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GO GREEN
  • 비건인은 왜 ‘팜유’ 식품을 피할까
  • 2019.04.15.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아보카도 덜 쓰는 요리법’, ‘아보카도 소비를 줄이기’ 운동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 인기를 과시하는 슈퍼푸드 아보카도가 왜 이런 쓴소리를 듣게 된 걸까. 살충제 사용과 나무벌목으로 인한 열대우림 파괴, 막대한 물 소비로 환경이 파괴된다는 지적때문이다. 실제 수자원관리국제협의체 ‘물 발자국 네트워크’는 “아보카도 한 알이 영그는 데까지 무려 272ℓ의 물이 필요하다”며 아보카도 열풍이 가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보카도처럼 ‘윤리적 소비’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식품이 또 있다. 바로 ‘팜유’(palm oi)이다. 팜유는 기름야자나무(palm tree)열매로 만든 식물성 기름이다. 콩이나 유채씨, 해바라기씨보다 오일을 10배 이상 채취할 수 있어 저렴한 생산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과자, 라면,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의 식품이나 세제, 화장품 등으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팜유는 무분별한 재배 확대로 환경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불법 화전 농법으로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과 멸종위기종들이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환경운동연합이 팜유 사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건강한 식습관과 함께 환경보호에도 관심이 많은 비건(vegan, 완벽한 채식)인 역시 주목하고 있는 문제이다.
 
[사진=러쉬 제공]
▶파괴되는 열대우림, 갈 곳 없는 오랑우탄=팜유가 동물성 식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건인이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팜유 농장의 대부분이 경작지를 활용해 조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대 부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팜유가 얼마나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관심이 부족하다”며 “지구의 허파기능을 하던 열대우림에 불을 지르고 팜유 농장을 세우면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비건인들은 지구환경에 피해를 줄이자는 인식이 강하므로 팜유 사용에서도 ‘윤리적 소비’를 지향한다”고 전했다.
팜유의 세계 최대 생산국은 인도네시아이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지부에 따르면 지난 1990년대 인도네시아에서 급격하게 팜유 농장을 확대하면서 현재는 말레이시아 면적인 (32만 9847㎢ )과 비슷한 31만㎢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사라졌다.
 
비정부민간기구인 ‘국제자연보존연맹’(IUCN)보고서에 따르면 멸종위기 포유류의 54%, 조류의 64%가 팜유 산업의 열대우림 파괴 영향을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피해자는 오랑우탄이다. 잿더미로 변한 숲에서 고립된 채 발견되는 오랑우탄의 모습에 학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 사는 약 14만8500마리의 오랑우탄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수마트라 호랑이나 코뿔소, 코끼리도 극적으로 개체 수가 줄었다.
 
사진=러쉬 제공

하지만 팜유는 우림을 파괴하지 않고도 만들 수 있다. 서아론 부장은 “불법적이지 않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팜유를 생산하는 것이 현실적인 답”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산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름을 생산하는 팜유를 확대하고자 ‘지속가능한 팜유 라운드 테이블(RSPO)’ 기관을 지난 2004년 설립했으며, 이를 통한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실제 화장품이나 식품업계에서도 RSPO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영국 코스매틱 브랜드 러쉬(LUSH)가 선보인 ‘오랑우탄’ 비누는 팜 오일 대신 수마트라에서 얻은 엑스트라 버진 코코넛오일을 사용했다. 러쉬 관계자는 “대규모 팜 농장을 통해 열대우림이 훼손됨에 따라 러쉬는 2017년부터 수마트라의 열대우림 복원 캠페인을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식물성과 동물성기름의 두 얼굴=지구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팜유, 과연 우리 몸에는 어떨까. 팜유는 엄연한 식물성 기름이지만 동시에 동물성 기름의 얼굴을 하고 있다. 포화지방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은 다량 섭취시 심혈관질환이나 대장암 등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 뇌 기능 등과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다. 이원복 대표는 “팜유는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와 온실가스 발생의 문제도 있지만 포화지방 함량이 높다는 건강상의 문제도 있다”고 했다. 국제자연보존연맹의 잉게르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팜유를 완벽하게 대체할 만한 간단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며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재앙 같은 영향을 고려할 때 팜유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