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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아지도 사람과 같다…나이대 별로 맞게 먹어야”…‘개통령’ 강형욱, ‘빅마마’ 이혜정
  • 2018.03.15.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애초 두 사람의 만남은 요리 프로그램이 목적은 아니었다.

“얼마나 맛있게요.” 얼굴만 봐도 ‘음성 지원’이 절로 되는 이혜정 요리연구가는 소문난 애견인. 무려 15마리의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해 조언을 받아볼 예정이었다. 제작진과의 만남이 시작된 이유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김효진 EBS PD는 “막상 만나보니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촬영을 못 하게 됐다”는 사연을 들려줬다.

제작진도 고대했던 ‘개통령’(강형욱)과 ‘빅마마’(이혜정)의 만남은 불발 조짐. 위기 속에서 제작진의 기지는 발휘됐다. 두 사람이 재능을 엮어 국내 유일의 ‘개밥’ 전문 프로그램을 내놨다. 지난 1월 파일럿으로 첫 방송된 모바일 프로그램 ‘강형욱과 빅마마의 개슐랭 가이드’다. 바야흐로 ‘개밥’도 쓰리스타(Three Star) 시대. 반려견을 위한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파일럿으로 출발한 ‘개슐랭 가이드’는 역대 EBS 모바일 콘텐츠 사상 최고 조회수(6만6000건)를 기록하며 정규 프로그램으로 안착했다. 오는 20일 첫 방송을 앞두고 ‘개슐랭 가이드’의 두 주인공을 만났다.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는 “개도 사람과 같아 나이대 별로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형욱 훈련사 “강아지도 사람과 같다…나이대 별로 맞게 먹어야”=‘1000만 애견인’은 그를 ‘개통령’이라 부른다. 대한민국 유일의 ‘강아지 강’씨. ‘반려견 전문가’인 강형욱 훈련사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강형욱 훈련사와의 만남을 꿈꾼다. 강형욱 훈련사로 인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EBS 최고 콘텐츠로 올라섰다. ‘개슐랭 가이드’에서 강 훈련사는 ‘멍뭉미(美)’ 발산에 한창이다. 익숙치 않은 요리에 우왕좌왕 하다가도, ‘미슐랭 스타’ 부럽지 않은 강아지 먹거리는 강 훈련사의 입으로 향하기 일쑤다. “전생에 강아지였던 것 같다”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워낙 깨끗하고 건강한 재료로 만들다 보니 저도 먹고 싶더라고요. 케첩이나 고추장만 있으면 더 잘 먹을 수 있어요. (웃음)”

지금 전 세계의 ‘펫(Pet) 푸드’ 트렌드는 사람들의 먹거리와 다르지 않다. ‘건강’ 트렌드가 ‘펫 푸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고, ‘웰메이드’ 간식도 부쩍 늘었다. 사람이 먹는 것과 강아지가 먹는 것에는 양이나 영양소의 차이는 있지만, 강 훈련사는 “사람과 개가 먹는 음식은 사실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개는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으며 우리 곁에서 살아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람은 혀의 쾌락을 위해 맵고 짠 음식도 즐겨 먹지만 개는 인간보다 염분을 흡수하고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져요. 시간이 흘러 이런 사실을 알게된 후, 강아지에게 맵고 짠 양념이나 독특한 향신료는 주지 않게 됐죠. 사람들이 먹는 것 중 누가 봐도 건강할 것 같은 음식들은 개에게 줘도 괜찮아요.”

빅마마 이혜정 요리연구가와 강형욱 훈련사가 ‘개슐랭가이드’를 통해 만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며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자 하는 애견인도 늘고 있다. ‘개슐랭 가이드’ 초코볼 편이 화제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초콜릿은 테오브로닌 성분으로 인해 개들에게 먹이면 안 되는 식품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방송에선 초콜릿 향이 나는 ‘케로 파우더’로 대체해 건강 간식을 만들었다. 필요한 영양소를 채운 사료만 먹던 개들에겐 그야말로 신세계. ‘맛있는 음식’을 접하면 개의 입맛도 달라진다는 이혜정 요리연구가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음식을 먹는 것은 개들에게도 가치있는 일이에요. 강아지의 혀도 사람처럼 학습할 수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그 이유가 사람과 함께 살기 때문이라는 점이에요. 만약 개들에게 먹을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게 돼요.” 반려견에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신선한 재료를 다양하게 주는 것”이라고 강 훈련사는 강조했다.

