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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카세는 소통하는 요리”…겐지 구민술 셰프
  • 2018.10.08.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오마카세’(お任せ)는 ‘일식의 꽃’이다. 일본어로 ‘맡김’, ‘일임’이라는 뜻으로, 요리에서는 이른바 ‘주방장 특선’을 말한다. 정해진 메뉴없이 그 날 그 날 주방장이 선별한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손님 앞에 내놓는 요리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 일식당 겐지의 구민술 셰프는 “오마카세는 손님과 눈높이를 맞춘 소통하는 요리”라고 말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청담동 스시벨트’(스시현, 스시만) 출신의 구민술(45) 셰프는 최근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일식당 겐지에 새 둥지를 틀며 한 달간 식당의 내부 수리에 공을 들였다. 구 셰프와 함께 겐지는 최근 오마카세 전문 식당으로 새단장했다.

“원래 스시 전용 카운터의 바닥이 높았어요. 이 바닥의 높이를 맞추는 과정이 대공사였어요.”

힘든 작업이었지만 구민술 셰프가 고집을 부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오마카세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마카세는 손님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손님과 시선을 맞추는 요리인 거죠. 그런데 대부분 일식당은 주방의 바닥이 높아요. 하지만 손님을 내려다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구 셰프의 아이디어가 담긴 겐지의 스시 전용 카운터는 앉아 있는 고객과 서 있는 셰프의 눈높이가 정확히 일치한다.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한 거예요. 오마카세의 기본은 고객과의 소통이거든요. 오마카세를 할 때는 고객이 뭘 드시는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해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손님과 가까워지고 소통을 하는 거죠.”

오마카세를 전문적으로 하는 셰프들은 반쯤은 관상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늘 처음 만난 손님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해 그간 쌓아온 노하우가 총출동한다.

“사실 처음엔 여쭤봐요.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듣게 되면 그것 중심으로 나가기도 하죠. 그런데 어떻게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감각’이에요. 오래 일하면서 여러 손님들을 만나면 먹을 때의 반응, 표정들을 보고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관상도 보게 돼요. (웃음)”

대체로 여자 손님들은 새우, 우니를 즐겨 찾고, 70대의 어르신들은 장어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이 역시 오랜 시간의 경험이 찾아낸 보편적 성향이다.

구민술 셰프의 영입과 함께 겐지는 눈에 띄는 변화를 맞았다. 무엇보다 구매 시스템이 달라진 것은 ‘혁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특급호텔들은 내부 구매팀이 식당의 식자재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셰프들 개인의 식재료 철학이 확고하다 해도 호텔 레스토랑의 셰프들은 이 시스템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 셰프의 영입과 함께 겐지는 외부 식재료 구매 시스템도 함께 도입했다. 구 셰프에게 식재료 구매까지 믿고 맡긴 것이다.

“한정된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일 년 내내 같은 생선을 먹을 수는 없잖아요. 더 많은 식재료를 확보하고 선보이기 위한 변화였어요.”

구 셰프가 오랜 시간 몸을 담았던 서울 청담동의 스시벨트는 이른바 ‘하이엔드 스시붐’을 일으킨 지역이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식재료가 스시벨트를 중심으로 등장하며 손님들의 입맛을 바꿨다. “그 때는 새벽 5시가 되면 문자가 와요. 제주면 제주, 속초면 속초에서 최고의 해산물을 공수하죠. 독도새우도 있고요.”

식재료를 확보하는 일은 셰프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일식은 아무래도 식재료가 가장 중요한 요리니까요. 그런데 요즘엔 산지에서 식재료가 거의 다 소비되니 서울로 올라오질 않아요. 그래서 직접 찾으러 다닐 수밖에 없어요.”

구 셰프의 거래처와 식자재 구매 노하우가 겐지의 메뉴를 바꿨다. 겐지가 다시 오픈하기 전 2~3개월 기간 동안 구 셰프는 메뉴 개발에 공을 들였다. “원래 아홉 종류였는데, 이젠 수십가지로 늘었죠. 단조로움을 없애고 새로운 식재료를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오마카세는 흔히 셰프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판단하기도 한다. 셰프들의 판단력과 순발력, 창의력이 오마카세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에요. 오마카세는 셰프를 믿고 맡기기 때문이에요.”

23년차 베테랑 셰프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점은 ‘가장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는 것이다.

“요리사이기 때문에 당연한 거겠죠. 맛이 없어서 안 드시나, 그런 생각이 들 때는 늘 난관에 부딪혀요.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해요. 목표나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요리사가 다른 게 있을까요? 가장 좋은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해드리는 거죠.”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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