang@heraldcorp.com

※이번 기획보도는 삼성언론재단이 공모한 기획취재 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리얼푸드 특별취재팀=권남근 팀장ㆍ고승희ㆍ육성연ㆍ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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