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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6年 초장수 과자, 패키지 디자인 싹 바꾼 사연…
  • 2018.08.30.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1902년 미국에서 출시된 과자가 있습니다. 이 과자는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미국 마트에서 팔립니다. 나비스코가 생산하는 ‘바넘 동물 크래커(Barnum’s animal crackers)’ 얘깁니다. 이름 그대로 반죽을 동물 모양으로 빚어서 구워낸 크래커입니다. 기린, 호랑이, 낙타, 코뿔소, 원숭이 등 사파리를 방불케 하는 온갖 동물들이 들었습니다.
최근 새로 변경된 ‘바넘 동물 크래커’ 상자 그림

최근 바넘 동물 크래커(이하 동물 크래커)가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 매체들이 바넘 크래커의 패키지 디자인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상자엔 초원을 나란히 걷는 얼룩말, 코끼리, 사자, 기린, 고릴라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얼룩말 그림 위엔 ‘새로운 모습(New Look)’이라는 문구도 새겨졌습니다.
바넘 동물 크래커의 과거 상자 디자인

딱히 특별하다고 보이진 않는 이 디자인이 조명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넘 크래커의 과거 디자인과 견줘보면 큰 변화이기 때문이죠. 예전 상자를 살펴보면 다른점이 확실히 보입니다.

출시한 지 100년 넘은 이 ‘초장수 과자’의 구체적인 디자인은 그간 조금씩 달라졌지만 기본적인 콘셉트는 언제나 같았습니다. 바로 ‘동물들이 케이지 속에 갇혀있다’는 점입니다. 쇠창살을 나타내는 세로줄이 그려 넣었죠.

왜 이런 콘셉트인지 이해하려면 바넘 크래커의 역사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1900년 전후에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공연 ‘바넘 & 베일리 서커스’ 포스터

바넘이란 이름은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에서 초절정 인기를 끌었던 서커스쇼(‘바넘 & 베일리 서커스’)에서 따왔습니다. TV는 물론이고 라디오도 없었던 당시 서커스는 그야말로 ‘국민 오락거리’였죠. 서커스 테마를 차용한 과자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속에 갇힌 동물 그림이 새겨지게 된 겁니다.

이 크래커가 100년 넘게 생산되면서 ‘갇힌 동물들’ 그림은 하나의 상징으로 굳어집니다.

여기에 태클을 건 건 동물권 운동가들입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가 총대를 멨죠. 페타는 지난 2016년 나비스코에 디자인 변경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냅니다.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동물을 활용하는 서커스에 내재된 잔인함과 동물을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착취하는 것에 대한 대중의 불편함을 감안했을 때, 동물들이 서식지에서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쪽으로 패키지 디자인을 바꿀 것을 촉구한다.” 그러면서 페타가 직접 디자인한 샘플 그림까지 나비스코에 건넵니다.

동물을 이용한 서커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디자인 변경 압박도 덩달아 불어납니다. 결국 나비스코는 표지 디자인을 바꾸기로 결정한 겁니다. 
동물보호단체 페타가 나비스코에 제안한 상자 디자인



이런 배경을 이해하고 바넘 크래커의 디자인을 다시 보면 확실히 동물들이 자유로워 보입니다. 게다가 이번 새 디자인의 특징은 열량과 나트륨, 지방 함량 등 제품 특징을 눈에 잘 보이게 표시했다는 점입니다.

나비스코의 모회사인 몬델레즈 인터내셔널(Mondelez International)의 킴벌리 폰테즈 대변인은 이번 리패키징을 두고 “우리 브랜드의 디자인 측면에서, 앞으로의 진화를 거두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밝혔습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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