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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혁명!푸드스타트업]⑤ “상추ㆍ딸기도 ‘레시피’로 키우면 맛이 달라집니다”
  • 2018.04.06.
창업에 당차게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식품분야에서 모바일 시대를 선도하며 제품, 생산, 유통 등에서 다양한 푸드 스타트업들이 활약 중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식품개발은 물론 기술과 결합한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통해 소비자들의 식문화는 물론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리얼푸드가 ‘음식혁명! 푸드스타트업’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아이템으로 ‘먹거리 혁신’에 앞장서는 국내외 푸드 스타트업을 조명합니다. 미래식품시장 무대의 주인공을 미리 만나보세요. <편집자 주>

- ‘스마트 팜’ 대중화 고민하는 스타트업 ‘엔씽’ 김혜연 대표 인터뷰.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어느 회사의 점심시간 풍경. 직원들이 실내에 있는 작은 ‘농장’에서 푸릇푸릇한 상추나 바질을 수확한다. 이걸 회사 부엌으로 가져가 깨끗이 씻는다. 토마토, 양파, 버섯을 곁들이고 소스를 끼얹어 샐러드를 만든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나눠 먹는다.

스타트업 ‘엔씽(nthing)’의 이야기다. 회사에서 작물을 키우고 먹는 건 이곳 직원들에겐 하나의 업무이기도 하다. 11명의 직원들은 ‘스마트 농업’에 몰두하고 있다. 김혜연 대표는 “우리는 IT(정보통신기술) 관점으로 농업을 바라본다. 그러면 미래의 농업에 관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직원들과 먹는 작물도 IT 기술로 키워냈다”고 말했다.
‘미래의 농업’에 도전장을 내민 김혜연 엔씽(nthing) 대표. 크고작은 화분이 놓여있는 그의 회사는 실내 식물원을 떠오르게 했다. [사진=엔씽]

출범 5년차에 접어든 엔씽의 ‘아이디어’가 궁금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무실에서 김혜연 대표를 만났다. 회사 곳곳엔 크고 작은 화분이 놓여있었다. 관상용 화초가 아니라 다 먹을 수 있는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스마트 농업, 스마트 팜이 뭔가?
=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한 개념입니다. 비닐하우스 안에 센서나 카메라 달아놓고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지만 스마트 팜은 그보다 진보한 개념이에요. 엔씽은 ‘인도어 팜(Indoor Farm)’에 집중합니다. 날씨, 습도, 온도, 빛 등 식물 재배에 관여하는 모든 조건을 데이터 삼아 생육을 관리하는 공간이죠. 식물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차단되니 병충해에서 자유롭죠. 덕분에 농약을 칠 필요가 없고,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통적인 농업과 비교하면 훨씬 좁은 땅에서 집약적인 농업을 펼칠 수 있다.

▶스타트업이 접근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분야인데
= 그래서 우리의 역량, 여건이 허락하는 것부터 하나씩 시도하며 기초체력을 키웠어요. ‘농업의 기초단위가 뭘까?’ 고민하다가 ‘화분’을 떠올렸어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도, 작은 화초를 키워본 경험은 있으니까요. 먼저 2014년 초에 모바일 화분 재배일지 앱을 출시했어요. 재배과정을 기록하는 용도가 전부였지만 국내외에서 3만명 정도 가입했죠. 
엔씽이 개발한 스마트 화분. 플랜티(왼쪽)과 플랜티 스퀘어. [사진=엔씽]

이듬해엔 ‘플랜티’라는 스마트 화분을 출시했습니다. 센서를 부착한 화분을 클라우드 서버와 연결해 화분 속 토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마트폰으로 식물 재배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제품이죠. 화분 속에 작은 물탱크가 있어서 집 밖에서도 물을 줄 수 있어요. 후속으로 ‘플랜티 스퀘어’도 개발했습니다. 가로 16㎝. 세로 15㎝ 되는 화분을 4개 공간으로 나눠 아주 협소한 공간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게 고안했습니다.

▶작은 화분에서 뽑은 데이터엔 어떤 가치가 있나
= 전통적인 농업은 농부의 경험에 의존했죠. 과거엔 경험에 기반한 재배가 유효했어요. 하지만 기후변화가 나타나면서 농업에도 데이터가 절실해졌습니다. ‘어떤 온도와 습도에서, 빛을 얼마나 쬐니 신선한 상추가 나온다’는 걸 데이터로 쌓아두고 다음에도 활용하는 거죠. 축적한 데이터를 가공해서 식물에 ‘레시피’처럼 적용할 수 있어요. 즉 재배환경을 다르게 적용해 다양한 성질의 상추를 키우는 거죠. 어떤 건 달고 어떤 건 조금 쌉싸름한 맛이 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엔씽 사무공간엔 이런 재배모듈이 설치돼 있다. 직원들이 직접 키우고 먹는다. [사진=엔씽]

▶상추 정도의 작물을 그렇게 키우는 게 돈이 될까
= 상추를 예로 들었지만, 물론 이런 작물은 부가가치가 낮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능성 채소’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당뇨환자나 신장질환자들은 신선채소를 못 먹어요. 칼륨이나 질산염 때문인데, 그래서 채소를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하죠. 하지만 우리의 재배 시스템으로는 식물 속에 특정 성분이 없도록 재배할 수 있어요. 그러면 병원이나 식품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질환자를 위한 식물을 괜찮은 가격을 받고 공급할 수 있어요.

▶실내 농장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에 제한은 없나
= 허브류, 엽채류는 일단 거의 대부분 재배할 수 있어요. 딸기, 토마토도 가능하고요. 사실 불가능한 작물은 없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무작정 재배할 순 없고요, 우리의 경쟁력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걸 골라내야 합니다. 엽채류는 계절에 따라 수급이 들쭉날쭉, 가격도 300~1000%씩 널뛰기를 합니다. 인도어 팜의 안정된 조건에서 키우기에 적당하다고 봅니다. 딸기는 키우기가 좀 까다롭지만 단가는 높여 받을 수 있을 테고요. 감자나 고구마 같은 근채류는 인도어 팜에서 재배가 이뤄지진 않는데 관련 연구는 진행 중입니다. 재배 방식을 좀 바꾸면 가능하다는 시각이 많아요.
엔씽 직원들이 회사에서 키운 채소들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엔씽]

엔씽은 지난달에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자체 ‘인도어 팜’을 마련했다. 수출용 컨테이너를 개조해 꾸민 이곳은 마치 반도체 공장의 ‘무균실’을 연상시킨다. 컨테이너 안엔 식물이 자라는 재배모듈과 습도, 조명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 등이 설치됐다. 올해 말까지 인도어 팜 100곳을 국내 곳곳에 확보하고 각종 작물을 공급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야외에서 이뤄지는 기존 농업은 물 소비도 많고, 비료도 씁니다. 생태계에 부담이 되는 면이 많죠. 더구나 기후변화 탓에 농사를 망치는 일도 잦아지고 있고요.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팜은 머지않아 널리 퍼질 것 같아요. 화성의 실내 농장에서 작물을 키워서 생존한 영화 ‘마션’의 장면들도 곧 현실에서 실현되리라 생각해요.”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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