“사료만 주거나 생식만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다만 가장 좋은 것은 신선한 재료, 그리고 다양하게 먹이는 거예요. 물론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어요. 사람도 나이가 들어 10대, 20대처럼 먹으면 살도 찌고 소화도 힘들잖아요. 강아지도 마찬가지예요. 보통 일곱 살을 넘어면 이가 약해져서 딱딱한 뼈를 씹다가 다칠 수 있어요. 가능하면 부드러운 살을 줘야 하죠. 살이 찔 우려도 있으니 지방은 떼서 주고요. 나이대 별로 맞게 먹는 것이 중요해요.”

‘빅마마’ 이혜정은 “개들도 사람만큼 입맛과 기호가 있다”며 “강아지 음식이라고 대충 만들지 말자”고 말했다.

▶ 이혜정 요리연구가 “개들도 사람만큼 입맛과 기호가 있다”=‘빅마마’의 집에는 무려 10여 마리의 강아지가 살고 있다. 안락사를 하루 앞뒀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입양한 강아지 달이까지 모두 15마리다. ‘개슐랭 가이드’ 파일럿 편에선 이혜정 요리연구가의 강아지 세 마리가 ‘맛 평가견’으로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품격 있는 음식에 시청자들은 “빅마마 쌤의 강아지가 되고 싶다”는 반응까지 보인다. 이혜정 요리연구가는 “강아지 음식이라고 대충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자”고 강조한다.

“예전엔 형편없는 음식을 보면서 ‘이거 개죽이냐’며 폄하하기도 했어요. 사실 개들도 다 느낄 거라도 생각해요. 곱고 예쁘게 만든 음식을 주면 맛있게 먹고 꼬리도 더 많이 쳐요. 맛없는 걸 먹으면 고개를 훽 돌리기도 하고요.”

파일럿 방송 동안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이혜정 요리연구가의 레시피로 방송됐다. 15마리의 반려견에게 정성을 다해 먹이는 고구마 소고기 말이, 직접 만든 치즈, 생일마다 구워주는 피자도 나왔다. 집에서는 한파면 등장하는 특별 보양식도 있다.

“매일 맛있게 해주진 못해도 그렇게 먹이고 싶어 하죠. 특히 큰 개들은 밖에서 자라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요. 작년 겨울에 얼마나 추웠어요. 그땐 닭을 사다가 소 힘줄을 넣고 끓여서 젤라틴처럼 잘라 간식으로 하나씩 줬어요.”

엄마의 마음으로 돌보다 보니, 정성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강아지들이 변을 많이 볼 때는 보리차를 먹이거나 좁쌀을 끓여 먹이고, 변비가 오면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인다. “아이들을 키웠던 경험을 생각하면서 만들어줘요. 대신 양을 조절하죠.”

사람이 먹어도 손색 없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혜정 요리연구가는 “개들도 사람만큼 입맛과 기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아지들도 맛있는 걸 주면 맛 없는 음식은 먹지 않고 그걸 찾아요. 맛을 구별하고, 입맛이 발달하게 되는 거죠. 사람처럼 오미(五味)와 감칠맛을 알진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입맛과 취향이 있어요. 어떤 애들은 캔 사료나 소고기를 안 먹기도 하고, 브로콜리나 단호박은 잘 먹는 경우도 있어요.”

이혜정 요리연구가는 한 때 강아지 사료 사업에도 도전하기도 했다. 가수 더 원과 함께 ‘왈왈’이라는 사료공장을 세웠다. 그간 입양한 강아지 중 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당시 건강한 음식과 사료를 먹이자 놀랍도록 나아지는 모습에 관심이 커졌다. 그는 “정말 건강하고 좋은 사료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 시장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역부족이었다”고 떠올렸다. 당시 이루지 못했던 마음은 15마리의 반려견에게 쏟고 있다.

“늘 마음의 갈등은 있어요. 필요한 영양소만 채운 사료를 먹이는 것이 좋은 걸까, 더 맛있는 걸 먹이는 것이 좋은 걸까 하는 갈등이에요. 강아지는 사료만 먹여야 한다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저희 집 강아지들은 다양하게 먹고 자랐어요. 그런데 17~18세가 된 아이들도 여전히 소리 질러가며 건강히 지내요. 조금 더 맛있는 걸 먹으며 즐겁게 사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shee@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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