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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발효명가의 비발효간장
  •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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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정 우리장아카데미 대표

간장의 사전적 의미는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우러난 윗물을 떠내어 달인 검붉고 짠맛이 나는 액체다. 간장은 주로 음식의 간을 맞추는데 쓰인다. 자연바람 속에서 겨울 한 철 약 2개월여를 발효시킨 메주를 40~60일간 소금물에 담가두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알고 있는 간장의 색과 풍미가 생겨 몇 년씩 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음식을 만드는데 쓰는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통해 일본의 간장제조법이 우리나라에 전해지고 1960년대에 이르러 정부의 장독대 없애기 사업으로 우리는 대물림돼 내려오던 우리의 소중한 간장을 스스로 버렸다. 콩에 탄수화물이 어우러져 단맛이 강하게 나는 왜식간장에 적응하지 못했던 윗대 어른들에 의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그나마 명맥이 이어져 온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분들은 지금도 당신들이 지켜온 것을 명가니 명인이니 하는 거창한 이름으로 들먹이지 않고 해마다 간장 담기를 반복하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을 오로지 ‘간장’이라고만 부른다. 

오래기간 묵묵히 간장을 담그는 어른들과 달리 자신들을 ‘발효명가’라고 부르는 간장회사들이 있다. 자칭 백년 발효명가요, 최고의 간장회사라고 부르는 그 간장회사들의 1등 매출 상품은 바로 혼합간장이다.

1등 간장회사의 매출 1위 간장이 혼합간장이라는 것은 절대로 간과하면 안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구입해서 먹는 간장이 고작 7%의 양조간장에, 단 하루도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드는 비발효 산분해간장을 93%나 넣어 혼합해 만든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발효의 차이가 맛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광고를 하고 있지만 6개월 발효시킨 양조간장을 고작 7%만을 넣었을 뿐인 간장을 발효명가로부터 맛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 간장으로 알고 소비자들이 구입해 먹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혼합간장에 절대적인 비율로 들어가는 산분해간장은 탈지대두(기름을 뺀 콩찌꺼기)에 염산을 넣어 단백질 분해를 한 후 가성소다 등의 강알칼리를 이용해 중화를 한 후 맛을 내거나 보존을 위한 여러 첨가물들을 더해 만드는 일종의 아미노산용액이다. 우유의 단백질이 아닌 유사단백질 등을 이용해 만든 모조치즈처럼 발효의 과정을 거친 간장이 아니라 모조간장에 해당하는 공장의 제품이다. 산분해간장의 모국인 일본에서조차 모조간장이나 유사간장으로 불리고 있는 아미노산용액을 어엿이 간장이란 이름을 부여한 것 자체가 이미 오류다.

이미 오래 전 전국의 모든 가정이 저마다 발효의 명가였음을 우리는 잊고 있다. 지난 2016년 3월1일 우리의 간장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 장 독립’을 외치며 장 담그기를 시작했다. 해마다 늘어 올해는 서울혁신파크에서 ‘장하다 내 인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400명이 한 자리에 모여 공동의 장독대를 만들고 장을 담갔다. 장을 담그러 온 모든 사람들이 장 담그기는 라면 끓이는 것 이상으로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자기 집만의 고유한 간장 맛을 으뜸으로 쳤다. 집집마다 다른 김치 맛이 있듯이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장을 담가먹는다면 수만의 발효명가가 탄생하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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