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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곡물로 만든 식물성 버거, 비건 타깃 아니다”
  • 2019.09.04.
 - ‘가짜 고기’ 강자 비욘드미트 제치고 시알 차이나 혁신상 수상
 - 수십년 노하우로 곡물 한계 개선한 유기농 ‘베지 버거’
 - “특정 소비자가 아닌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클린 라벨 제품”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이른바 ‘가짜 고기’ 전성시대다. 최대한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고, 보다 고기처럼 보이게 만든 ‘가짜 고기’들이 소비자들의 더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식품 업계의 눈도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산으로 향했다. ‘식물성 단백질’을 주원료로 한 식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아시아 최대 식품 박람회 ‘시알 차이나(SIAL CHINA·상하이국제식품박람회)’에서도 기존의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단백질 식품들의 등장이 눈에 띄었다. ‘시알 차이나’의 백미로 꼽히는 혁신대회에선 세계가 놀랄 만한 이변이 일었다. ‘가짜 고기’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미국의 ‘비욘드미트(Beyond Meat)’를 제치고 폴란드 식품 업체 솔리그라노(SOLIGRANO)의 ‘베지 버거(VEGE BURGER)’가 은메달을 수상한 것. 베지 버거는 보다 진일보한 ‘식물성 고기’로 평가받았다. 탁월한 기술력으로 식물성 단백질 제품의 혁신을 이룬 데다, 최근 일고 있는 가짜 고기의 ‘건강’ 논란에도 비켜서 있다.

중국 시알 차이나에서 만난 카밀 라벤다(오른쪽) 솔리그라노 회장은 “베지 버거는 그간의 기술력으로 유기농 곡물을 고기 패티 형식으로 만든 파우더 제품”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만난 카밀 라벤다(Kamil Rabenda) 솔리그라노 회장은 “베지 버거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곡물을 고기 패티 형식으로 만들 수 있는 파우더”라며 “불필요한 식품 첨가물이나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성분을 넣지 않은 ‘클린 라벨’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베지 버거는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혁신적인 제품이에요. 오로지 곡물로만 만들었고, 달걀, 우유, 치즈 등의 성분도 들어가지 않은 식물성 식품이에요. 유당을 소화하지 못 하는 사람들도 문제 없이 섭취할 수 있고요. 알레르기도 일으키지 않아요.”

솔리그라노는 1960년대부터 유기농 곡물을 생산, 가공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호밀, 귀리, 밀과 같은 다양한 유기농 곡물을 생산한 뒤 가공한다. 전통적인 곡물 업체답게 가공 방식에서 솔리그라노 만의 기술력이 발휘된다. 그러한 제품 중 하나가 바로 ‘베지 버거’다.

폴란드 식품업체 '솔리그라노' 사의 '베지 버거'는 지난 5월 열린 시알 차이나 혁신대회에서 톱 10 후보에 함께 오른 미국의 '비욘드미트'를 제치고 은메달을 수상했다.

“곡물을 가공하는 방식은 다양해요. 튀밥처럼 튀기는 방법(poping), 밀대로 밀거나 누르는 방법, 빻는 방법 등이 있어요. 베지 버거는 곡물을 튀길 때 100%가 튀겨내는 것이 아니라 50%만 튀겨요. 그래야 물이나 우유를 부은 뒤 3분만 지나면 완전히 먹기 좋은 형태가 만들어지거든요. 저의만의 노하우죠”

베지 버거는 ‘비욘드 미트’나 ‘임파서블 푸드’와 같은 기존의 식물성 고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고기 형태로 만든 가공식품이 아닌, 고기의 맛을 구현한 순수 곡물 파우더다. 수십년간 쌓인 솔리그라노 사의 기술력는 곡물의 물성을 바꿔, 식물성 단백질 식품이 가진 응집력의 한계를 개선했다. 여기에 ‘고기의 맛’을 더했다. 각종 곡물과 해바라기씨, 아마씨 등을 후추와 배합해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낸 것이 ‘신의 한 수’다. 곡물의 가공 방식을 달리해 식감을 살린 것도 베지 버거만의 장점이다.

카밀 라벤다 회장은 “베지 버거는 우리가 제시한 레시피만 잘 따르면 누구나 쉽게 식물성 고기를 만들 수 있고, 구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에서도 식물성 단백질 시장의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베지 버거 역시 커져가는 채식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주요 타깃층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베지 버거는 비건(Vegan·완전한 채식)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지 않아요. 제품의 패키지 역시 고기처럼 보여 오히려 채식주의자는 선호하지 않아요.”

주요 소비자는 두 그룹이다. 건강, 환경, 동물복지 등 여러 이유로 고기를 덜 먹으려고 하는 ‘리듀스테리언(Reducetarian)’ 그룹과 채식을 기반으로 하되 고기도 섭취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그룹이다. 특히 고기를 먹지만 맛이 좋으면 식물성 고기도 섭취해보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식물성 단백질 시장의 문은 빠르게 열리고 있어요. 단지 채식주의자만을 겨냥한 시장이 아니에요. 베지 버거 역시 특정 소비층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요. 환경 보호, 미래 식량 보전 등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식물성 단백질의 섭취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의 소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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