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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가을, 희망사항을 희망하다
  • 2019.10.08.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90년대 청춘의 시절을 보낸 이들은 다 기억하는 ‘희망 사항’이라는 노래다. 당시 라디오에서 이 음악이 들릴 때 필자는 “나야말로 그런 여자가 되고 싶다!” 목소리를 높였고 몇몇 친구는 다리 짧고 배 나온 남자들이 이상형만 찾는다며 존재하지도 하는 가사 속 남성을 비난했다.

필자는 고백한다. 가사 속 희망 사항은 여성들에게 더 간절한 갈망이었음을! 여성들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몸매가 되기 위해 애플 힙과 날씬한 허벅지를 만들고 밥을 적게 먹어도 자꾸 나오는 배를 집어넣으려 안간힘을 쓰며 평생을 산다.

그런 여성들이 최고로 몸을 사리는 가을,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동시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부러운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두려워하는 그 ‘가을’이 다가왔다. 해마다 이 가을엔 여름내 살을 뺀 젊은이들도 요요를 경험하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한 살 더 먹어 다르다고 말할 중년의 ‘나잇살’도 지금이 시작이다.

“5㎏을 뺐는데 다시 7㎏이 쪘어요”, “2년 동안 9㎏이나 늘었어요” 팔짝 뛰며 위로할 남의 이야기 같은가? 그 이야기가 내 것이 되지 않도록 바짝 긴장할 지금이다. 만일 당신의 체중이 올 해 초보다 2㎏ 이상 증가했다면 “당신의 건강에 옐로카드 전송! 시간당 노화 속도 급증!” 몸이 보내는 신호를 똑바로 읽고 필자가 묻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위기의 가을을 이겨내길 바란다.

첫째, 당신은 지금 매운 음식을 즐기고 있지 않은가? 추석이 지나 명절 후유증을 앓는 이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을 원하며 매운 음식을 찾는다.

혀는 단맛, 쓴맛, 신맛, 짠맛, 감칠맛 5가지 맛을 느끼고 우리가 말하는 매운맛은 ‘맛’이 아닌 ‘통증’의 감각이다. 매운 음식에 있는 캡사이신이 혀의 통증을 자극하고 “아파!” 하는 통증이 뇌로 전달되면 뇌는 통증을 진정시키는 엔도르핀을 분비하면서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준다.

문제는 우리가 먹는 매운 음식의 특성이다. 떡볶이, 양념게장, 낙지볶음 등등. 한국의 매운 음식엔 당과 염분을 듬뿍 넣어 식재료의 맛보다 양념의 맛을 살린 ‘맛있는 매움’을 추구한다. 캡사이신이 혀를 얼얼하게 하니 달고 짠 감각을 상대적으로 덜 느낄 뿐 숨겨진 양념들이 혈당과 열량을 올리며 체중증가의 늪에 빠지고 만다. 재료본질의 맛을 살린 담백한 메뉴를 선택하되 매운 음식을 피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둘째,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며 부족한 잠은 주말에 몰아 자는가? 휴일이 되면 내 맘대로 수면을 편집하며 신체 리듬을 파괴한다. 내일의 부담이 없으니 휴일 전야를 즐기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결국 양질의 수면으로 얻을 수 있는 성장호르몬, 멜라토닌, 스트레스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늙고 살찌고 피곤한 몸이 된다. 이젠 수면시간을 리셋하여 신체 리듬을 바로 잡자. 기상과 취침을 최대한 지키고 내일의 탄력과 젊음을 기대하며 토요일 밤 9시 잠자리에 들어보자.

셋째, 가을철 우울증을 당신도 타는가? 따사로운 햇살이 현저히 줄어드는 가을엔 행복을 느끼는 세로토닌이 감소해 우울해진다. 이때 신체는 줄어든 세로토닌을 음식으로 보충하려고 식욕을 상승시켜 폭식을 이어간다. 이젠 아침에 깨어나 떠오른 태양을 조금 더 만끽하고 좋은 사람, 좋은 장소를 찾아 행복의 충전에 집중하라.

누군가 체중 관리는 시험보다 어렵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려운 시험도 일생 한 번 합격과 동시에 평생의 자격증을 얻고 살짝 쉬어갈 수 있다. 하지만 체중엔 ‘50㎏ 인정’ 하는 자격증도 없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방심하는 순간 다시 차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는가? 체중을 관리하는 건 인생을 관리하는 꾸준한 노력과 같기에 노력하는 삶으로 자신의 멋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청년 같은 중년, 중년 같은 노년을 산다는 것을!

고백건대 필자도 항상 가을이 위기다. 하지만 올가을엔 반드시 청바지가 잘 어울리고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그 희망을 성취해 활력 넘치는 낭만 가을을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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