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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수와 오이 싫어하는 사람, 다름 아닌 유전자 때문
  • 2019.08.01.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샌드위치를 주문하며 '오이를 빼달라'고 말하거나, 쌀국수를 먹을 때 '고수를 넣지 말라'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이들은 종종 편식을 한다는 오해를 받지만, 이는 식습관의 문제가 아닌 특정 유전자로 인해 빚어지는 일이다.

오이는 씹을수록 맛과 향이 강해지는 채소다. 오이의 주성분은 '오이 알코올'로 불리는 2, 6-노나디엔올. 이 성분은 알코올의 일종으로 화상을 입었거나, 햇빛에 그을린 피부 관리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오이의 독특한 향을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이에서 쓴맛을 감지하지 못하지만, 오이를 먹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쓴맛'이 강하게 난다는 이유를 들곤 한다. 이 쓴맛은 오이의 중요한 기능성 성분인 쿠쿠르비타신 때문이다. 쿠쿠르비타신은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독성물질이다. 이 성분은 암 세포의 전이를 막고, 암을 예방하는 등 강력한 항암 효과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오이는 발육이 불완전할 때 특히 쓴맛이 많이 나고, 오이가 푹 익을수록 쓴맛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오이에서 강력한 쓴맛과 향을 느낀다.

미국 유타대학교 유전과학센터에 따르면 이는 특정 유전자가 입맛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TAS2R38’ 유전자가 바로 그것. ‘TAS2R38’은 쓴 맛에 민감한 타입(PAV)과 둔감한 타입(AVI)으로 나뉜다. PAV 타입은 AVI에 비해 100~1000배 정도 쓴 맛을 느낀다. 연구에서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바로 PAV 타입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PAV 타입의 사람들은 심할 경우 오이뿐 아니라 참외, 멜론, 수박에서도 쓴 맛을 느끼기도 한다.

보통 쓴 맛에 대한 감각은 미맹 테스트에 많이 쓰인다. PTC(페닐티오카르바미드)라는 화학물질을 통한 테스트다. 테스트에선 쓴 맛을 강하게 느끼면 슈퍼 테이스터, 약하게 느끼면 보통, 쓴 맛 이외에 다른 맛을 느끼면 미각 이상, 아무 맛도 못 느끼면 미맹으로 분류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PTC 용액의 맛을 약하게 느껴 보통으로 분류되지만, 오이의 쓴맛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슈퍼 테이스터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고수에서도 '비누맛'과 같은 독특한 향과 맛을 감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화학협회에 따르면 인구의 약 4~14%는 고수의 맛을 싫어하고, 이를 비눗물이나 비누와 같은 맛, 또는 역하고 더러운 맛으로 묘사한다.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유가 아닌 유전자로 인해 고수를 섭취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사람들은 단일 염기 다형성(SNP)으로 알려진 11번 염색체의 영역이 다른 경향이 있다. 이는 냄새 감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후각 수용체 유전자인 OR682가 변형돼 고수 속 알데하이드 성분 냄새를 감지한다고 알려진다. 이 화학 성분은 비누, 로션, 벌레 등에서 발견된다. 미국화학협회 연구에 따르면 이는 특히 동아시아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고수의 소비가 많은 중동 등지에서는 발생 비율이 적다.

고수는 성숙이 오래될수록 비누 냄새와 맛이 강해진다. 고수의 향을 줄여 요리하기 위해서는 고수를 가열 조리하지 않은 페스토 형태로 만들면 좋다. 또한 고수를 분쇄하면 비누 냄새가 나는 하홥물을 줄이는 효소가 방출, 고수가 가진 특유의 아로마가 사라진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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