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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도 비건이 가능할까…심각한 영양실조 유발할수도
  • 2019.08.28.

[리얼푸드=민상식 기자] 호주와 유럽에서 채식주의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비건’(Vegan·완전채식)을 고집해 극심한 영양실조를 초래한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법원에서는 이를 아동학대로 판단해 징역형과 벌금,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채식 식단만으로도 유아 및 아동에게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단, 소아과 의사 및 영양사의 도움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전했다.

미 캘리포니아의 영양학자인 리드 만겔스는 채식주의 아기도 일반 아기처럼 모유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유 수유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아기를 위해 특별히 제조된 콩으로 만든 분유를 먹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품알레르기 전문가인 밴다나 셰스 미국영양학회 대변인은 “고기를 덜 먹고 식단을 식물성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아동들이 스스로 식물성 식단을 고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셰스 대변인은 “아이들이 건강한 채식을 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양질의 정보를 토대로 식단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기가 젖을 떼면 비타민 D와 비타민 B12, 칼슘, 철분, 아연, 지방 등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영양소를 식물성 재료에서 얻으려면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는 “비타민 B12는 주로 동물성 식품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보충제나, 아동을 위해 특별히 성분이 강화된 식품을 먹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교수는 “현대 영양학의 출발은 산업혁명기 이후 영국 도시 빈민 자녀들의 성장 이상 및 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 때 탄수화물·단백질·지방 3대 영양소의 개념이 정립됐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이어 “3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제대로 된 발육이 이뤄진다. 이 중 하나라도 결핍되면 균형이 깨지면서 체중감소 등 신체 이상이 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채식을 하면 보통 콩에서 단백질을 공급받는데, 콩은 아이들이 먹기 힘든 식품이다. 제대로 조리하지 않으면 소화흡수율도 낮다”면서 “영양실조 아이 부모의 경우 제대로 된 단백질 공급원을 마련하지 않은 것 같다. 무지한 채식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크게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달 22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법원은 두 살짜리 딸에게 채식 식단을 제공해 심각한 영양실조를 부른 30대 부부에게 각각 18개월의 집중적인 교정 및 3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아이가 지난해 3월 발작을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왔을 당시 생후 19개월이었으나 심각한 영양실조로 생후 3개월 수준인 4.9㎏에 머물렀다.

이 부부는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 계란까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알려졌다. 이에 아이는 아침으로는 바나나 반쪽과 귀리, 점심으로는 토스트에 잼이나 땅콩버터, 저녁으로는 쌀과 귀리, 혹은 감자를 먹고 있었다.

판사는 “아이에게 채식 식단만을 먹여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로 만든 것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지난 5월에는 스웨덴에서 비건 부부가 생후 18개월짜리 아기에게 비건 식단을 강요해 징역 3개월형과 벌금을 받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부부는 아이에게 모유와 과일, 채소 외에 다른 음식을 전혀 먹이지 않았다.

벨기에에서는 생식 등 대안 식단만 먹던 7개월짜리 영아가 영양실조로 사망한 사건이 벌어져 부부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이후 벨기에왕립의학아카데미는 “채식주의 식단이 어린이에게 적합하지 않다”면서 “채식주의로 비타민 D와 비타민 B12가 부족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해를 입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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