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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로컬푸드가 지닌 사회·경제적 가치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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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지난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라남도, 나주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비롯한 빛가람 혁신도시 14개 공공기관들과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과 상생·균형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공기관들이 구내식당 식재료를 지역농산물로 충당하고, 행사 기념품 등도 로컬푸드를 적극 활용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이러한 업무협약은 빛가람 혁신도시에 한정되지 않고 앞으로 전국의 공공기관과 학교, 군대, 국공립병원,복지시설 등 공공급식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성이 강화된 공공급식과 로컬푸드의 결합·확장을 통해 ‘푸드플랜(Food Plan)’은 그 목표와 성과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푸드플랜은 농산물의 생산·유통·소비와 관련된 국민들의 먹거리복지, 건강증진, 식품안전, 지역농업 강화와 식량안보, 일자리 창출 등에 이르는 다양한 현안을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에서 다루는 먹거리 종합계획이다. 각국 정부와 뉴욕, 런던, 로마, 동경 등 유력 도시들이 푸드플랜 수립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정의로운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기본적인 요구 외에도 지난 50~60년간 강화되어온 글로벌 먹거리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생산이력이 불확실하고 위생·품질이 담보되지 않은 식재료가 늘어나면서 식중독 등 식품안전사고의 빈발은 물론, 지역 농업의 후퇴와 중소농·가족농의 위축이 일반화되고 이것이 다시 지역경제의 쇠퇴로 이어진 것이다.

로컬푸드 공급이 공기업, 학교, 군대, 병원 등 공공급식 전반으로 확대되면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첫째, 먹거리 불안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 로컬푸드는 운송시간이 짧기 때문에 식재료의 신선도가 올라가고, 맛과 영양 등 급식의 전반적인 품질도 개선된다. 둘째, 지역 농업을 활성화하고 가족농, 귀농인 등 중소농의 소득을 지지할 수 있다. 기존의 전문화된 대규모 농가와 함께 다품종 소량 농산물을 생산하는 중소농가의 판로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셋째, 유통경로가 단축되는 유통혁신이 이뤄진다. 유통경로가 단축되면 운송비, 물류비 등 유통비용이 절감되고, 줄어든 유통비용만큼 농산물의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해진다. 넷째, 에너지 및 환경 부담이 줄어든다. 지역 내 운송은 대도시 대형마트 등으로 운송하는 경우에 비해 석유연료, 콜드체인 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대폭 절약하게 되고 환경오염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다섯째, 지역 일자리가 창출된다. 공공급식 식재료를 로컬푸드로 전환하면 운영기관들이 지불하는 비용이 지역농가와 지역기업으로 환원된다. 지역농가와 기업의 경영개선은 농식품 분야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2005년 캐나다에서 거주지 반경 100마일(약 160km)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만 먹는 ‘100마일 다이어트’ 실험이 시도됐다. 북미 지역 식재료가 평균 약 2400km 떨어진 곳에서 수송되는 현실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 실험은 뉴욕 등 대도시에서도 각광을 받으며 세계적인 로컬푸드 운동으로 이어졌다. 로컬푸드 운동은 도시 위주로 치우친 시민들의 인식, 정책적 관심을 조금씩 농업과 농촌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었다.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는 자신의 식탁 위에 올라온 음식을 누가 언제 어떻게 생산했는지에 관심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로컬푸드는 생산농민과 소비자의 관계성과 신뢰를 중시하는, 이른바 ‘얼굴 있는 농산물’이다. 공공급식과 로컬푸드의 결합과 확대는 농어업·농어촌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먹거리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산적한 숙제를 풀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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