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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찰음식ㆍ마크로비오틱, 힐링푸드의 재발견…
  • 201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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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등 힐링푸드, 2030 사이 열풍
-화려하고 자극적인 맛과의 이별…힐링 추구
-“식단 바꾸니 삶 변해”…푸드경제학 변화음

#1. 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중인 김혜원(31) 씨는 한달 전부터 연차를 내고 ‘이날’만을 기다렸다. 조계종 산하의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사찰음식을 배우는 날이다. 김 씨는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커피와 정크푸드, 매운음식 등을 달고 살았다”며 “몸과 마음 모두 엉망이던 중 친구를 따라 사찰음식 만들기를 체험했다가 힐링이 되는 경험을 한후 정기적으로 사찰음식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2. ‘피곤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는 연구원 장철우(36) 씨. 그는 석달 전부터 마크로비오틱 식사법을 고집하고 있다. 장 씨는 “마크로비오틱은 단순한 식사법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맞춰 조화로운 삶을 꿰하는 식양법”이라며 “자연주의 식사를 시작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도 수월해지고 식탐에서 벗어나 정서적으로도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서 선보이는 사찰음식. 자연 그대로의 원재료를 주로 이용하며 오신채와 육류를 이용하지 않는다. 수행정신을 계승하고, 부지런히 정진해 지혜를 얻기 위해 먹는다는 철학이 깃들어져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누가 더 피로한지, 누가 더 삶이 고단한지에 대해 경쟁적으로 말하는 피로사회다. 맥락도 없이 바쁜 삶을 살면서 정작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같은 피로사회 속에서 힐링푸드에 빠진 2030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절밥’으로 불리는 사찰음식과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 식사법이다. 마크로비오틱은 일본에서 유래된 식문화인 큰(macro), 생명(bio), 방법(tic)을 합성한 말로, 재료가 가진 고유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섭취하는 식단이다. 힐링푸드족이 늘면서 ‘푸드경제학’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조계종 산하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쿠킹스튜디오. 이곳엔 불교신자 뿐 아니라 건강한 식생활을 원하는 젊은층의 발길이 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둘의 공통점은 자연에서 난 제철재료를 최소한으로 조리한다는 점이다. 또 합성조미료나 강한 양념을 삼가는 점, 동물성 재료는 배제한다는 점도 같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지도법사 형민 스님은 “사찰음식은 절에서 스님들이 수행하는 데 필요한 섭생을 위해 먹던 음식으로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오신채(마늘ㆍ파ㆍ달래ㆍ부추ㆍ흥거)와 육류를 이용하지 않아 탐식을 유도하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맛과는 거리가 멀다”며 “먹방 등 음식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에 역설적으로 사찰음식이 인기를 얻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피로와 자극에 지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사찰음식을 배우려는 수강생들은 매년 늘고 있다. 월별강좌, 일일체험 두가지 형태로 진행되는데, 인기 강좌의 경우 개설 시작과 동시에 마감이 되기도 한다. 10일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 따르면 지난해 사찰음식 강좌를 들은 수강생은 전년(4452명)에 비해 65% 늘어 총 7340명에 이른다. 올해(1~3월) 들어서만 2166명이 수강했다.

형민 스님은 “음식을 먹으면서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누구의 노고가 들었는가’를 비롯해 자기자신의 근원에 대해서도 관(觀)하는 시간을 가진다”며 “사찰음식 강좌를 수강한 후 수행의 연장선으로 템플스테이를 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장수를 위한 이론과 방법’이라는 말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식사 방법인 마크로비오틱은 현미나 귀리 등 정제하지 않은 것을 권장하고, 채소류 또한 줄기나 뿌리까지 활용해서 먹는다. [사진=마크로비오틱 연구가 이양지 씨 제공]

마크로비오틱도 각광을 받는다. 17년전, 국내에 마크로비오틱을 처음 소개한 이양지 요리연구가는 “마크로비오틱 수강생 중에는 섭식장애, 환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마크로비오틱은 신토불이와 일몰전체만 실천하면 된다”고 했다. 신토불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서 난 제철음식을 먹는 것이고, 일몰전체는 하나의 음식을 껍질 뿌리 잎 등 통째로 먹는 것이다. 그는 “소화ㆍ연소되기 쉬운 음식을 권장하고 동물성 음식을 지양하기 때문에 소화기관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며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피로감도 덜해지고, 정서적으로도 안정이 된다”고 했다.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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