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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은 폐암인식증진의 달 ②] 폐암발병 여성 10명 중 9명 “담배 핀적 전혀 없다”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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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성 폐암 환자, 최근 15년새 2배 이상↑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 중 43%, 4기서 발견
-간접흡연ㆍ라돈 연관…“여성도 검진 받아야”

흔히 폐암 환자는 흡연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9명은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흡연, 미세먼지, 라돈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비흡연 폐암 여성 환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흡연 여부, 성별과 관계없이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5일 대한폐암학회(이하 학회)에 따르면 국내 여성 폐암 환자는 2015년 기준 7252명으로 2000년(3592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폐암으로 진단받은 여성의 87.6%는 평생 한 번도 흡연한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다. 

여성 폐암 환자가 최근 15년새 2배 이상 늘었다. 간접흡연, 라돈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특히 환기가 안되는 곳에서 눈이 따가울 정도로 요리를 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폐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헤럴드경제DB]


이처럼 비흡연자가 대부분인 여성 폐암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학회는 2014년 여성 폐암 환자 7355명 중 10% 정도인 743명을 최근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 폐암 여성 환자는 흡연 여부에 따라 증상 여부, 폐암 병기에 큰 차이가 났다.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경우 무증상인 상황이 17.7%에 달한 반면 흡연 여성은 9.8%에 불과했다. 1기(조기) 폐암 비율도 41.1%로 흡연 여성(27.1%)보다 높았다. 단, 비흡연 여성 전체로 봤을 때에는 병이 상당 수준으로 진행된 4기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43.3%로 가장 많았다

비흡연 여성은 폐암 중 치명적인 선암과 EGFR(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 돌연변이의 발생 빈도가 각각 80.2%ㆍ49.8%로, 흡연 여성(39.1%ㆍ32.5%)에 비해 모두 높았다. 완치를 위한 수술적 치료를 받는 비율(48.5%)도 흡연 여성(28.6%)보다 많았다.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에는 간접흡연, 라돈 같은 방사성 물질, 미세먼지 등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학회는 추정했다.

학회 연구위원회가 2017년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국 10개 대학병원에 방문한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 478명과 비흡연 여성 459명을 설문한 결과, 2년 이상 간접흡연에 노출될 경우 폐암 발생률이 2배 증가했다.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률은 남편의 흡연량에 비례했다.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 4일 이상 겪는 경우 3일 이하인 여성에 비해서 폐암 발생률이 1.5배 높았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주방에서 요리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폐암이 발생할 확률이 1.4배, 눈이 따갑거나,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환기가 안될 경우 각각 5.8배ㆍ2.4배까지 올라갔다. 이 경우 대부분 튀김, 부침 등 기름을 많이 쓰는 요리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조석기 학회 연구위원(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간접흡연도 직접흡연 못지않게 폐암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에게도 간접흡연의 노출이 많았고, 그 시기도 빨랐다는 것은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경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방사성 물질 라돈에 노출되는 것도 비흡연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라돈은 지각의 암석에 들어 있는 우라늄이 몇단계의 방사성 붕괴 과정을 거친 후 생성되는 무색ㆍ무취ㆍ무미의 기체로 어디든 존재하는 자연 방사능 물질이다. 라돈은 지각에서 벽의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되며, 고농도로 장기간 흡입하면 폐암이 발생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 2003년~2004년 일반 건강검진을 받은 비흡연여성 600만명을 12년간 추적ㆍ관찰한 결과, 라돈 노출로 폐암이 발생한 환자는 약 4만5000명이나 됐다. 또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지역 분포를 ‘전국실내라돈지도(2015~2016년)’과 연계해 분석한 결과, 라돈 농도가 높아질수록 폐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명준표 학회 연구위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은 “흡연과 별개로 라돈은 비흡연 여성 폐암 발생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비흡연 여성의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 생활 방사선 노출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 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계영 학회 이사장(건국대병원 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교수)도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는 절반 가까이가 4기에서 발견되는 데다 사망률도 높은 편”이라며 “비흡연 여성도 50세쯤에는 저선량 컴퓨터 단층촬영(CT) 등으로 폐암 조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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