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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 살려면 ‘콩’, 기후위기 대안도…
  • 2019.12.31.

[리얼푸드=육성연 기자]흔하게만 굴러다니던 조그마한 콩이 이제는 지구 환경과 인류의 건강을 책임지는 푸드로 거대해졌다. 웰빙시대 건강뿐 아니라 콩은 식량위기와 환경보호의 대안으로도 언급되는 식재료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 2016년에는 ‘콩의 해’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당시 국제연합(UN)의 산하기관인 식량농업기구(FAO)측은 “인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콩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전하기 위해 ‘콩의 해’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콩=무엇보다 콩은 건강에 이로운 식재료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콩류를 많이 먹을수록 심혈관 건강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미국의 책임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위원회(PCRM)가 ‘영양학 진보 학술지’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콩 섭취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검토한 결과, 콩류를 많이 먹을수록 심혈관질환이나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비만에 걸릴 확률이 각각 8%, 10%, 9%, 13%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콩은 육류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에 비해 불포화지방산은 충분히, 포화지방은 피할수 있다”며 “콩을 먹으면 단백질과 함께 섬유소와 무기질, 비타민도 같이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콩의 섭취를 늘리면 각종 질환의 발생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장수와 관련된 연구도 최근 보고됐다. 고기보다 콩을 많이 먹어야 오래 살수 있다는 일본 국립암센터의 연구이다. 지난 8월 ‘내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7만1000명 가량의 중년 일본 성인을 대상으로 20년 가량에 걸쳐 연구를 진행한 결과, 붉은 육류를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한 이들은 암과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대조군보다 각각 39%, 42%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콩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 식품을 더 많이 먹는 것이 심혈관 위험인자들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콩은 체중관리에도 좋은 식품이다. 식이섬유의 좋은 공급원으로 포만감 유지에 효과적이다. 칼로리는 낮으면서 지방은 적고, 질좋은 단백질은 풍부하다. 강재헌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콩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이로운 건강 식품”이라며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노화를 예방하고, 이소플라본도 다량 들어있어 여성 갱년기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의 전세계 기후위기 대응 수준 평가 결과.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이 대응수준 최하위권을 기록한 곳으로(48~61위국), 한국은 58위이다. 사진=CCPI 홈페이지

▶식량위기·환경보호에도=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콩은 유력한 대안이다.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올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점수는 최하위권(기후행동네트워크CAN ‘기후변화대응지수 2020’)을 기록했지만, 2019년은 기후변화가 위기 상황까지 치달았다는 것을 전 세계 대중이 깨달은 해이다.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대재앙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12년 밖에 남지 않았다. 이러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로 표기하자는 움직임이 올해는 거세게 일었다.

‘기후위기’는 곧 ‘농업위기’로 연결돼 심각한 식량위기 문제를 발생한다. 이미 지난 2012~20013년 러시아 및 동유럽, 미국에서는 기후변화로 발생한 대규모 흉작이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곡물가격의 상승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으로 나타나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더욱이 오는 2050년에는 약 90억 명까지 인류가 많아지기 때문에 지금보다 60%의 식량 증산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UN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예측이다. 올해 FAO는 “기후변화로 2015년부터 지구촌 기근이 증가하면서 8억명 이상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콩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대표 식재료이다. 지난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음식물은 소고기이다. 소비자가 50g의 소고기 단백질을 얻으려면 이산화탄소 17.7㎏을 배출해야하는 반면 콩 단백질은 0.4㎏에 그친다.

또한 지난해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진 등은 ‘네이처’를 통해 “현재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소비량을 각각 75%, 90% 줄이고, 콩 섭취는 현재보다 3배 더 먹어야 하는 식습관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발표했다.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산화배출량이 높은 육류보다 콩류를 통해 식물성 단백질을 얻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식습관의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2050년 지구의 생태환경이 한계점을 넘는 수준으로 파괴될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도 덧붙였다.

최근에는 콩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수요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이다. 식물성단백질로 만드는 대체육이 주목받는 트렌드에 따라 원재료인 콩의 수요가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콩 기반 식물성 단백질의 수요는 지난 2015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27만5000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50년에는 58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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