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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수증 맨손으로 만지면 ‘비만’ 유발될 수도
  • 2019.01.22.
[리얼푸드=민상식 기자] 영수증과 순번 대기표를 맨손으로 자주 만지는 습관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영수증과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내분비계 교란물질) ‘비스페놀A’(BPA·Bisphenol A) 때문이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인체의 호르몬과 비슷한 구조로 호르몬을 대체하면서, 생식기능 문제와 암, 뇌종양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흔히 사용되는 감열식 영수증은 종이에 열을 가하면 그 지점에 색깔이 나타나는 방식으로 글자를 새긴다. 비스페놀A는 감열지 표면에 코팅된 화학물질로, 단순 접촉만으로도 피부를 통해 인체로 침투한다.


미국 환경 단체 인바이런멘털 워킹그룹(EWG)에 따르면, 영수증 한장에 들어있는 비스페놀A의 양은 캔 음료나 젖병에서 나오는 양보다 수백 배 많다.
해외에서는 로션을 바른 손으로 영수증을 만지면 더 잘 흡수된다거나, 손을 통해 비스페놀A 성분이 흡수되면 체내에 더 오래 잔류한다는 등의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지난 5월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팀은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비스페놀A의 체내 농도가 2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마트에서 일한 지 평균 11년 된 중년 여성 계산원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반면 장갑을 끼고 일했을 때의 비스페놀A 농도는 업무 전후 큰 차이가 없었다.

비스페놀A는 영수증 외에도 캔, 통조림, 물통 등에도 사용된다. 비스페놀A는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수지의 주원료다.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는 투명하고 단단한 플라스틱 또는 유광의 매끈한 플라스틱을 말한다. 내열성이 강해 과거 젖병과 식품 용기에 쓰였다. 에폭시수지는 통조림 캔, 일부 알루미늄 물병 내부 코팅제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비스페놀A에 노출되면 여성들과 30~40대의 비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8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은 비스페놀A 노출과 체질량지수(BMI) 증가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실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비스페놀A 등이 내분비계에 영향을 끼쳐 비만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기존 연구를 토대로 2012~2014년 19세 이상 성인 6123명의 소변, 혈액 내 비스페놀A 농도와 BMI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 전체에서 소변 중 비스페놀A 농도가 증가할수록 BMI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특히 여성의 소변 중 비스페놀A 농도와 BMI의 상관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30대와 40대가 비스페놀A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비스페놀A가 오비소겐(비만을 일으키는 화학물질)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비스페놀A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플라스틱 식품 용기 내 비스페놀A 함유량을 제한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최대 허용량을 기존의 10분의 1 이하(0.6㎎/㎏→0.05㎎/㎏)로 줄이고, 3세 이하 영유아용 플라스틱 물병과 컵에는 사용을 금지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은 영수증을 받지 않거나, 보관하더라도 손과 수시로 접촉하는 옷 주머니나 지갑 등은 피해야 한다”면서 “영수증을 취급하는 계산원의 경우에는 장갑만 착용해도 비스페놀A 노출을 거의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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