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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설제ㆍ사료ㆍ약품 재료” 몸값 높아진 ‘불가사리’
  • 2019.06.13.
불가사리 [123rf]

[리얼푸드=민상식 기자] 지난 11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2019 한ㆍ핀란드 스타트업 서밋’에서 국내 한 벤처기업이 만든 친환경 제설제가 주목받았다. 이 제설제는 ‘불가사리’를 활용해 제조됐다.

불가사리 추출성분이 염화이온을 흡착하면서 동시에 부식방지제의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부식작용을 완벽에 가깝게 억누르는 원리다.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고교(경기과학영재고) 재학시절 불가사리의 염화이온 흡착 성분을 연구하면서 제설제 개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대학(서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며 원천기술을 완성했다”면서 불가사리 제설제의 원리를 설명했다.

제설제의 주성분 염화칼슘이 철을 부식시켜 자동차, 교량 등을 손상시키는 것과 달리, 불가사리 제설제의 부식율은 0.8%로 도로와 차량에 거의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기존 제설제는 판상형(플레이크) 구조라 금방 부서져 없어지지만, 불가사리 제설제는 구슬형(비드) 구조여서 오래 형태가 유지된다. 이에 눈 녹이는 속도가 일반 제설제의 1.7배 수준이고, 제설 지속시간은 2배에 이른다.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스타스테크 제공]

특히 제조사가 ‘바다 포식자’ 불가사리를 무상 수거하면서, 불가사리 보관ㆍ소각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아무르 불가사리 등 일부 종의 경우에는 어패류와 해조류, 산호 등 바다생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바닷속을 사막화시킨다. 이 때문에 정부는 매년 약 1300톤(t)의 불가사리를 수매해 소각한다. 강원 양양군은 4월부터 7월까지 불가사리 1㎏당 1500∼1700원 포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양승찬 대표는 “불가사리는 연간 100억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환경 폐기물로 분류된다”면서 “친환경 제설제 제조를 통해 불가사리를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어민들과 수협의 고충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가사리는 정부와 어민들에게 골칫거리였지만 점차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불가사리를 재료로 만든 액체 비료 등은 농민들에게 친환경 유기농 비료 대접을 받는다. 어패류를 주로 먹는 탓에 칼슘과 무기질 함유량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온성 바실러스균을 이용해 불가사리를 발효시킨 양식용 사료가 개발되기도 했다.

체내 콜라겐 성분은 화장품 원료로 쓰인다. 화장품 업체인 아무르콜라겐은 아무르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주원료로 한 천연보습 비누와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콜라겐은 저분자 구조라 피부흡수율이 높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불가사리 한 마리로 비누 100g 제조가 가능하다.

특히 팔이 잘렸을 때 절단 부위가 감염되지 않고 새로운 팔이 재생되는 데서 착안한 항생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불가사리에서 골다공증과 관절염을 치료하는 물질도 발견됐다. 박남규 부경대 생물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7년 아무르불가사리와 별불가사리에서 생체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항상성(恒常性)을 조절하는 새로운 단백질 물질(펩타이드)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불가사리에서 발견한 근육이완펩타이드 등은 골다공증·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유력한 물질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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