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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의 단어 ‘기후 비상사태’…환경을 위한 식단은?
  • 2019.12.04.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가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2019년 ‘올해의 단어’로 꼽혔다.

‘기후 비상사태’는 ‘기후변화를 줄이고, 이로 인해 잠재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환경 피해를 피하기 위해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으로 정의됐다.

영단어 수억 개가 포함된 옥스퍼드 사전의 데이터베이스 ‘옥스퍼드 코퍼스’에 따르면 ‘기후 비상사태’의 사용량은 2018년 이후 100배 가량 증가했다. 이 단어의 사용량 증가는 직접성과 위기에 대한 의식적인 노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기후 비상사태’로 인해 올 한 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은 식품업계다. 식품의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피해가 막대하다는 문제 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이언스 지에 실린 ‘생산자와 소비자를 통한 식품의 환경 영향 감소’(Poore and Nemecek·2018) 논문에 따르면 식품 생산으로 인한 가스 배출량은 26%다. 그 중 동물성 제품 생산이 가스 배출량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사육장의 가스 배출량 중 소고기와 양고기가 50%를 차지하고 있고, 기타 모든 동물성 제품이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식품 산업에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식품 생산과 소비를 바꾸는 혁신 식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의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물성 고기의 등장 배경에도 이러한 인식이 전제하고 있다.

홍콩판 비욘드미트로 불리는 ‘옴니포크’를 만든 그린먼데이의 데이비드 융 대표는 “식단의 변화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돼지고기를 소비하고 축산업을 지속하는 것은 기후 위기이자 식량의 위기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연구는 상당히 많다.

최근 학술저널 ‘국립과학원회보’(PNAS) 에 실린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미네소타대 공동연구에선 서구인들의 식단에 공통으로 오르는 15가지 식품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연구진은 식물성 식품 8가지(과일, 채소, 콩, 견과류, 정제곡물, 통곡물, 올리브유, 감자), 동물성 식품 6가지(붉은고기, 가공육, 닭고기, 유제품, 달걀, 생선), 가당음료(SSB)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런 다음 이 식품들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5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환경 영향에선 온실가스 배출, 토지 이용량, 물 사용량, 산성화, 부영양화 정도를 분석했고, 건강 영향은 세계 상위 질병 위험 요인 중 식생활과 관련한 질병(제2형 당뇨병, 뇌졸중, 관상동맥심장질환, 결장암)의 이환율과 사망률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질병을 예방하고 기후와 물 자원을 보호하는 최고의 식품으로는 과일과 채소, 콩과 통곡물이 꼽혔다. 반면 건강에 좋지 않고,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식품으로는 붉은 고기와 가공육이 선정됐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물 사용, 오염 등 식품의 환경 영향을 계산한 결과 붉은 고기는 모든 환경 지표에서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식품으로 나타났다. 콩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5미만이었다면 붉은고기는 100에 가까웠다. 생선의 경우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불리지만 채소류보다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 2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유제품, 달걀, 닭고기 등도 환경과 건강 측면에서 붉은 고기보다 더 나은 선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자, 음료, 설탕 등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지만, 건강 면에서는 상당히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옥스퍼드대 마이클 클라크 연구원은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식품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지지만 식단 선택보다는 영향의 정도가 훨씬 작다”며 “고기를 채식으로 대체할 때 가장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 사례는 올해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채택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에선 붉은 육류 섭취를 줄일수록 더 좁은 면적의 토지에서 더 많은 식량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통곡물, 과일, 채소 위주의 식물성 식단을 늘리는 것만으로 세계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2℃ 상승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2050년까지 70∼8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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